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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1m에 1원씩 모아 ‘사랑의 연탄’ 배달

중앙일보 2010.12.14 00:11 종합 35면 지면보기



동갑 친구 박현용·이준섭씨



박현용(왼쪽)·이준섭씨는 마라톤대회에 나갈 때마다 1m에 1원씩 적립했다가 연말마다 연탄을 구입해 저소득층에게 배달해준다. [성균관대 제공]



서울 종로구에서 귀금속 가게를 운영하는 동갑내기 박현용(39)씨와 이준섭(39)씨는 ‘마라톤 친구’다. 박씨는 4년 전 소개팅에서 만난 여성으로부터 “뚱뚱한 사람은 싫다”며 거절당한 적이 있다. 이때 충격을 받고 운동을 시작했다. 원래 100㎏이던 몸무게를 달리기로 두 달 만에 70㎏까지 줄였다. 박씨의 건강해진 모습에 자극받은 이씨도 운동을 시작했다. 둘은 함께 한강을 달리며 친해졌고 마라톤의 매력에 빠졌다.



 본격적으로 마라톤을 시작하면서 박씨는 ‘달릴 때마다 1m에 1원씩 적립해 어려운 이웃을 돕고 싶다’고 제안했다. 이씨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두 사람은 마라톤 대회에 나갈 때마다 달린 거리만큼 적립해 나갔다. 풀 코스(42.195㎞) 기준으로 한 번 뛸 때마다 4만2195원씩, 두 사람이 합쳐 8만4000원 정도를 모은 셈이다. 하프 코스나 10㎞를 뛸 때에도 적립을 계속했다. 두 사람은 매년 60만~70만원 정도를 모았다.



 2007년 첫해에는 두 사람이 적립한 돈에 상가 동료 2명의 후원금을 보태 150만원으로 연탄 3000장을 마련했다. 이 연탄은 아현동과 후암동·상암동의 저소득층 주민들에게 전달됐다. 두 사람은 2008년에는 2000장, 지난해에는 3000장을 상계동 주민들에게 배달했다.



 두 사람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올해는 후원금을 내는 상가 동료가 20여 명으로 늘었다. 덕분에 올해는 265만원을 모아 연탄 5300장을 마련했다. 이들은 지난달 28일 판자촌인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을 찾아 한 가구에 100장씩 연탄을 배달했다. 성균관대 통계학과 홍종선 교수와 제자 11명이 배달을 도왔다. 홍 교수 역시 박씨의 마라톤 동료로 대회에서 자주 만나며 친해졌다. 박씨는 “올해 연탄 배달에는 상가 동료가 많이 오지 못했는데 홍 교수님과 학생들 덕분에 수월하게 일을 마쳤다”고 말했다.



 박씨의 올해 마라톤 완주 기록은 3시간 19분. 아마추어로서는 뛰어난 기록이다. 2007년 처음 완주했을 때의 기록인 4시간 14분보다 한 시간이나 단축했다. 박씨는 그 비결로 “함께 뛰는 친구와 도울 이웃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달리다가 힘들어 포기하고 싶을 때면 ‘내가 조금만 더 뛰면 더 많은 연탄을 전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을 다 잡는다”고 말했다. 박씨는 내년에 더 열심히 뛰어 1000만원을 적립해 연탄 2만 장을 마련하는 게 꿈이다.



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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