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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젊은이 그들은 살아있다

중앙일보 2010.12.14 01:42 종합 1면 지면보기



해병대 지원율, 연평도 포격 후 3.5대1 급등
어제 마감 … 가장 힘든 수색병과 21대1 최고





대한민국 청년들의 애국심과 도전정신이 살아있음이 입증됐다. 북한의 연평도 공격 8일 만인 지난 1일부터 실시된 해병대 12월 지원 마감 결과 지원율이 오히려 급증했다. 연평도와 백령도 등 북한의 장사정포와 해안포 사정권에 든 서해 5도의 방어는 현재 해병부대가 전담하고 있다.



 병무청은 12월 해병 모집에 3488명이 지원해 3.57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고 13일 밝혔다. 이는 올 1월의 4.0대 1 지원율을 빼고는 지난 2년간 가장 높은 비율이다. 3월 26일의 천안함 사건 이후 지원 경쟁률이 1.8대 1(4월), 2.1대 1(5월), 1.6대 1(6월)인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해병대 가운데서도 임무가 가장 힘들다는 수색병과엔 11명 모집에 231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가장 높은 21대 1이나 됐다. 해병대 인사 관계자가 전하는 지원 동기엔 젊은이들의 오기가 묻어난다. ‘북한의 연평도 도발이 나의 도전 정신을 자극했다. 피하고 싶지 않다’ ‘천안함과 연평도 도발로 나와 같은 동년배가 죽어 나가는 것을 보고 북한의 실체를 한번 더 생각하게 됐다’ ‘민간인을 향해서도 도발하는 것을 보고 화가 났다. 어떻게든 내가 나라를 지키는 데 기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라의 존망, 역사는 누군가의 희생 없이는 지켜지지 않는다’…. 해병대는 자원자로 채워지며, 근무기간은 현재 21개월여로 육군 입대자와 같다.











 병무청 관계자는 “연평도 도발로 우려했던 지원 취소자도 거의 없어 취소율도 예년보다 하락했다”고 말했다. “요즘 해병대 입대가 서울대 가기보다 힘들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하는 이유다.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은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해병대 지원이 급증한 것은 젊은이들의 의식이 과거의 강요된 애국심이 아닌 자발적인 애국심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실례”라며 “선진국형 애국심으로 진화하는 신선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백 실장은 “올 들어 북한의 도발이 두 차례나 있었는데도 젊은이들이 부모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지원하는 것은 단순한 취향 변화나 객기·호기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해병대 858기로 2001년 전역한 서훈하(30)씨는 “해병대에 지원한 예비 후배들은 자원한 그 자체로 국가관의 기본이 돼 있는 친구들”이라며 “그 수가 점점 많아지는 게 뿌듯하다”고 했다.



나는 이래서 해병대에 지원했다



“북 연평도 공격 뒤 오히려 확고해져 힘들다고 소문난 수색병과 지원”



최준식(19·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1년)



-연평도 포격으로 해병대를 지원하기가 망설여졌을 텐데.












 “북한이 연평도를 공격한 뒤 부모님이 걱정했다. 다시 생각해보라고 했다. 다시 한번 생각해 봤는데 변함이 없었다. 나는 나라에 대한 충성심에 불타는 사람은 아니다. 처음에는 군대에 편히 가고 싶어서 카투사를 지원했다가 되지 않았다. 그러다 기왕에 해병대에 갈 거라면 힘들다고 소문난 수색병과에 지원하고 싶었다. 연평도 사건은 잠깐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지만 오히려 지원 의사는 확고해졌다.”



 -두려움은 없었나.



 “전공이 이과여서 한반도 상황, 정치적인 상황 이런 것을 생각해보지 않았다. 이번에 대한민국이 위험한 나라라는 것을 알게 됐다. 누구라도 나라를 지켜야 하는 것 아닌가. 내가 군에 있을 때도 북한이 도발할 수 있다는 생각, 내가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해병대 교육을 받고 훈련을 하면 정신력도 더 세지고 진짜 해병이 될 것이다. 나라는 반드시 지켜낼 거다. 전쟁이 나도 허무하게 죽고 싶지 않다.”









강원도 평창군 황병산에서 해병대 1사단 수색대대 장병들이 1일 오전 동계훈련을 하고 있다.



-언제부터 해병대 지원을 생각했나.



 “솔직히 어릴 때는 전쟁이 나면 탈영할 것이란 생각을 했다. 내가 왜 죽어야 하나, 가족들과 살아야 하겠다는 생각만 했었다. 지금은 다르다. 한 나라의 역사는 누군가의 희생이 없이는 지킬 수 없다. 내가 군대에 갔는데 전쟁이 나면 목숨을 내놔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주변국에 유린당하는 것 아닌가.”





“군생활 할거면 빡세게 하겠다 생각 … 부모가 만류했지만 내 의지 관철”



류승완(19·한성대 문헌정보학과 1년)



-북한의 연평도 공격이 있었는데 걱정이 되지 않나.












 “그 반대다. 연평도 사건이 터져서 ‘경쟁률이 낮아질 수도 있겠다’고 기대했다. 오히려 늘었다고 해서 실망하고 있다. 킥복싱 유단증이 1월에 나오는데, 지난 9일 원서 접수 때 내지 않으면 고려되지 않는다고 해서 안타깝다.”



 -지원 이유는.



 “분단된 한국에서 남자는 어차피 군에 가야 한다. 기왕 군생활을 할거면 빡 세게 하고 오자고 생각했다. 원래 성격이 외향적이다. 군대 간다는 것은 나라를 지키러 가는 것 아니냐. 육군이나 다른 군의 군기가 상당히 약해졌다는 얘기들이 나오는 것을 보고 해병대로 갈 생각을 했다.”



 -부모님 의사는.



 “누나 둘(28, 26)이 있다. 부모님이 뒤늦게 얻은 막둥이 외동아들이다. 그 위험한 데를 왜 가느냐고 만류했다. 내 의지를 관철시켰다. 주변 모든 분들이 말렸는데, 해병대에 다녀오신 학과 선배 한 분이 대한민국 남자면 다녀올 만하다며 권유했다.”



 -북한을 어떻게 생각하나.



 “이번 연평도 포격은 6·25 이후 가장 큰 도발이다. 그동안 우리가 너무 소극적으로 대응해왔기 때문에 계속 도발하는 것 같다. 이젠 제대로 해야 한다. 사람들이 요즘 젊은이들의 북한에 대한 의식이 약하다고 하는데 내 주변에 그런 친구들은 없다.”



김수정·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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