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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무슨 바보가? … 니만 똑똑하나” … 당정, 예산 수습하려다 얼굴 붉혔다

중앙일보 2010.12.14 01:24 종합 4면 지면보기



고성 주고받은 안상수·윤증현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오른쪽)는 13일 여의도 당사에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나 2011년도 예산에 관해 의견을 나누고 정부 대책을 요구했다. [김형수 기자]



“우리가 무슨 바보가? 니만(너만) 똑똑하나? 니만 걱정하나.”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 6층 안상수 대표실 밖으론 안 대표의 고성이 한동안 새어나왔다.



 “당 대표가 한 게 하나도 반영이 안 됐다. 니에게 예산편성권 있나”라는 얘기도 들렸다. 안 대표가 소리 친 상대는 기획재정부 윤증현 장관과 류성걸 2차관이었다.



 한나라당은 지난 8일 새해 예산안 강행 처리 과정에서 ▶템플스테이(사찰 체험) 지원 ▶소득 하위 70%까지 양육수당 지원 등 당 지도부가 약속했던 예산이 누락된 것과 관련해 정부 예산안 편성 책임자인 윤 장관을 당으로 불렀다.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별도로 기획재정부에 (증액을) 요청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이종구 의원)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당사에 도착한 윤 장관의 태도는 당에서 예상했던 ‘사과 방문’의 모습과는 달랐다. 안 대표와의 회동에 앞서 기자들을 만난 윤 장관은 ‘기재부가 준비할 시간이 부족해 예산 누락이 생긴 게 아니냐’는 질문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재정에서 지켜야 할 기준이라든지 원칙을 당도 존중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만난 안 대표와 윤 장관은 굳은 얼굴로 사진을 찍은 뒤 비공개 회동을 시작했고, 곧 안 대표의 고성이 터져 나오며 당정 갈등이 노출됐다. 회동에서 안 대표는 “당 중점 추진 예산 중 일부가 누락돼 유감”이라며 “현 정권은 한나라당이 만든 정권임을 명심하고 주요 정책에 당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윤 장관을 질책했다. 이 과정에서 윤 장관이 “예산 누락에 기획재정부의 책임은 없다”고 하자 안 대표가 호통을 쳤다고 한다.



결국 45분간의 회동 후 윤 장관은 "당의 중점 추진 예산 중 일부가 결과적으로 누락된 데 유감”이라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안형환 대변인이 밝혔다. 이에 따라 당정은 새해 예산안 단독 처리 때 반영되지 못한 ‘3대 미반영’ 예산인 ▶템플스테이 운영 및 시설지원 예산 ▶춘천~속초 복선전철 건설 ▶재일민단 지원사업을 산하기관 예산 등을 통해 올해 수준으로 보전키로 했다.



 그러나 회동 후 윤 장관은 말문을 닫았다. 반면 안 대표는 “내가 (윤 장관을) 질책 좀 했다”고 말했다. “(윤 장관이) 앞으로 당과 대표의 의견을 전적으로 존중하겠다고 했다”는 말도 했다. 하지만 ‘윤 장관이 사과했느냐’라는 질문엔 “사과는 뭔 사과”라며 말끝을 흐렸다. 비공개 회동에서 안 대표는 사과를 요구했으나 윤 장관은 유감 표명에서 그쳤 다. 안 대표와 윤 장관은 1946년생으로 동갑인 데다 똑같이 경남 마산 출신이고 서울대 법대 동문(안 대표가 1년 선배)이다. 평소 윤 장관과 절친한 사이로 알려진 안 대표가 이날 언성을 높인 건 예산안 강행처리의 후폭풍이 그만큼 거세기 때문이다.



글=강민석·허진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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