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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평범’ 쿵제류의 진면목, 56∼58

중앙일보 2010.12.14 00:05 경제 19면 지면보기
<본선 16강전> 

●·쿵제 9단 ○·이창호 9단











제5보(52∼58)=52로 두어 하변 집을 깨끗하게 지어준 것은 좀 후하다 싶지만 쿵제 9단은 만족하고 있다. 54라고 하는 마지막 큰 곳이 저쪽에서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빙 돌아간 흑 집은 아래 위 합쳐 55집 정도. 흑은 먼저 50집을 돌파했지만 늘어날 집은 거의 없고 좌상 흑▲ 들이 미생이다. 백은 중앙과 상변이 15집 언저리니까 좌변에서 35집 이상을 만들면 된다. 계산서는 안 좋다. 쿵제의 질긴 뒷심을 생각할 때 이창호 9단의 여정이 꽤 팍팍해 보인다.



 55로 삭감할 때 56이 쿵제류의 특이 감각이다. 보통은 A 방면을 두기 마련인데 쿵제는 그냥 한 칸을 뛰고 있다. 그 단조로움에 동화됐을까. 이창호 9단이 57로 비스듬히 날아간다. 하지만 가장 쉽게 58로 지켜버리니 백의 확정가는 벌써 목표치를 넘어서는 느낌이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이 57이 승부의 중요한 분수령이었다. 포석에서 밀린 흑은 눈 감고 B까지 가 변화를 일으켜야 했다. ‘참고도1’처럼 된다면 흑의 성공. 실전보다 월등하다. 백은 ‘참고도2’처럼 두어 올 공산이 큰데 이때는 귀살이를 하고 처분에 맡길 수밖에 없다. 이창호 9단은 흑 한 점이 망망대해에 떠 있는 이런 그림이 싫었겠지만 그걸 감수해야 할 비상시국이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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