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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호 기자의 e스토리] SKT의 ‘냉·온탕’ 송년 분위기

중앙일보 2010.12.14 03:02 경제 9면 지면보기
최근 서울 을지로2가 SK텔레콤 본사 32층 대회의실. 하성민 휴대전화부문(MNO) 사장 등 임원들이 모여 ‘2010년 경영실적 평가회의’를 했다. 순탄치 않은 한 해였는지라 긴장의 빛이 역력했지만 ‘연말 이동통신 가입고객 2500여만 명, 시장 점유율 50.7% 예상’이라는 수치가 담긴 보고서를 펴든 뒤 표정들이 풀렸다. 올 1월 이통시장 점유율 50.7%를 지켰고, 이통 가입자는 100만 명 이상 늘어나 선방이라는 자평이었다.



 SK텔레콤은 국내 최대 이통업체지만 올 상반기 내내 애플 아이폰을 앞세운 KT의 스마트폰 바람몰이에 끌려다녔다. 상반기에는 국산·외산 할 것 없이 아이폰에 맞설 제품이 없어 발을 동동 굴렀다. 첨단 단말기 경쟁에서 밀리자 새로운 주력 이통사업으로 떠오른 무선데이터 서비스에서도 경쟁사를 뒤따라가야 했다. 6월 말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를 내놓은 삼성전자와 공동 보조를 맞추면서부터 시장 1위의 자리를 제대로 수성할 수 있었다.



 상반기에 ‘용궁’을 한번 갔다 온 터라 SK텔레콤의 송년 분위기는 ‘업계 1위의 명성을 고수했다’는 안도감과 ‘길목 지키기(음성통화)에 안주해 변신이 늦었다’는 자성이 섞여 있다. 20년 가까이 1위 업체로 군림하다 보니 도전정신이 약해지고 달콤한 음성통화 매출에 안주해, 세계가 스마트폰 시대로 옮겨가고 있다는 걸 깜빡한 것이다. 하 사장은 요즘 직원들의 노고를 격려하면서도 뼈있는 한마디를 잊지 않는다. “아이폰이 우리에게 얄미운 제품일지 모르지만, 우리나라 이통산업을 한 단계 끌어올린 자극제”라는 이야기다. 스마트폰은 새로운 서비스를 다양하게 만들어 내면서 포화상태라던 국내 휴대전화 가입자 수를 1년간 무려 200만 명 늘려 5000만 명 돌파라는 기록을 이끌었다. SK텔레콤은 하반기 들어 톡톡 튀는 무선데이터 서비스를 잇따라 내놓으면서 이통시장 주도권 회복에 나섰다. 국내 처음 3세대(3G) 이통망에서 데이터를 무제한 쓸 수 있는 ‘콸콸콸’ 서비스와 6만여 건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이하 앱)을 담은 ‘T스토어’, 앱 개발교육인 ‘T아카데미’ 등이 그것이다.



 스마트폰은 통신을 필두로 단말기·소프트웨어·유통·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친 올해의 대표적 정보기술(IT) 어젠다다. 새해에는 애플 아이패드와 삼성전자 갤럭시탭이 주도할 태블릿PC가 또 다른 세상을 맛보게 할 것이다. 아이폰이 촉발한 스마트폰 열풍에 편승하거나 떠밀려 KT·SK텔레콤·LG유플러스 이통 3사는 올해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덕분에 소비자들은 좀 더 값싸고 빠른 무선데이터 서비스를 누릴 수 있었다. 새해에는 또 다른 혁신기기 태블릿PC를 둘러싼 서비스 전쟁이 벌어질 것이다. 국내 통신업계의 분발 덕분에 새해도 좋은 서비스를 값싸게 즐길 수 있길 기대한다.



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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