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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맹들을 컴도사로 … 실버 세대 ‘IT 사랑방’

중앙일보 2010.12.16 00:07 종합 24면 지면보기



단체 부문 대상 ‘은빛둥지’



15일 서울 악스코리아에서 열린 2010 평생학습대상 시상식에서 교육기관 및 단체 부문 대상을 받은 은빛둥지 회원들이 디지털카메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은빛둥지는 2001년부터 노인들에게 무료로 컴퓨터와 디지털카메라를 가르쳐 왔다. [최승식 기자]





13일 오후 1시 경기도 안산시 번오동의 ‘은빛둥지’ 교육관 2층 강의실.



 윤아병(72) 할머니가 또래 노인 30여 명에게 컴퓨터의 한글 프로그램 활용법을 가르치고 있었다. 능숙하게 컴퓨터를 다루는 윤 할머니도 10년 전까지는 그야말로 ‘컴맹’이었다. 그는 2001년 이 교육관을 처음 찾아 한글 타자부터 배웠다. 이후 한글과 엑셀 등 컴퓨터 프로그램을 계속 익혔고 2006년에는 관련 국가 공인자격증까지 취득해 강사로 나섰다. 윤 할머니는 “전혀 몰랐던 컴퓨터를 배우는 게 너무 행복했다”며 “이제는 배운 것을 나눌 수 있어 더 기쁘다”고 말했다.



 ‘은빛둥지’는 노인이 노인에게 컴퓨터 프로그램과 동영상 촬영· 편집기법을 무료로 가르치는 동아리로 2001년 시작됐다. 지금까지 수료자만 5000명에 달한다. 동아리를 만든 라영수(71) 할아버지는 “외환위기 탓에 캄보디아에서 하던 농업사업을 포기해야 했다”며 “하지만 그냥 주저앉기 싫어서 인근 대학에서 컴퓨터 관련 과목을 청강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컴퓨터에 익숙해진 그는 2001년에 동네 노인 20여 명을 모아 ‘은빛둥지’라는 동아리를 만들었다. 함께 컴퓨터를 공부하자는 목적이었다. 이듬해에는 안산시 소유 건물을 무상으로 빌려 40대의 컴퓨터를 놓고 제법 규모가 있는 교육장을 열었다. 당시 정부와 안산시, 종교단체의 도움이 컸다.



 동아리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이후부터는 강사와 운영비를 대부분 자체 조달하고 있다. 2005년부터는 은빛둥지에서 공부해 컴퓨터 관련 자격증을 딴 노인들이 강사로 다시 나섰다. 또 동아리에서 자체 제작한 다큐멘터리 등을 방송사에 팔아 수익을 내고 있다. 특히 독립운동가 염석주를 재조명한 다큐멘터리는 지상파 방송과 케이블 채널에서 널리 방영되기도 했다. 라 할아버지는 “한 달에 많게는 1000만원가량 수익이 난다”며 “노인들이 스스로 배우고, 또 일자리를 만들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인들은 배운 기술을 활용해 자원봉사도 하고 있다. 디지털 카메라 촬영 기술을 이용해 지역 노인들의 영정 사진을 무료로 찍어주는 것이다. 한복을 입히고 분장을 해준 후 사진을 찍어 편집까지 해준다. 박상묵(64) 할아버지는 “노인들은 혼자 사진관에 가서 영정사진을 찍기도 어렵고, 자식들에게 찍어달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남모를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2005년부터 약 2000명의 영정사진을 찍어줬다. 은빛둥지는 이러한 활동과 공로를 인정받아 15일 제7회 평생학습대상 교육기관 및 단체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글=김민상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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