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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15년 동안 모은 동전 … 100만7700원 어려운 이웃 위해 써주세요”

중앙일보 2010.12.14 00:12 종합 35면 지면보기



농부 안종철씨 기부





초겨울 바람이 매웠던 10일 오전 인천 강화군 내가면사무소. 점퍼 차림에 머리가 희끗희끗한 60대 남자가 두 손에 묵직한 보따리를 들고 와서는 민원 접수대에 올려놓았다. 직원들이 보따리를 풀어보니 네 묶음의 검은색 비닐봉지들이 쌓여 있었다. 봉지들마다 10원, 50원, 100원, 500원짜리 동전들이 따로따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변변치 않지만 저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써 주세요.” 내가면 외포리에서 농사를 짓는 안종철(65·사진)씨였다. 그가 가져 온 동전들은 가족들이 함께 15년 동안 모아 온 것이었다. “오래전부터 어려운 이들을 돕고는 싶었지만 남들처럼 뭉칫돈을 내놓을 형편이 못돼서…”라며 수줍어했다.



 동전 모으기를 시작했던 1996년 겨울, 안씨는 외포1리 이장을 맡고 있었다. 100여 호 남짓한 마을에도 어려운 사람이 적지 않았다. 자식들은 있지만 사업실패 등으로 연락이 끊어져 기초생활수급자 혜택도 못 보는 노인들도 있었다. 스스로 몇 마지기 논 농사로 생계를 꾸려가는 터라 봉지 쌀을 전해 주거나 산에서 땔감나무를 해 주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 무렵 행상을 하는 할머니가 불우이웃 돕기로 300만원을 내놓았다는 보도를 보고 아이들과 함께 동전 모으기를 시작했습니다.” 창고에 있던 커다란 반닫이 함을 거실에 옮겨놓고 가족 모두가 들며 나며 채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가끔 지폐도 넣어 보았지만 용돈이 궁할 때는 꺼내 쓰기도 해 아예 동전만 모으기로 했다. 이달 들어 반닫이 밑바닥이 동전 무게를 이기지 못해 쳐지기 시작했다.



 면사무소를 찾기 하루 전 안씨는 아침부터 반닫이를 쏟아붓고 동전들을 분류하느라 거의 하루를 보냈다. 얼만지는 모르는 채 저울에 달아보니 35㎏이었다. 보따리를 전해 받은 면사무소 직원들이 모두 달려들어 세어보니 모두 100만7700원이었다.



 안씨는 그날부터 동전 모으기를 다시 시작해 현재 3000원 정도를 모았다고 한다. 그는 “내 욕심만 쳐다보면 남의 처지 생각할 여유가 없어진다”며 마음이 가볍다고 했다. 내가면은 이 돈으로 면내 어려운 사람들에게 연탄이나 난방용 기름을 지원할 계획이다. 강화=



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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