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food&] 우리 떡 100개, 입이 떡~

중앙일보 2010.12.14 00:29 경제 22면 지면보기



미리 보는 한국스타일박람회 특별전



나무가지마다 탐스럽게 핀 이 꽃, 나비, 고추, 가지 등은 모두 떡으로 만든 것이다. ‘꽃떡’이다. 예나 지금이나 부잣집 결혼식 또는 돌잔치에서나 볼 수 있다.





우리는 떡에 대해 얼마나 알까. 지천에 널린 게 떡집이고, 집안의 대소사에 빠짐없이 떡이 등장하니 꽤 알고 있는 듯도 하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떡의 종류를 대라면 10여 가지나 쉬이 댈 수 있을까. 그 종류가 200여 가지가 넘고 떡마다 용처가 따로 있다는데 그걸 다 알기도 어렵다. 이에 ‘한국의 맛 연구회’가 작심을 하고 우리 떡 100개를 재현해냈다. 15~1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한국스타일박람회 특별전을 위해서다. 때로는 주식으로, 때로는 건강식으로, 때로는 장식용으로 쓰였던 다양한 떡들을 미리 만나봤다.



글=서정민 기자

사진=한국스타일박람회 도움말=한국의 맛 연구회



화려한 잔치떡, 속 깊은 사정 있는 떡, 보기만 하는 떡









사진 위부터 꽃송편, 구선왕도고, 석탄병, 진달래화전, 승검초편, 밤설기, 느티떡, 판증편, 매화송편.



‘의례용 떡’이라는 게 있다. 백일·돌·결혼식·제사·차례 등에 상에 올리는 떡이다. 이때 사용하는 떡의 특징은 상징성과 장식성이 있다는 것이다. 상징성 때문에 재료의 사용에도 엄격하다. 예를 들어 백일에 돌리는 백설기는 오직 흰 쌀가루로만 만들고 콩을 넣지 않는다. 오점 없이 깨끗하게 살라는 의미다. 돌떡인 수수경단은 붉은 기운으로 귀신을 물리쳐 액을 막는다는 의미다.



 의례용 떡은 장식성도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다. 상차림을 화려하고 풍성하게 하는 것이 떡의 역할이다. 고임떡이 대표적이다. 상을 받는 이를 축하하고 존경한다는 의미로 편 종류의 떡을 높이 쌓은 게 고임떡이다. 일반적으로는 갖은편(석이편, 대추편, 호박편, 승검초편, 백편) 다섯 종류를 만들어 쌓는데 무너지지 않도록 중간 중간 무거운 찰떡을 섞는다. 궁중의궤에서는 한자 세치(약 39㎝)가 기본이지만 임금보다 더 사치스러웠던 사가에서는 70㎝까지 쌓아 올리기도 했다.



 먹는 게 아니라 보는 떡도 있다. 결혼식이나 돌에 등장하는 꽃떡이다. 절편에 일일이 알록달록 물을 들여 꽃과 새를 만들어 빚어서 나뭇가지나 긴 놋쇠젓가락에 붙여 화분처럼 꾸미는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부잣집이 아니면 만들 수 없는 귀한 떡이다. 잘 말려두면 10년 이상 모습을 간직하기 때문에 잔치가 끝나고 당사자에게 꽃떡을 선물해 집안을 장식하게 하는 게 풍습이다.



 화려한 의례용 떡에는 ‘책례떡’도 있다. 어린 학생들이 책 한 권을 뗄 때마다 이를 축하하며 선생, 이웃과 나눠 먹던 떡이다. 이 떡 역시 한 번 빚은 떡 위에 다시 알록달록하게 물들인 반죽으로 일일이 꽃 모양을 수놓기 때문에 손이 많이 간다.



●꽃떡 멥쌀가루를 쪄서 떡메로 친 다음 절편을 만든다. 이것을 조금씩 떼어 치자·쑥 등으로 각각 물을 들인 다음 꽃·고추·오이·가지·나비 등의 모양을 만들어 나뭇가지에 꽂으면 완성된다.



●승검초편 고임떡으로 올리는 갖은편 중 하나다. 멥쌀가루에 약재인 승검초가루를 섞어 대추·쑥잎 등의 고명을 얹어가며 켜켜로 찐 떡으로 향긋한 약초 냄새가 난다.



●꽃송편 책례떡 중 하나다. 송편을 빚고 각각 치자·오미자 등으로 물을 들인 오색 반죽으로 꽃 모양을 만들어 붙인 다음 찐 떡이다. 특히 추석 햅쌀로 빚은 송편을 ‘오려송편’이라고 부른다.



 다양한 재료, 풍부한 영양 … ‘백설기 빼고는 모두 약떡’



우리 조상들의 떡 재료들을 보면 ‘백설기를 제외한 모든 떡이 약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흰쌀로만 빚은 백설기를 제외하면 모든 떡은 콩을 비롯한 잡곡·과실류·견과류·채소류·한약재·향신료 등을 가미해서 만들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용된 재료들은 맛도 좋게 하지만 다양한 영양소를 공급하는 게 특징이다. 예를 들어 콩떡은 쌀에는 부족한 단백질을 공급한다.



 조상의 영양학적인 지혜는 제철 재료를 건조시키거나 즙을 만들어 반죽한 다음 저장, 보관했다가 떡을 만드는 기술에서도 빛난다. 도행병은 살구를 쪄서 체에 거른 다음 그 과즙을 쌀가루와 섞어 건조시켰다가 겨울철에 해 먹는 떡이다. 맛도 맛이지만 이렇게 먹는 떡은 과일이 부족한 겨울철 비타민C 보충에 도움이 된다. 떡 자체를 건조시켜 가루로 만든 다음 필요할 때마다 죽으로 먹었던 것도 약떡의 특징이다.



●구선왕도고 멥쌀가루에 연육·산약·백봉령·율무·맥아·백변두·능인·시상 등의 한약재를 섞어 찐 것이다. 『동의보감』 『규합총서(1800년대 초엽 한글 가정백과서)』 등에는 ‘어릴 때부터 이 떡을 먹어온 사람은 감기도 잘 걸리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떡으로 먹기보다 건조시켜 가루로 만든 다음 죽을 쑤어 먹는 방법이 널리 알려져 있다.



●석탄병 멥쌀가루에 꿀물·감가루·잣가루·계핏가루·밤·대추·생강녹말 등을 넣어 버무린 뒤 녹두고물을 얹어가며 켜켜로 안쳐 찐 떡이다. 『규합총서』에는 ‘강렬한 맛이 차마 삼키기 아까운 고로 석탄병(惜呑餠)이다’라고 적혀 있다. 애석할 석, 삼킬 탄. 즉 한 입 삼키기에도 아까울 만큼 맛있고 기운에 좋은 떡이라는 말이다.



●밤설기 멥쌀가루에 밤가루를 섞어 시루에 안쳐 찐 떡으로 고려시대에 성행했다. 떡을 말려서 고운 가루로 만든 다음 물을 붓고 끓인 암죽은 요즘의 이유식 대용이었다.



 진달래·쑥·무 … 제철 재료로 먹던 풍류음식, 세시떡



농경 국가였던 우리나라는 계절마다, 시절마다 지켜온 세시풍속이 있다. 절기마다 신과 자연에 감사하며 독특한 음식을 해 먹었는데 이게 ‘절식’ 또는 ‘세시음식’이다. 떡은 시절식에서 빠져서는 안 되는 중요한 음식이었다. 세시떡의 대표적인 특징은 달마다 신선한 제철 재료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청명과 한식 즈음에는 산과 들에 풍성한 쑥을 뜯어 쑥단자를, 4월 초파일에는 이제 막 돋은 느티나무 새싹을 이용해 느티떡을, 10월 상달에는 달콤하게 속이 꽉 찬 무로 무시루떡을 만들었다.



 세시떡은 자연을 즐기는 멋과 풍류의 음식이기도 하다. 3월에는 진달래화전을, 4월에는 장미화전을, 9월에는 국화전을 만드는 게 풍습이다. 말하자면 세시떡은 산과 들의 그때그때 풍경을 밥상에 올려 즐기는 작은 화폭이다.



●진달래화전 3월에 먹는 떡으로 두견화전·두견전병으로도 불린다. 찹쌀가루를 익반죽해서 둥글게 빚은 다음 그 위에 진달래 꽃잎을 한 장씩 올리고 부쳐 지진다.



●느티떡 4월 초파일에 먹는 떡이다. 느티나무의 새싹을 따서 쌀과 함께 섞은 다음 거피팥고물로 켜를 두어 찐 떡이다.



●무시루떡 10월 떡이다. 찹쌀가루에 굵게 채 썬 무와 팥고물을 켜켜로 놓아 가며 찐 떡이다. 시원하고 달콤한 무는 쌀의 소화를 돕는 역할도 한다.



 한국의 맛 연구회는 …



반가음식, 세시음식, 평생의례음식, 향토음식, 떡과 과자, 김치, 장 등 우리 전통음식을 계승·보존하는 비영리단체다. 현재 200여 명의 회원이 고문헌 연구를 통해 귀한 유산인 전통음식을 발굴, 재현하는 일과 전통음식 전수자 교육 및 출판, 전시회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이번 ‘한국스타일 박람회(관람료 5000원, www.koreathestyle.com, 02-398-7992)’에서 ‘다시 찾은 우리 떡 100선’ 전시를 한다. 동시에 120여 가지 전통 떡을 소개하고 만드는 법까지 적은 『흰쌀로 소망을 빚다』도 출판한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