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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읽기] God

중앙일보 2010.12.11 02:48 종합 23면 지면보기



한몸 같은 유일신·서구문화, 그 족보의 재구성





서양문명을 읽는 코드, 신

김용규 지음, 휴머니스트

864쪽, 3만7000원




“물이 귀한 나라의 사람이 외국 여행 중 수도꼭지에서 물이 콸콸 쏟아지는 것을 보았다지요. 경탄한 그는 수도꼭지 여러 개를 산 뒤 돌아와 그걸 자기 나라 벽에 꽂았지만 물이 안 나오자 크게 실망했다는….”



  『서양문명을 읽는 코드, 신』 머리말에 비치는 이 말은 서구문화에 대해 짧은 이해를 가진 한국 지식사회에 대한 은유다. 차제에 서구문화의 급수 펌프와 정수장 구조까지 파악하자는 인문학적 제안인데, 신의 존재를 둘러싼 기존 담론에 대한 견제의 뜻도 담겨있다. 『위대한 설계』의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만들어진 신』의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 『신을 위한 변론』을 쓴 종교학자 카렌 암스트롱 등도 어쩌면 자기만의 수도꼭지를 꽂은 채 신이 있네 없네 하며 소모적 논쟁을 벌여온 게 아닌가를 묻기 때문이다.









신은 서양문화의 저변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일례로 구약성서에 나오는 ‘야곱의 사다리’는 지상과 천상을 연결하는 이미지로 다양하게 변주된다. 사진은 샤갈의 그림 ‘야곱의 꿈’ 중 일부. [휴머니스트 제공]



 예사롭지 않은 이 책은 ‘필살기’도 있다. 신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펼쳐지는 막다른 골목에서 살짝 몸을 빼낸 뒤 제3의 전투장을 확보한 것이다. 그 전투 현장이 ‘신으로 서구문화사 심층 파헤치기’인데, 만만한 작업이 아니다. 배포 큰 저자는 누구일까? 10년 전 지식소설이란 장르를 선보였던 『알도와 떠도는 사원』의 주인공이다. 『철학카페에서 문학 읽기』 등으로 고정 팬 층을 확보했던 그가 서구문명 심층 중의 심층에 도전한 것이다.



  “사랑(성령), 부드러운 사랑이 열매로 가득한 성자의 가슴을 열었고/ 그곳에서 잠자던 이데아들을 깨웠다/…/ 전능하신 성부는 미소 지으며/ 자신의 영원한 모습/ 그 아름다운 조화의 형상들을 보았다.”



 성부·성자·성신의 삼위일체론은 4세기 니케아공의회에서 논란 끝에 채택됐다. 하지만 그건 추상적 도그마로 그친 게 아니었다. 이후 문학·건축 등 서구 문화에 무수한 상징과 변용으로 연출되며 서구문화의 핵심이 됐다는게 중요하다. 앞의 시 작품도 17세기 영국 시인 존 노리스의 ‘창조 성가’인데, 사랑의 노래이자 기독교 이념을 담고 있다. 저자가 본 서구문화에서 유일신 신앙과 문화는 이토록 샴쌍둥이처럼 서로 붙어있다. 그건 카렌 암스트롱이 『신의 역사』에서 지적한 것과 같다.



 “표현 불가능한 신 그 자체에 대한 역사가 아니라, 인류가 아브라함 시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신을 어떻게 인식해왔나에 대한 역사”, 즉 서구문화사의 곳곳에 있는 ‘신의 지문’ 추적과 그 족보 재구성이 『서양문명을 읽는 코드 신』이다. 논란이 되는 것이 유일신 신앙 특유의 공격성 문제. 요즘 종교 전쟁의 근거로 지목돼온 유일신을 저자는 “배타성이 아닌 포괄성이기 때문에 오히려 인간 상호연대의 근거”라고 보는 쪽이다. 이 대목은 그렇게 설득력이 높아 보이진 않는다.



 본래 독일에서 철학과 신학을 전공한 저자 김용규는 이 책에서 ‘살갑게 다가오는 저자’ 모습을 새롭게 구현했다는 점도 특기할만하다. 책 전체가 경어체로 구성됐으며, 대화와 토론의 방식이다. 저자는 이를 사도 바울이 글을 쓸 때 즐겨 구사했던 디아트리베(diatribe)라는 수사법이라고 밝혔다. 본래 디아트리베란 환담이란 뜻. 독자와 1대1로 대화하듯 묻고 챙기고 요점을 정리해주는 게 여간 친절하지 않다.



조우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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