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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기름값 줄이는 비법 아세요

중앙일보 2010.12.14 19:21 경제 4면 지면보기



소수점 끝자리까지 따져가며
연비 좋은 차 골라 샀더라도
급가속·급출발·과속·가득주유 …
운전 습관 안 좋으면 말짱 헛일



나이토 겐지
한국닛산 대표




올해 4월 한국에 부임하고 나서 판매전략을 강화하기 위해 소비자 조사에 대한 보고서를 검토할 때다. 눈에 확 띄는 결과가 하나 있었다. 바로 한국 운전자들이 차를 살 때 중요하게 따져보는 것 중 연비가 최상위권에 포함돼 있었다는 점이다. 배기량·차종에 관계없이 그랬다.



 물론 연비는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차를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자동차의 모델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스포츠카를 사는 사람들은 출력·가속 성능을, 대형차를 사는 집단은 정숙성과 실내 공간,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언제나 연비가 최우선 고려 사항에 포함되는 것은 아니란 뜻이다.



 한국 소비자가 자동차 구입에 있어 상당히 꼼꼼하다는 얘기는 한국에 오기 전에도 여러 번 들었던 터였다. 그래서 다른 나라보다 비싼 기름값을 생각하면 한국 소비자가 연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살면서 직접 운전을 하다 보니 운전자들이 연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



 차가 출고될 때 적혀 있는 연비는 공인연비다. 특정한 조건에서 측정해 계산된 것이다. 같은 차라도 실제 연비는 운전자의 운전 습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급가속·급출발과 지나친 고속 주행을 자제하는 운전 습관만으로도 약 30%의 연비 차이가 생긴다고 한다.



 한국에서 운전을 해보니 도심을 시속 100㎞가 넘는 속도로 질주하는 차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끼어들기를 하기 위해 급정거하는 경우도 흔했다. 지금까지 근무하며 경험한 여러 나라와 비교해보면 한국 운전자의 평균적인 운전 습관은 연비를 고려한 ‘에코 드라이빙(Eco-Driving)’과는 솔직히 좀 거리가 있다.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는 차량을 유심히 살펴본 적도 있다. 대부분의 한국 운전자는 연료 탱크를 가득 채울 때까지 주유하는 습관이 있는 것 같다. 차량의 연비는 차의 무게와 반비례한다. 자동차 제조 회사들이 차체 무게를 줄이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하는 이유다. 따라서 연료 탱크를 가득 채우고 다니는 습관은 자동차 회사들이 연비를 높이기 위해 기껏 차체 무게를 줄인 효과를 반감시킨다. 연료 탱크 용량이 70L인 중형차에 L 당 약 0.8㎏인 휘발유를 가득 채울 경우 기름 무게만 대략 56㎏이 나간다.



 도심 정체와 비싼 기름값 등 기본 조건이 한국과 비슷한 일본은 어떨까. 일본 운전자들은 기름을 아끼기 위해 조심스럽게 운전을 한다. 다른 차종보다 연비에 더 민감한 소형차의 경우 연비에 유리한 수동변속기를 선택하는 비율도 높다. 반면 한국에서는 차종을 불문하고 수동변속기를 장착한 차를 찾아보기 어렵다. 지금까지 지켜본 바로는 한국 운전자들은 차를 살 때는 제원표를 꼼꼼히 분석하면서 작은 연비 차이에도 민감한 모습을 보이지만, 정작 차를 구입한 뒤에 운전을 하거나 차량을 관리할 때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차량의 공인연비가 실질적인 주행연비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지금처럼 자동차 제조사의 기술력이 상향 평준화되는 시점엔 배기량이 비슷하고 같은 종류의 연료를 사용하는 모델 사이의 연비 차이는 운전 습관으로 생기는 연비 차이보다 크지 않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최근 여러 시민단체가 ‘에코 드라이빙’ 캠페인을 하고, 자동차 업체가 내비게이션이나 계기판에 연비에 유리한 운전을 유도하는 기능을 넣는 것은 운전습관이 연비에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를 절감했기 때문이다.



 좋은 재료를 썼다고 반드시 최고의 음식이 되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연비가 좋은 차를 샀다는 것만으로 기름값을 절약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말 기름값을 아끼고 싶다면 차를 산 뒤에도 지속적인 관심과 실천이 필요하다.



나이토 겐지 한국닛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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