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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배출권 거래제 도입해야

중앙일보 2010.12.14 00:09 종합 37면 지면보기






조홍식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법률안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산업계와 정부 사이뿐 아니라 산업계 내부, 정부 내 관련 부처 사이에서도 서로 다른 입장이다. 새로운 제도의 도입은 경제주체들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고, 이들을 관장하는 정부의 각 부처 또한 이런 재분배효과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정책결정의 기준은 ‘국민 전체’의 이익일 수밖에 없다. 온실가스 감축은 우리 정부가 우리 국민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 그 이행을 약속한 자발적 의무다. 우리나라는 기후변화와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녹색성장을 국가비전으로 제시하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녹색성장기본법을 입법했으며, 온실가스 총배출량을 2020년까지 배출전망치 대비 3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한 바 있다. 지난달 채택된 주요20개국(G20) 서울선언문에도 녹색성장을 위한 협력방안을 포함시킨 바 있다. 대한민국은 이미 국제사회에서 녹색성장의 아이콘이 되었고, 약속을 식언할 수 없는 입장이다.



  온실가스 목표관리제는 기업이 정해진 배출량의 상한을 지키지 못할 때 제재를 가하는 ‘직접 규제’의 전형이다. 직접 규제는 집행이 간편하지만 기업이 온실가스를 기준 이하로 감축해도 보상이 없기 때문에 기술개발에 대한 인센티브가 없다. 반면 배출권 거래제는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있는 기업들로 하여금 온실가스 배출권을 매매하도록 허용함으로써 감축목표 이행에 드는 비용을 최소화한다. 또한 기업들은 돈 되는 배출 감축 기술의 개발에 자연스럽게 매진하게 될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배출권거래제에 의한 감축 비용은 직접 규제에 소요되는 비용의 40% 정도에 불과하다. 이것이 의무감축국이 아닌 미국과 일본이 자발적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고 있는 까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계가 반대하는 이유는 배출권거래제로 인해 추가로 부담하게 될 비용 때문이다. 정부는 배출권의 초기 무상할당 비율을 90%로 정하고 이후 순차로 그 비율을 낮추기로 결정했는데, 이로 인해 배출 기업은 배출권의 일부를 구입해야 한다. 이 때문에 배출권거래제의 도입 시기가 논의되고, 배출권의 할당, 보조금제도가 주장되는 이유다. 배출권거래제 논의는 헤게모니 다툼이 아닌 합리적이고 공정한 배출권 규칙의 제정에 모아져야 한다.



 인터넷의 발명으로 남북 아메리카 크기의 새로운 시장이 생겼다고 한다. 대한민국은 정보기술(IT)로 무장한 덕분에 이 새로운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다. 기후변화로 인해 또 다른 시장이 탄생·성장하고 있다. 배출권거래제에 기반을 둔 탄소시장은 연평균 2배 이상 증가했으며 거래금액은 2009년 약 170조원에 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사용의 증가속도가 경제성장보다 큰 에너지집약적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녹색기술은 선진국과 경쟁하기에 버거운 수준이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배출권거래제가 정착돼 산업계에 적절한 녹색 시그널을 보냄으로써 저탄소 녹색기술에 대한 연구개발 및 투자를 촉진해 녹색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되기를 기대한다.



조홍식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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