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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제안한 '한미일 군사훈련'의 배경

중앙일보 2010.12.14 10:19




북한의 '연평도 공격'으로 '중국-북한'에 대응하는 '한-미-일 군사 벨트' 가 수면 위로 떠 오르고 있다. 천안함 피격-댜오위다오(釣魚島. 일본명 센카쿠열도)분쟁-연평도 공격' 으로 동북아 갈등구조가 불거지면서 그동안 잠복해 있던 '한미일 연합 군사훈련'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마이클 멀린 미 합참의장은 9일 일본 도쿄에서 “한국과 일본이 과거 문제를 초월해 한·미·일 3국의 연합훈련이 실현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멀린 의장은 전날 서울에서 중국을 강도높게 비판하며 “한·미 훈련에 일본이 참가하길 희망한다”는 발언보다 한 걸음 더 나갔다.



그동안 한미, 미일 군사훈련은 해마다 실시됐지만 한국과 일본이 군사훈련을 한 전례는 드물다. 태평양에서 열린 '림팩' 대테러 훈련에 다국적 군의 일원으로 참가한 것이 유일하다. '연평도 사태'이후 미국과 일본은 '예리한 칼'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사상최대 규모의 군사훈련이었지만 한국은 옵저버 자격으로만 참가했을 뿐이다.



멀린의장이 군사·외교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안인 한미일 연합 군사훈련을 제안한 것은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훌쩍' 커버린 중국 때문이다. 이미 중동에 전선을 형성하고 있는 미국에게 두개의 전선은 부담이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강력한 삼각벨트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의 입장에는 온도 차가 있다.



중국과 센고쿠 열도의 기싸움에서 밀린 일본은 한미일 군사연합에 매력을 느낀다. 그러나 자위대를 규정한 헌법상의 제약이 따른다. 문제는 한국이다. 일본의 침략을 받은 바 있는 한국에게 일본은 정서적으로 여전히 적국이다. 게다가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을 자극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랜드보고서



멀린의장은 왜 이토록 민감한 사안을 공개적으로 제안했을까. 미국의 국책연구소인 '랜드연구소'가 공군의 의뢰를 받아 작성한 '용의 소굴로 들어가기(Entering the Dragon's lair·2007)'라는 보고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보고서는 '대만사태' 나 '한반도 분쟁'으로 야기된 미국과 중국의 무력충돌 가상 시나리오를 담고 있다.



보고서는 중국 인민해방군은 역사적으로 상상하지 못할 깜짝 놀랄만한 전략으로 승승장구 해왔다고 분석하고 있다. 중국 전략의 핵심은 '접근 억제 전략(Antiaccess strategies)' 이다. 동북아에서 미중간에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중국은 공군력과 미사일을 동원해 한국과 일본 내 미 공군기지를 기습한다. 미사일로 미국 첩보위성을 파괴하고 전자펄스탄(EMP)을 쏘아 미군 통신망을 무력화 시킨다. 또 미사일과 잠수함, 함정을 이용해 동시다발로 미 항공모함을 공격해 격침시킨다.



중국의 접근억제전략은 한국과 일본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기지를 선제타격해 불능화 시키고 본토의 미 주력군이 도달하기 전에 상황을 종료시킨다는 시나리오다. 랜드보고서는 단기전으로 갈 경우 미국이 현재의 동북아 전력으로는 중국에 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지었다. 또 이같은 작전을 북한과 함께 펼칠 경우 한반도의 안전도 보장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군사력







중국은 동북3성과 해안을 따라 공군과 미사일 전력을 꾸준히 증가시켜왔다. 랴오닝성 선양에 있는 제2포병(미사일부대) 51기지 사령부 휘하에 여단급 미사일 부대가 다롄의 진저우, 지린성 퉁화, 산둥성 라이우에 배치됐다. 이들 기지의 주 전력은 '동펑(DF·東風)' 탄도 미사일이다.



특히 산둥선 라이우 822여단에는 사정거리 600km의 DF-15 400기가 배치돼 오산과 군산 미 공군기지를 타겟으로 하고 있다. DF-21C 탄도미사일은 사정거리가 1800km로 한반도 전역은 물론 일본 중부 오키나와 미군기지까지 공격할 수 있다. 이들 미사일은 공산오차(CEP)가 50m로 매우 정밀하다. 이외에도 괌을 사정거리로 하는 DF-25, 세계 어느곳이라도 도달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DF-31A 도 있다.







지난 9월14일 중국인터넷 사이트 동방망(東方網)은 중국 제2포병이 미 항공모함에 대비해 '항모킬러 미사일'로 불리는 창젠(長劍)-10 순항미사일 50-250기를 실전배치했다고 보도했다.이 미사일은 사거리가 1,100km다. 한반도 전체가 사정거리 안에 들어간다. 이 외에도 중국은 세계최초로 지상에서 항공모함을 공격(ASBM )하는 탄도미사일 DF-21D를 개발하고 있다. 미사일 개발이 완료되면 유사시 미 항공모함 전단이 서해로 들어오기 어렵게 된다.



함대함 미사일 '잉지(鷹擊)-62, 83'도 위협적이다. 군함, 폭격기, 해안에서 모두 발사가능한 이 미사일은 낮게 날며 비행노선을 수시로 변경, 레이더로 포착하기 어렵다. 사정 300㎞인 이 미사일은 탄두 무게가 300㎏으로 항공모함 등 대형 군함 공격용이다. 여러 대가 동시에 발사되면 항모의 방공시스템을 교란한다. 한 발만 명중해도 치명적인 손상을 준다.



보고서는 또 중국의 인공위성 공격 시나리오도 제기했다. 중국은 2007년 쓰촨성 시창 우주센터에서 중거리 미사일을 발사해 지구 궤도 850㎞ 상공에 떠 있는 폭 1.5m의 위성을 정확하게 파괴했다. 이때 사용된 미사일이 SC-19다.



공군력도 한국에 큰 위협을 주고 있다. 유사시 한반도 작전에 개입 가능한 선양(2009년 현재)과 주변 군구 30개 연대의 전투기는 총 830여 대다. 현재 한·미 연합 공군 전력 530여 대보다 많다. 북한 공군기 700여 대와 합하면 차이는 더 커진다. 물론 질적 차이는 있지만 버거운 상대다.



그러나 중국의 공군력이 일본의 방공망을 뚫기는 어렵다. 일본은 지리적으로 전투기 작전반경에서 비켜나 있는데다 14대의 조기경보기와 6척의 이스지스함이 있다. 탄도 미사일 방어력도 갖추고 있다. 일본 이지스함에는 대기권 밖에서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SM-3 미사일 있다. 이는 미국과 일본이 공동개발한 것으로 수출금지 품목으로 묶여있기 때문에 한국은 도입할 수 없다. '한미일 군사벨트'가 현실화 될 경우 일본의 방공 전력과 조기경보시스템은 유사시 한국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동북아 갈등구조와 한국·일본



랜드보고서는 미중간 무력충돌이 발생할 경우 한국과 일본은 자신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분쟁에 휘말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북아의 갈등구조는 매우 복잡하고 다층적으로 얽혀 있다. '한국-북한'은 물론 '중국-대만', '중국-일본', '미국-중국' 간의 충돌 가능성이 상존한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라 하더라도 한국과 일본은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끌려 들어갈 수 밖에 없다. 미국이 제안하는 '한·미·일 합동 군사훈련'에는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



한국이 중국을 자극할 것이 분명한 한미일 군사훈련에 서둘러 참가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중국을 압박하는 '카드' 로 활용할 수 있다. '한미일 군사벨트'가 현실화 될 경우 중국의 입장에서는 북서로는 군사대국인 '러시아-인도' 에 맞서야하고 동남으로는 '한·미·일·(대만)' 에 포위되는 최악의 구도가 그려진다. 중국이 북한의 연평도 공격으로 당황해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앙일보 디지털뉴스룸 주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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