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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한제 전후 주택 공급 들쑥날쑥 … 친환경 공사비, 분양가 반영 힘들어

중앙일보 2010.12.14 00:16 경제 2면 지면보기
부작용 # 1


미분양 사태로 건설사들 휘청
‘보금자리’로 민영주택 더 위축
에너지 25% 줄인 수도권 아파트
추가비 3.3당 3만원씩 못 받아

주택 공급은 수요에 비해 많든 적든 매년 일정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 주택시장이 안정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그런데 상한제를 민간택지로 확대하면서 이런 기본 흐름이 깨졌다.



 정부는 2007년 9월 민간택지로 분양가 상한제를 확대했지만 이미 진행되고 있는 사업(2007년 9월 이전 사업승인 신청하고 12월 이전 분양승인 신청한 경우)에 대해서는 상한제 적용 대상에서 빼줬다. 그러자 건설업체들이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사업을 서두르면서 그해 말 공급이 한꺼번에 몰렸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2007년 민영주택의 인허가 건수는 39만8803가구에 이른다. 전년보다 7만여 가구가 늘어난 것으로 2003년(46만4860가구) 이후 최대치다. 공급이 한꺼번에 몰린 데다 주택시장이 위축되면서 이듬해는 미분양이 속출했다. 2008년 말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16만5599가구로 정부가 미분양 집계를 시작한 1993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분양으로 유동성 위기에 몰린 건설업체가 잇따라 문을 닫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다음에 나타났다. 2007년 이후 공급이 급격히 감소한 것이다. 2008년 인허가를 받은 민영주택은 전년의 절반이 조금 넘는 23만 가구에 그쳤다. 익명을 요청한 한 주택건설업체 주택사업담당 임원은 “공급이 끊긴 데는 주택시장이 위축된 영향도 있지만 무엇보다 상한제로 인해 건설업체들의 기업 활동 의지가 꺾인 탓이 크다”고 말했다. 상한제가 주택 공급 물량을 집중시키거나 감소시키는 기형적 현상을 초래한 것이다. 민영주택 공급이 급감하면서 수급 불균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정부는 2008년 보금자리주택 건설 계획을 내놓았다. 민영주택 못지않은 입지여건을 갖춘 값싼 공공주택을 대거 공급해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복안이었다. 하지만 값싼 보금자리주택의 등장으로 기존 주택시장은 물론 민영주택 시장을 더 위축시켰다.



 기존 주택시장은 거래가 끊기고 미분양은 쌓여 갔다. 민영주택의 공급도 더 위축됐다. 한국주택협회 김동수 정책실장은 “값싼 보금자리주택의 등장으로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민영주택의 설 자리가 좁아진 것”이라며 “분양가 상승을 막겠다고 내놓은 상한제가 주택 수급 시장을 교란한 셈”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이를 인정한다. 그래서 보금자리주택 시행 1년여 만인 올 8월 29일 보금자리주택 공급 물량을 재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2007년 이후 공급이 확 줄어 당장 내년에도 전세난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서울의 경우 내년 입주 물량이 1만7800가구로 올해(3만1300여 가구)의 56% 정도다.



 2012년에는 9500여 가구로 더 줄어든다. 한양사이버대 부동산학과 지규현 교수는 “공급이 부족하다고 당장 늘릴 수 없는 게 문제”라며 “지금이라도 시장을 왜곡할 수 있는 규제를 풀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는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부작용 # 2



정부는 2020년까지 신재생 에너지 설비를 갖춘 그린홈 100만 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12년부터 냉난방 에너지를 지금보다 50% 줄인 주택을 내놓는다고 공언했다. 그린홈은 화석 에너지 사용량을 크게 줄인 주택이다.



 민간 건설업계는 진작부터 그린홈 공급을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했다. 대우건설·대림산업·삼성물산 등 대형 업체들은 관련 기술을 이미 확보했고 어느 정도 상용화에도 성공해 일부 지역에서는 공급에 나섰다. 하지만 공급 활성화까지는 문제가 하나 있다.



 그린홈은 기본적으로 신소재 등을 사용해 새는 에너지를 줄이고, 태양·풍력발전설비 등으로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해 쓰는 구조다. 결국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이 관건인데 이를 위해서는 성능이 좋은 마감재나 비싼 설비 등을 들여야 한다. 건축비 상승이 불가피한 것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 토지주택연구원이 분석한 결과 전용 85㎡ 아파트의 경우 에너지 절감률을 25% 수준으로 올리면 건축비가 지금보다 160만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 절감률을 35%로 늘리면 공사비는 1722만원이 더 든다. 그래서 정부도 그린홈 주택에는 상한제상 건축비를 어느 정도 보전해주고 있다.



 2009년 이전에 지어진 주택보다 에너지 사용량을 전용 60㎡ 이하는 15%, 그 이상 주택에서 20% 줄인 경우 추가 비용을 가산비로 인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투자 비용 등을 제대로 인정받을 수 없어 오른 건축비를 보전하기 어렵다. 올 초 수도권의 한 공공택지에서 에너지 사용량을 25% 정도 줄인 아파트를 공급한 A사는 추가 비용을 다 인정받지 못했다. 그린홈으로 짓기 위해 추가로 든 건축비는 3.3㎡당 평균 13만원 정도였지만 가산비로 인정받은 금액은 3.3㎡당 10만원이었다. 3.3㎡당 평균 3만원을 손해 본 셈이다. 이 때문에 또 다른 한 대형업체도 상용화 기술 개발로 경제성을 확보했지만 그린홈 공급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상한제 폐지 여부를 지켜본 뒤 공급에 나서겠다는 생각이다.



 국토해양부 주택건설공급과 배재익 사무관은 “가산비 인정 범위 등을 명확히 정한 게 아닌 만큼 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분양가심의위원회의 판단이 중요하다”며 “업체 측에서 제시한 상승 비용을 다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금은 그린홈을 지으면 지을수록 손해인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 5월에는 친환경으로 지으면 상한제 대상에서 제외해 주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법안을 낸 한나라당 신영수 의원은 “녹색성장을 위해서라도 친환경 주택만큼은 상한제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그러나 건설업체들은 상한제가 폐지될 때까지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는 처지다. 그린홈은 미래 주택 산업의 핵심 분야이기 때문이다. B사의 한 임원은 “시장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손해를 보더라도 꾸준히 시범 공급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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