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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프리미엄 내곤 못 사겠다는 뜻

중앙일보 2010.12.14 00:07 경제 7면 지면보기
정부가 추진 중인 우리금융지주 민영화가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정부가 보유한 우리금융 지분(56.97%)을 인수할 유력 후보로 꼽혔던 우리금융 주도의 컨소시엄이 입찰 포기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달 말 실시할 예비입찰 날짜를 정하려던 정부 입장에선 민영화 전략을 다시 짜야 할 상황에 몰렸다.


[뉴스분석] 예비입찰 불참 선언, 왜

 또 분리매각 여부를 확정하지 않은 경남·광주은행의 처리 방안도 정해야 한다. 현재로선 정부가 우리금융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밝혔던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와 ‘조속한 민영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없게 됐다.



 ◆우리금융의 압박=우리금융은 애초 과점주주로 구성된 컨소시엄을 만들어 정부 지분을 전량 인수한다는 구상이었다. 매각 대상이 투자자를 모아 스스로 주인이 되겠다고 나선 것은 국내 금융권 인수합병(M&A)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이를 위해 우리금융 우리사주조합으로 구성된 우리사랑컨소시엄과, 우리은행 중소기업 고객으로 구성된 W컨소시엄을 만들어 지난달 26일 입찰의향서(LOI)를 냈다.



 10조원 정도의 자금을 마련해 경남·광주은행까지 한꺼번에 인수하겠다고 밝혔지만 경영권 프리미엄과 유효경쟁이란 조건이 장애가 됐다. 우리금융 컨소시엄은 13일 오후 “유효경쟁과 경영권 프리미엄이라는 조건이 완화되지 않으면 예비입찰에 불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두 번째로 낸 자료에선 두 가지 조건을 삭제한 채 “조건을 맞출 수 없어 예비입찰에 불참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첫 번째는 조건부였지만 두 번째 자료에선 불참을 못박은 것이다. 정부 측이 요구 조건을 들어줄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입장을 명확히 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이 입찰 불참을 선언한 것은 경쟁입찰을 통해 우리금융을 사갈 수 있는 곳이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26일 우리금융 인수와 관련해 의향서를 낸 11곳 중 우리금융 주도의 2개 컨소시엄을 제외하면 대부분 사모펀드들이다. 토종 사모펀드인 보고펀드와 미국의 칼라일, MBK파트너스, 어퍼니티(홍콩) 등이다. 시장에선 우리금융 컨소시엄 이외에 다른 곳은 독자적으로 정부 보유지분의 절반을 인수할 능력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분 분산 매각할까=공은 이제 정부로 넘어왔다. 금융위원회 측은 “공자위에서 검토를 해서 대응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묘수를 찾기가 쉽지 않다. 벌써부터 우리금융 내부에선 정부 보유 지분을 단계적으로 분산 매각하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공적자금 회수의 극대화를 포기하고 조속한 민영화에 중점을 두라는 무언의 요구다. 우리금융 입장에선 분산 매각이 이뤄지면 기존 우리금융 컨소시엄 투자자들이 시가에 우리금융 주식을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기하는 셈이어서 정부엔 부담이 적잖다. 익명을 원한 정부 관계자는 “분산매각을 하려고 했다면 입찰이라는 번거로운 방법을 택할 이유가 없었다”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문제는 우리금융의 자회사인 경남·광주은행만이라도 분리 매각을 하느냐다. 우리금융과 달리 경남·광주은행은 국내 지방은행과 지역 상공인들이 참여해 경쟁 입찰이 성립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금융의 덩치를 줄여 앞으로의 매각을 쉽게 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지방은행 매각만으론 우리금융 민영화라는 목표를 달성했다고 보긴 힘들다는 한계가 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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