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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의 현장] 다시 온 코스피 2000 … 신발끈 다시 매자

중앙일보 2010.12.16 00:07 경제 4면 지면보기






김광기
경제선임기자




코스피지수 2000시대가 다시 열린 14일, 서울 명동의 A증권사 지점은 차분하다 못해 썰렁했다. 창구의 대화 내용을 들어보니 신규 투자 문의는 드물었고 펀드환매 상담이 더 많았다.



투자자들의 얘기는 이랬다. “지수 2000이란 게 전혀 실감 나지 않는다. 내 계좌의 주식·펀드 수익률은 3년 새 여전히 마이너스다. 외국인들이 집중 거래하는 10~20개 종목만 끈질기게 오르는데, 이제 와서 따라가기는 겁난다.”



 기자가 이곳을 찾은 것은 3년 전의 추억 때문이었다. 역시 코스피지수가 2000을 넘었던 2007년 11월, 이곳은 투자 열기로 가득했다. 번호표를 쥐고 20분 넘게 기다려 창구 직원을 만난 사람들은 다짜고짜 “미래에셋 주세요. 차이나 주세요”라고 했다. “구체적인 펀드 이름을 대셔야죠.” “뭐 수익률 높았던 걸로 그냥 주세요.” 이를 지켜본 기자는 ‘상투’가 멀지 않았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거꾸로 당시와 전혀 딴판인 지금의 분위기를 보니 앞으로 주가가 꽤 많이 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가슴 아픈 일이지만 역사는 반복됐다. 대중이 외면하면 주가는 집요하게 올랐고, 너도나도 흥분해 뛰어들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노련한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에도 결국 그럴 것이라고 예상한다.



내년 하반기께 코스피지수가 2500 근처에 도달하고 랩어카운트 등으로 대박을 냈다는 성공담이 전국을 떠돌면, 결국 사람들이 증시로 다시 몰릴 것이란 시나리오다. 잔뜩 배를 불린 외국인은 그때 돈을 빼가기 시작할 것이다.



 세계 어느 증시나 쏠림 현상은 있게 마련이지만, 선진국일수록 덜한 게 사실이다. 기관투자가들을 축으로 한 간접투자 문화가 뿌리를 내리고, 정부도 시장 안정을 위해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기 때문이다. 그 밑바탕에는 투자자-금융회사-정부 사이의 신뢰관계가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은 분명 투자 후진국이다. 사람들은 펀드를 파는 금융회사나 자산운용사를 신뢰하지 못한다. 캠페인성 마케팅에만 열을 올릴 뿐 고객 자산을 내 돈처럼 다루는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불평한다. 정부는 정부대로 냉탕·온탕식 규제 정책으로 시장을 혼란스럽게 한다. 정부와 금융회사들은 거꾸로 투자자들의 짧은 안목을 탓한다.



 우량 종목은 선진국급으로 많으면서도 시장의 쏠림은 후진국급으로 심하니, 프로급 해외 투자가들로선 이렇게 좋은 놀이터도 없을 법하다. 외국인들이 살 때면 싸게 팔아주고, 팔 때가 되면 다시 사들이겠다고 아우성이니 말이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신세타령만 하겠는가. 이젠 신발끈을 다시 매자.



 투자자들은 대박 환상부터 버려야 한다. 항상 과욕이 화를 부른다. 10년, 20년 후의 은퇴기를 내다보며 전체 자산의 3분의 1 정도는 주식 관련 상품에 꾸준히 투자하는 자세가 바람직하겠다. 우리 상장기업들은 그런 투자자들에게 높은 수익으로 반드시 보답할 것이다. 금융회사들은 신뢰를 되찾지 않고는 망한다는 각오로 고객 자산을 관리해 줘야 한다. 금융은 사람 장사다. 직원들을 전문가로 키워 고객의 요구에 부응해야겠다.



 정부의 역할도 절실하다. 금융위기를 이유로 미뤄둔 규제완화 계획을 재가동하는 게 필요하다. 10% 안팎의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상품이 다양하게 나올 수 있도록 헤지펀드의 설정을 허용해야겠다. 예금과 직간접 주식투자 말고는 이렇다 할 투자 상품이 없는 금융 현실이 투자자들의 극단적 쏠림을 조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



김광기 경제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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