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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회 술자리 사고 … 업무상 재해 판단은 ?

중앙일보 2010.12.14 00:23 종합 18면 지면보기



공식 2차 갔다 계단 굴러 부상 업무상 재해
따로 뒤풀이 가 실족사 한 경우 재해 인정 안 돼





송년회의 계절이다. 잦은 술자리는 음주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만약 회사 송년회 때문에 사고를 당했다면 ‘업무상 재해’일까. 법원은 ▶조직의 장이 모임을 주최하고 ▶직원 대다수가 참석했으며 ▶법인카드 등 회사 경비로 회식 비용을 지불했다면 ‘사업주의 지배·관리 아래 열린 모임’으로 보고 업무 관련성을 인정하고 있다.



 송년회 2차 회식장소 입구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다친 김모(35)씨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았다. 2008년 서울행정법원 행정4단독 박정수 판사는 “2차 회식도 30명 중 28명이 참석했고 부서장이 주관했으며 회사가 비용을 부담했다”며 “회사 공식 송년회의 연장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송년회에서 너무 과음을 한 탓에 귀갓길에 실족한 뒤 방치되다가 결국 저체온증으로 사망한 경우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았다. 2007년 대구지법 행정부(부장 이기광)와 지난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 서태환)가 유사한 사건에 같은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사업주 지배·관리 하의 회식 과정에서 근로자가 주량을 초과해 음주를 한 나머지 정상적인 거동이나 판단능력에 장애가 생겨 부상·질병·사망 등의 재해를 입게 됐다면 업무상 재해”라고 밝혔다.



 그러나 사업주가 말렸는데도 근로자가 자발적으로 과음을 했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수 없다. 지난해 대전고법 행정1부(부장 장석조)는 2차 회식 장소로 가는 도중 쓰러져 머리를 다친 설비기사 박모(54)씨에 대해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야간 근무를 함께하는 동료들은 모두 근무지로 복귀했는데 혼자만 만취하도록 술을 마셨고 비번인 사람들끼리만 가는 비공식적인 2차 자리까지 따라 나섰다는 이유였다.



 ‘원하는 사람만 가는’ 2차 회식도 업무 관련성을 인정받지 못한다. 지난해 부산지법 채동수 판사는 부장급 아래만 모인 2차 회식 이후 바다에 빠져 사망한 조모(33) 계장의 경우는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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