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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분양가는 못 내리고 전세난 부채질 … 좋은 집 R&D 투자도 막아

중앙일보 2010.12.14 00:13 경제 2면 지면보기



[스페셜 리포트] 분양가 상한제, 그 후 3년



인천 송도경제자유구역에서는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는 아파트와 그렇지 않은 아파트가 뒤섞여 들어서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 법안이 국회에서 장기 표류하는 동안 주택 수요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이 법안은 2009년 2월 발의됐다. [포스코건설 제공]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규제 개혁 과제 2위에 올랐다. 이유야 어떻든 민영주택 값까지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건 반시장적 제도라는 것이다. 건설업체들은 민간택지 상한제는 시행 의도와 달리 가격 인하효과가 없고 수급시장을 교란해 전세난을 가중시켰다고 입을 모은다. 게다가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친환경 주택 건설에도 상한제는 걸림돌이 된다며 불만이 많다. 정부와 여당은 민간택지 상한제 폐지안을 국회에 올렸지만 2년 가까이 잠자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민간택지 상한제, 시행 3년 만에 왜 이런 신세가 됐을까.



2005년 신도시 등 공공택지에 상한제를 도입한 정부는 재미를 톡톡히 봤다. 2006년 상반기 분양된 판교신도시 중소형(전용 85㎡ 이하) 아파트 분양가가 상한제 덕에 주변 시세보다 30% 정도 싸진 것이다. 효과를 본 당시 정부는 상한제를 민간택지로 확대하면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20% 정도 내려갈 것으로 확신했다. 그러면서 상한제가 적용되는 민영주택의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도 공공택지 수준으로 크게 강화했다.



 # 정부·업계 “한계 드러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민간택지에서의 상한제 효과는 기대 이하였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분양가 인하 효과는 적은데 공급을 집중시키거나 감소시켜 주택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는 게 건설업계의 주장이다. 지난해 말 서울에서는 처음으로 민간택지 상한제가 적용된 광진구 광장힐스테이트는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조금 비싼 3.3㎡당 2500만원 선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경기도 고양시 일산위브더제니스는 1690만원으로 주변 시세(3.3㎡당 1200만원 선)를 크게 웃돌았다. 새 아파트여서 품질이 낫다는 변명을 했지만 시장에서는 통하지 않았던 셈이다. 지방 아파트도 마찬가지였다. 쌍용건설이 2008년 5월 대구시 북구에서 분양했던 단지는 3.3㎡당 792만원으로, 구청이 채권입찰제 적용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조사한 주변 시세(800만원 선)와 별로 차이가 나지 않았다.



 정부의 공언대로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확 내려갈 것으로 기대했던 수요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일부 단지를 제외하고는 여전히 미분양에 시달리고 있다.



 상한제가 민간택지에서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구조적 문제가 있다. 상한제가 적용된 민간택지의 땅값은 택지조성원가로 땅값을 매기는 공공택지와 달리 주변 시세를 기준(감정평가)으로 정한다. 주변 집값(땅값) 이하로 가격을 정할 수 없는 것이다.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 박사는 “분양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땅값은 그대로 두고 건축비만 제한하는 것이므로 민간택지에서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마당에 2007년 이후 집값이 약세를 보이면서 더 힘이 빠졌다. 상한제의 기본 기능은 집값이 오를 때 아파트 분양가 상승을 억누르는 것인데 떨어지는 바람에 상한제의 존재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한국주택협회 김동수 정책실장은 “값을 더 내려도 안 팔리는데 상한제가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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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처럼 효과는 작은데 부작용은 크니 폐지해야 한다는 게 건설업계와 정부·여당의 주장이다. 국토해양부 정종환 장관은 최근 한 조찬 강연에서 “상한제를 도입하면 분양가는 일부 억제될지 모르지만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플러스보다 마이너스가 많다”고 평가했다.



 대한건설협회 조준현 계약제도실장은 “상한제로 인해 주택 공급이 들쑥날쑥해지면서 전세난이 가중되는 등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며 “무엇보다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반시장적 제도인 만큼 없애는 게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 야권 “시장 살아날 때 대비해야”



 반면 민주당 등 야당은 공공택지만큼은 아니지만 민간택지에서도 분양가 상승 억제 효과가 분명히 있다고 주장한다. 가령 이런 경우다. 현대산업개발이 최근 용인시 수지구에서 내놓은 성복아이파크는 분양가가 3.3㎡당 평균 1320만원이다. 이는 주변 시세 수준이지만 2007년 인근에서 나온 비상한제 단지보다는 3.3㎡당 300만원 싸다.



 그러나 주택업계는 최근의 분양가 인하 효과는 시장 침체에 따른 결과물이지 상한제와는 상관없다고 주장한다. 피데스개발 김승배 사장은 “상한제를 적용하지 않았더라도 최근의 위축된 청약 분위기에서는 분양가를 적정 수준에 맞출 수밖에 없다”며 “가격은 제도가 아니라 시장논리를 따라가게 마련”이라고 주장했다.



 야당의 반대 명분은 상한제 폐지 이후다. 만약 시장이 살아나면 ‘분양가 상승→집값 불안→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되풀이할 수 있다는 우려다. 민주당이 “상한제가 집값 안정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상한제 폐지 반대를 당론으로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민주당 이용섭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상한제 폐지 여부는 분양가가 적정 수준으로 책정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지고 건설업체들의 자율 통제 노력이 이뤄졌을 때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당의 반대로 지난해 초 한나라당이 발의한 민간택지 상한제 폐지 법안은 지금까지 법안심사소위에서조차 처리되지 못했다. 건설업계로부터 대표적 ‘규제 말뚝’으로 지목된 상한제 폐지안이 장기간 표류할 처지에 놓였다.



황정일 기자



◆분양가 상한제=정부가 아파트 분양가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리지 못하게 제한하는 제도다. 상한제가 적용된 단지는 땅값에 정부가 내놓은 표준형 건축비를 더해 분양가를 정해야 한다. 전용 85㎡ 초과는 이렇게 정한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20% 이상 싸면 채권입찰제를 실시해 분양가를 주변 시세의 80% 선에 맞춘다. 지난 정부는 2005년 공공택지에 상한제를 적용하다 집값이 급등세를 보이자 2007년 9월 민간택지로 확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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