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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살려고 추운 남극 바다까지 갔는데 … ”

중앙일보 2010.12.14 00:20 종합 18면 지면보기



침몰 원양어선 선원 가족들 표정
생존자 부모도 “아직 안심 못 해”
선사 측 “사고 원인 파악 안 돼”





13일 오전 남극 해역에서 조업하다 침몰한 614t급 원양어선 제1인성호의 선사인 인성실업㈜ 부산지사는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 회사는 제1인성호가 침몰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곧바로 대책회의를 열어 사고수습에 들어갔다.



 선사 측은 기상악화를 사고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이 배는 지난달 21일부터 남극해역에서 1차 조업을 마치고 조업지점을 옮기다 사고를 당했다. 2차 조업지점에서 조업을 끝낸 뒤 내년 3월 초 우루과이나 뉴질랜드로 입항할 예정이었다.



 선사 관계자는 “현재는 생존자를 구조하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어서 사고원인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인성호가 원양어선치고는 큰 배인 데다 현지에서 꼼꼼하게 정비를 마치고 출항했기 때문에 선체 이상은 아닌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영섭 선장의 처남 김선수(50)씨는 “TV 뉴스를 보고 달려왔다”면서 “얼마 전 전화 통화에서 매형이 ‘배를 그만 타고 싶다’고 말했었는데 이런 사고가 나 안타깝다. 먹고 살기 위해 그 차갑고 먼 남극까지 갔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어황 연구를 위해 국립수산과학원 위촉연구원으로 배를 탔다가 실종된 김진환씨의 어머니는 입을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물만 흘렸다.



 한국인 선원 가운데 유일하게 생존이 확인된 선원 김석기씨의 부모는 “지옥과 천당을 왔다갔다하는 기분”이라며 “아들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약을 먹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돌아오기 전에는 안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고 선박은 선원 1명당 1억9000만원의 선원보험과 300만 달러의 선체보험에 들어 있다. 제1인성호의 선주사인 인성실업은 1986년 설립됐으며 남·북태평양, 대서양, 인도양에서 트롤, 저연승, 채낚기 등의 어업을 주로 한다. 2000년에는 3000만 달러 수출탑을 수상했다.



◆사망자 명단=▶최의종(33·1등 항해사 ) ▶하종근(48·1등 기관사 ) ▶조디(28·선원·인도네시아) ▶도디 푸노모(23·선원·인도네시아) ▶엔구에 트엔(24·선원·베트남)



◆한국인 실종자=▶유영섭(45·선장 ) ▶안보석(53·기관장 ) ▶문대평(50·1등 기관사 ) ▶조경열(55·조리사 ) ▶김진환(37·옵서버 )



부산·인천=정기환·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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