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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교감과 ‘교포’ 사이로 내몰린 교사들

중앙일보 2010.12.16 00:10 종합 38면 지면보기






김상진
부산·경남 취재팀장




초·중·고등학교 교감 자리는 교사의 꽃이다. 교사 경력 20여 년 만에 학생을 직접 가르치는 의무에서 벗어나 학교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교장으로 가는 길목이라는 점에서 모든 교사들이 도전하는 꿈의 자리다.



 해마다 이맘때면 전국의 모든 학교에서는 교사들의 근평(근무평점)이 매겨진다. 교감 승진 대상자들은 이 근평을 잘 받아야만 교감이 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교포’(교감을 포기한 교사)가 된다. 모든 교사들이 근평에 목을 매는 이유다.



 최근 경남 김해의 한 초등학교에서 50대 여교사가 자신이 담임으로 있는 교실 창틀에 스카프로 목을 매 자살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여교사는 자살하기 약 1시간 전 교장과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올해 근평을 잘 달라고 요구했으나 교장이 받아들이지 않자 울면서 밖으로 나왔다고 한다.



 잠시 뒤 교장은 교감에게 교사가 울면서 나갔으니 확인해 보라고 지시했다. 교감이 잠긴 교실문을 따고 들어가 보니 이미 숨져 있었다. 경찰은 교실 내 컴퓨터에서 교장과 부모 앞으로 남긴 유서를 발견했다. 유서에는 “정말 정말 억울합니다. 협박이 아닙니다. 정말 죽고 싶은 심정으로 말씀 드렸습니다. 이런 승진제도(근평)를 개선하지 않으면 나와 같이 억울한 사람 또 생기지 말라는…”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가 목숨과 맞바꾼 현행 근평제도에는 어떤 문제점이 있을까. 공립학교 교사 승진은 경력, 연수실적, 근무성적, 가산점(부장, 농어촌학교 근무 등) 등에 의해 기본적으로 결정되고, 최종적으로는 근평에 의해 확정된다. 경남의 경우 근평은 교장 40%, 교감 30%, 다면평가(교사 대표) 30%로 점수를 매긴다. 겉보기에는 교장의 점수비율 40%이니 결정권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일선교사들은 교장이 거의 전권을 행사한다고 말한다. 교감이 갖고 있는 30%를 교장이 좌우하기 때문이다. 교사 대표들에게도 교장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초중등교육법에는 교감의 직무를 ‘교장을 보좌하여 교무를 관리하고 학생을 교육하며, 교장이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때에는 그 직무를 대행한다’고 명시돼 있다. 교감은 교사 근평을 매길 때 자신을 평가하는 교장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구조다. 이런 현실을 비아냥거리는 말이 교감들 사이에 나돈다. ‘교감 자리는 남자 젖꼭지와 같다’는 것이다. 없으면 보기 싫고, 있어도 제 기능을 못하는 현실을 빗댄 말이다.



 여교사의 자살을 취재하면서 많은 교사에게 근평제도의 개선방안을 물어봤다. 교장의 평가에 대한 피이드백 제도 신설, 교감 평가의 독립성 보장, 교사 평가 비율을 50%로 늘리고 모든 교사의 참가, 제왕적 권한을 가진 교장의 권한 축소 등으로 요약된다.



 가산점제도에 대한 지적도 많았다. 벽지와 농어촌 학교에 근무하면 1∼2점을 더 받는다. 소수점 이하 점수차로 승진 여부가 결정되는 현실에서 ‘섬마을 선생님’이 되려면 엄청난 끗발이 필요한 게 현실이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평제도를 마련하지 않으면 이제 교사가 아니라 우리 공교육이 목을 맬지도 모를 일이다.



김상진 부산·경남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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