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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 김병만, 몸 개그 16년 ‘달인’을 벗기다

중앙일보 2010.12.16 00:08 경제 21면 지면보기
지금 당신이 보는 것은 한 인간의 육체다. 다부지고 단단하고 정직하다. 개그맨 김병만(35)에게 몸은 소통의 수단이고 코미디의 무기다. “원래 몸 쓰는 걸 좋아한다. 처음엔 무대 울렁증도 있고 나만의 개그를 굳히기 힘들었는데, 어느 순간 무술로 고정이 되더니 그 뒤론 척척이다. 지금껏 해온 코너가 다 그런 거다. ‘사무라이 논픽션’ ‘대결’ ‘호신술’ ‘킹콩땅콩’ 등. 요즘은 신비감 떨어진다고 말을 많이 하지 마라 할 정도다.”



그에게 ‘몸’의 어떤 경지를 일깨워준 것은 버스트 키튼(Buster Keaton·1895~1966)의 무성영화다. 키튼은 슬랩스틱 코미디의 전성기였던 1920~40년대를 풍미했던 미국 희극배우다. “폭포에서 떨어지고 토네이도에 휘말리는 연기를 모두 대역 없이 했다. 그런데 그 몸짓에서 웃음이 난다. 카메라 기법으로 속일 수 있는 건 한계가 있다. 찰리 채플린도, 청룽(成龍)도, 저우싱츠(周星馳)도 기본 운동실력이 있으니까 그런 코믹 연기를 할 수 있었던 거다. 내게도 몸이 가장 큰 재산이다.”



그가 추구하는 것은 ‘스턴트 슬랩스틱 코미디’. 이 웃음의 세계에선 온몸이 소품이다. 처음엔 그저 웃기는 줄만 알았는데 어느새 경외감마저 느끼게 하는 ‘달인’이 그러하듯이. 인터뷰 내내 아무리 껍질을 벗겨도 그 자리엔 정직한 몸 하나가 있었다.



글=강혜란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두툼하고 딱딱했다. 김병만의 양 손바닥은 굳은살투성이였다. 평소 물구나무를 습관적으로 서고 목검 등 각종 무예를 연마하기 때문이란다.



지난달 말 그를 만나러 ‘개그콘서트’ 대기실에 갔을 때 눈에 띈 건 구석의 외발자전거. 연말 즈음 이를 이용한 ‘달인’을 선보일 참이랬다. “다른 거 하는 틈틈이 연습하는데 요즘은 30m도 간다”고 했다.



또 다른 히든 카드로 외줄 타기도 있다. “줄타기 명인한테서 따로 배우는데 두 번 타니 나더러 10년 탄 사람 같다고 칭찬하더라. (웃음) 여러 운동을 했지만 가장 많이 들었던 주문이 ‘힘을 빼라’는 거다. 외발자전거든 외줄이든 할 때마다 되뇐다. 나는 편안하다, 편안하다.”



-본인은 ‘편안하다’고 하지만 지켜보는 사람은 ‘어떻게 저런 것까지’ 싶을 때가 많다.



“나더러 힘들겠다, 용쓴다고 하는데 핵심은 개그다. 예전과 달리 도전해야 하는 수준이 높아지긴 했어도 다 웃기려 하는 거다. 이를테면 접시 돌리기는 녹화 때 여섯 번을 실패했다. 관객들도 조마조마해한다. 그럴 때 내가 “이거 성공할 때까지 여러분 못 갑니다” 하면 긴장이 풀어지면서 웃음이 터진다. 하이힐 신고 높은 데서 뛰어내릴 때도 아슬아슬한지 ‘오~오~’ 소리가 나온다. 그럴 때 “이러면 진지한 프로 됩니다. 와~ 하고 박수 쳐 주셔야죠”라고 해서 웃음을 유도한다. 가학적인 것처럼 보일 때 ‘나는 괜찮다, 이건 개그다’를 강조해 줘야 보는 부담이 없다.”



-‘달인’에선 어디까지 구성이고, 어디가 즉흥인가.



“일단 기술은 원하는 개그를 구사할 수 있는 수준까지 닦는다. 어차피 진짜 외줄 타기나 외발자전거 쇼를 하려는 게 아니니까. 이 정도면 응용해 웃길 수 있겠다 싶으면 코미디를 짠다. 한번은 대야를 얹은 PVC 파이프를 세우고 그 아래 깔린 식탁보를 빼내는 걸 했다. 실패를 전제로 개그를 짰는데 실전에서 파이프가 안 넘어져 당황했다. (웃음) 실전 때 잘된 게 많아 주변에서 ‘역시 무대 체질’이라고 한다.”



2007년 12월부터 만 3년째 선보이는 KBS ‘개그콘서트’의 ‘달인’은 그의 대표 브랜드이자 동의이음어 같은 단어다. 노우진·류담과 트리오를 맞춘 ‘달인’은 처음엔 회당 세 번 등장하는 브리지(bridge) 코너였다. 먹는 것 위주의 가학성, 허무한 우기기, 기교와 합성 등을 소재로 한 ‘진짜 개그’였다. 주 1회 메인 코너가 되면서 고난도 묘기가 등장했고, 근 1년간은 묘기가 압도적이다.











-실제 무술 실력도 코미디계 최강인가.



“나는 도합 8단인데 쌍둥이(이상호·상민)들은 합쳐서 22단이다. 그런데도 내가 돋보인다면 아마 연극성이 플러스돼서일 거다. 그동안 무술 개그를 많이 했지만 코너가 장수하지 못했다. 지금 ‘달인’도 캐릭터가 가미되면서 살아난 거다. 몸 개그 자체로는 오래가지 못한다. 내 목표는 스턴트 슬랩스틱 코미디. 원조이자 최고가 되고 싶다.”



그는 궁벽한 산골 벽촌(전북 완주군 화산면) 출신이다. 어렸을 땐 두 마을만 가면 전기가 안 들어올 정도였단다. 공부는 잘 못했고 관심도 없었다. (고3 때 말썽을 피워 전학했어야 할 정도다). 기술을 배워 취업이나 하자고 생각했다. 농부이자 목수였던 아버지를 따라 어렸을 때부터 미장일도 곧잘 했던 터다. 지금도 ‘달인’에서 모든 소품을 직접 만들 정도로 손재주는 타고났다.



개그맨이란 걸 꿈꾸게 된 것은 우연히 TV에 출연한 친구를 보고서다. “저 정도는 나라고 못할까” 싶어 연기학원 전화번호가 적힌 쪽지 한 장 들고 서울로 올라온 게 1995년 1월, 스무 살 무렵이었다. 보증금 없는 월세방을 전전하며 수없이 개그 시험을 쳤다. 극단 연습생으로도 수년을 굴렀다. 2000년 말 가까스로 ‘개그콘서트’와 연을 맺고, 2002년 KBS 공채 17기로 정식 합류했다.



-요즘 건축대학원(건국대)에 다니고 있다고 들었다.



“살면서 뒤늦게 공부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언젠가 코미디 전용극장을 직접 짓고 싶다. 무대 장단점은 배우들이 가장 잘 알 것이다. 일자형보다 원형식 마당놀이 같은 걸로 짓고 싶다. 졸업을 떠나 몇 년이 걸려도 공부해 보고 싶다.”



-이젠 돈 많이 벌어 부모님께 집도 사드렸겠다.



“그동안 빚 갚고 그러다 보니 아직. 부모님께는 전주시에 넓은 전셋집을 마련해 드렸다. 나는 가양동의 전셋집에서 산다. 개그 쪽이 옛날과 많이 달라져 전체적으로 수익이 크게 없다. 행사 단가도 예전만 못 하고.”



-그래도 꿈을 이룬 것 아닌가.



“요즘 오히려 불안하다. 지금까진 버는 것만 생각했는데 제자리를 유지하는 게 더 큰일 같다. 주변 동료들 보면 잠시 한눈팔았다가 추락하고. 인기란 게 얻는 것도 잃는 것도 순식간이다. 궁극적으로 내가 되고 싶은 것은 희극배우다. 그래서 드라마·영화 카메오 출연도 열심히 한다(13일 시작한 SBS 드라마 ‘아테나’에도 단역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인기가 높아지니 정치권에서도 콜이 많이 오겠다”고 물었다. 정색하고 답했다. “콜 받은 건 사실이지만 전혀 생각이 없다. 나는 남 앞에 서는 게 지금도 울렁거리는 편이다. 그런데 내 몸짓에 한마디에 사람들이 웃으면 그걸로 다 해소된다. 정치가 그런 건 아니잖나.”





[시시콜콜] 함께 자취했던 절친 이수근



단신 몸 개그의 콤비이자 라이벌 … 누가 더 크냐고 묻자, 눈 동그래지며 “수근이가 훨씬 커요”




올해 마지막날 김병만은 ‘절친’ 이수근과 개그쇼를 연다. 31일 오후 7시·10시 두 차례에 걸쳐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열리는 ‘이수근 김병만 Show’의 부제는 ‘무식한 콘서트’. 언변보다 우직한 몸 개그에 충실한 이들 콤비와 잘 맞아떨어진다.



이번 쇼는 두 사람이 안 지 10년 된 것을 기념하는 의미도 있다. “2000년 영화 ‘선물’ 오디션 때 수근이를 처음 봤어요. 같은 1975년생에다 촌놈이고 해서 친해졌죠. 둘이서 자취도 하고, 따로 방 얻어 살 때도 자주 왔다 갔다 하며 수근이가 결혼(2008년)하기 전까진 붙어 살았죠.”



궁핍했던 시절의 추억도 털어놨다. “하루는 수근이가 비싼 점퍼를 사서 자랑했는데, 한눈 파는 사이 누군가 훔쳐간 거예요. 돈이고 옷이고 다 가져가도 좋으니 휴대전화만 돌려달라고 문자 보냈더니, 은행계좌로 10만원 보내면 돌려준다고 하더래요. 뻔하죠, 돈만 더 챙기고 전화를 꺼버리더래요.”



콤비이자 ‘단신 개그’의 라이벌로 유명한 두 사람. 기자가 “누가 더 크냐”고 물었을 때 김병만은 눈까지 동그래지며 “수근이가 훨씬 커요”라고 답했다. 포털사이트에 1m68㎝로 나오는 이수근의 실제 키는 1m65㎝로 알려진다. 김병만은 1m60㎝에도 못 미친다.



둘은 올해 KBS 연예대상의 유력 후보이기도 하다. “수근이나 나나 둘 다 열심히 했다고 자부해요. 그래도 대상 얘기는 부담스러워요. 시청자들이 상 받기 전까진 격려하고 치켜세워 주지만, 상 타고 나면 ‘이제 뭐 새로운 것 보여줄래?’ 할 것만 같아서.”



어쨌든 아직은 ‘격려하고 추켜주는’ 단계인가보다. 최근 포털사이트 다음 카페엔 ‘김병만 연예대상 추진위원회(병대추)’가 발족했다. 다음의 아고라에도 ‘노력하는 코미디언 김병만을 KBS 연예대상에 추천해요’라는 청원운동에 현재까지 3500여 명이 서명했다.



강혜란 기자



김병만은



출생
: 1975년 7월 29일



특기 : 태권도, 합기도, 쿵후, 기계체조



학력 : 건국대학교 대학원(건축공학) 재학 중



대표작 : -코미디

KBS 개그콘서트 ‘달인’‘무림남녀’

‘불청객’‘풀옵션’ 등 다수

KBS ‘코미디쇼 희희락락’(2009)

‘개그스타’(2010)



-드라마



MBC ‘종합병원2’‘대한민국 변호사’(2008)

‘친구, 우리들의 전설’(2009)

KBS ‘다함께 차차차’‘전설의 고향-조용한 마을’(2009)

‘드라마스페셜-소년 소녀를 만나다’(2010)

SBS ‘아테나’(2010)



-영화



‘선물’(2001) ‘조폭마누라3’(2006)

‘김관장 대 김관장 대 김관장’(2007)

‘라듸오 데이즈’(2008)

‘서유기 리턴즈’(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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