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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전통 방법 고집, 김명순 ‘떡의 미학’ 대표

중앙일보 2010.12.14 00:30 경제 22면 지면보기



처음부터 끝까지 손으로 빚지요
엄지손톱만 세 번 빠졌답니다





“밤을 까서 채 썰고 나면 일정 시간 상온에서 수분을 증발시켜야 합니다. 시간에 쫓겨 이 과정을 생략하면 몇십 분 차이에도 떡맛이 달라져요.”



 김명순(55·사진) 대표는 떡을 주문하는 사람이 언제 떡을 쓸 건지 시간을 역계산해서 5시간 전부터 떡을 빚는다. 떡이 됐을 때 반죽과 소가 가장 맛있으려면 걸리는 시간이다.



 “할머니가 음식하길 좋아해서 맛있는 것을 많이 먹어봤어요. 크면서 그 맛을 기억하고 할머니 방식대로 음식을 만들어 보곤 했죠.” 20여 년 전 전통 요리연구가 고 강인희 교수를 사사하면서 본격적으로 ‘한국의 맛 연구회’ 회원으로 전통음식 연구를 시작했다. 한국스타일 박람회 기간에 열리는 ‘다시 찾은 우리 떡 100선’ 전시회에도 참여했다. 120여 가지 떡이 수록된 『흰쌀로 소망을 빚다』에도 김 대표가 만든 떡이 30여 가지 들어간다.



 연희동에서 20여 년간 떡집을 운영했다. 그래서 단골들 사이에서는 정식 상호보다 ‘연희동 떡집’으로 통한다. 아는 사람만 아는 집. 대한민국 1%의 상류층이 김 대표의 고객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 손가락 두 마디만 한 크기의 떡이 한 개에 2000원이 넘는다. 최상의 국산 재료를 쓰기도 하지만 모든 과정을 일일이 손으로 하기 때문에 정성과 시간이 많이 들어간다. 김 대표는 단단한 재료를 잘게 부술 때만 기계인 ‘블렌더’를 사용한다. 그 외에는 모두 수작업이다. 꽈리(공기 거품)가 일도록 떡을 칠 때도 절구공이로 친다. 밤·대추·호두 등 떡에 들어가는 소도 손으로 다듬는다. 가장 고된 일은 호두 속 껍질을 벗기는 일이다. 하얀 속살을 싸고 있는 속껍질을 그대로 쓰면 떡맛이 쓰고 떫다. 김 대표는 이 껍질을 하나씩 손톱으로 밀어 벗긴다. 하루에 한 바구니씩 호두 속껍질을 까고 나면 나중에는 손톱이 덜렁거린다. 엄지손톱이 세 번이나 빠졌다.



 김 대표가 파는 떡은 15종류지만 ‘두텁떡’이 제일 유명하다. 임금님 생일이면 반드시 상에 올려졌다는 떡이다. 만드는 과정이 복잡해서 제대로 만들려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찹쌀가루에 간장과 꿀로 간을 한 후 체에 내린 뒤 고온에서 빨리 볶아야 한다. 이것을 떡 찌는 시루에 한 수저씩 떠놓고 그 위에 잣·호도·유자·밤·대추 등의 견과류를 올린다. 다시 수저로 찹쌀가루를 덮는다. 이때 소복한 봉우리 모양이 생기기 때문에 ‘봉우리떡’이라고도 불린다. 시루에 찌고 나면 납작해져서 모양은 예쁘지 않지만 팥고물과 싸서 먹으면 아주 맛있다.



 그런데 올해는 이 두텁떡 맛을 보는 게 어려울지 모르겠다. 날씨 때문에 팥 수확량이 안 좋다. 지난해보다 팥 가격이 세 배가 뛰었다. 하지만 중국 팥을 쓰거나 하급의 팥을 쓸 생각은 없다. 재료가 시원치 않아 늘 먹던 그 맛이 안 나면 아예 그 떡을 만들지 않는다는 게 김 대표의 고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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