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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2만 달러 함정’에서 벗어나야 선진국 된다

중앙일보 2010.12.16 00:10 종합 38면 지면보기
내년은 단순한 한 해가 아니다. 올해는 21세기의 첫 번째 ‘새 십년’의 마지막 해지만, 내년은 두 번째 ‘새 십년’의 원년이다. 이 10년에 국가의 명운이 달렸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가 넘는 선진국으로의 진입 여부가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외국의 경우 2만 달러를 달성한 후 5~8년 만에 선진국이 됐다. 이 기간에 선진국이 되지 못한다면 한국의 미래는 암담해질 수 있다.


향후 10년 내 선진국 진입 결판나
시스템개혁으로 성장 기반 확립해야
성장과 인기 연연하는 시스템으론 안 돼

 지난 10년은 한국이 ‘2만 달러의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주춤거렸던 시기였다. 성과가 없진 않았다. 역사상 처음으로 세계경제의 룰을 제정하는 주요 20개국(G20) 회의의 멤버가 됐으며, 신흥국에서는 처음으로 정상회의도 개최했다. 2007년 달성했다가 금융위기로 후퇴하긴 했지만, 다른 나라보다 훨씬 빠른 경기회복에 힘입어 올해 다시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달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제자리 걸음이었다.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경제 규모는 세계 10위권에서 지난해 14위로 내려앉았고, 1인당 국민소득은 여전히 세계 40위권 바깥에서 맴돌고 있다. 중국과 인도 등의 추격 때문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우리의 성장 능력이 감퇴했고 역동성이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단적인 예로 잠재성장률의 지속적인 하락을 들 수 있다. 물가를 상승시키지 않으면서 생산자원을 최대한 가동했을 때 달성할 수 있는 잠재성장률이 1980년대 평균 8%에서 지난해 3%대로 급락했다. 향후 10년 중에는 더 떨어질 게 자명하다. 저출산·고령화의 가속화로 경제 활력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잠재성장률의 제고, 즉 성장 능력의 회복과 역동성 강화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려면 경제와 정치·문화 등 전 사회 분야의 시스템 업그레이드가 절실하다. 높은 성장률과 개발사업만 고집하는 ‘2만 달러 시스템’으로는 안 된다.



 그런데도 정부는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다. 엊그제 발표한 새해 경제정책방향에서도 전반적인 시스템 혁신에 관한 언급은 별로 없었다. 5% 성장률 목표가 크게 강조됐고, 그러면서 물가상승률을 최대한 억제하겠다는 모순된 정책도 내놓았다. 예산과 마찬가지로 친서민과 복지도 강조됐지만 생산잠재력 확대 계획은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단기 성장과 인기에 연연했기 때문이 아닌지 우려된다.



 이제라도 10년을 내다보고 성장 기틀을 새로 짜야 한다. 성장동력의 확보를 위한 다양한 전략과 제도 정비가 가장 시급하다. 갈수록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서비스산업을 우선 개혁해야 한다. 영리의료법인의 설립과 변호사 등 전문자격사의 진입 규제부터 허용·완화돼야 한다. 신수종(新樹種)산업의 육성과 고부가가치 산업구조로의 전환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은 물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교육투자 등도 시급한 과제다. 시스템 개혁이 없다면 ‘혁신-통합-개방’의 선순환(善循環)은 불가능하다. 선진국 진입도 어렵다. 단기 성장에 연연하는 2만 달러 시스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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