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학 오겠다” 50명 대기 … 폐교 위기 분교의 기적

중앙일보 2010.12.11 02:14 종합 20면 지면보기



11년 만에 내년 본교 재승격 … 순천 송산분교에 무슨 일이



전남 순천시 별량초등학교 송산분교 3학년 담임 김현진 교사가 학교 텃밭에서 배추를 가꾸다 학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오종찬]





“어젯밤에 일찍 자느라 ‘1분 말하기’를 미처 준비하지 못했어요.” 10일 오전 9시쯤 전남 순천시 별량초등학교 송산분교 3학년 교실. 조겸 어린이의 고백에 웃음소리가 터진다. “수영은 우리나라가 최고예요.” 1학기 때 광양에서 전학 온 서승효(10)양은 박태환·정다래 선수 이야기를 불쑥 꺼낸다. 그러자 광저우 아시안게임 이야기로 금세 왁자지껄해진다. 수업 시작 전, 선생님 없이 아이들끼리만 하는 아침 미팅 시간이다. 대화·소통을 하면서 상대방을 이해하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3월부터 진행하고 있는 송산분교의 특별한 프로그램이다.



 순천시 별량면 구기리에 있는 송산분교는 내년 3월이면 본교로 승격된다. 2000년 분교로 격하된 지 11년 만이다. 분교의 학생이 늘어 다시 본교가 되는 것은 전국에서 여섯 번째, 광주·전남에선 처음이다. 송산분교는 9월 전남교육청이 지정한 무지개학교 시범운영학교가 됐다. 무지개학교는 농어촌 공교육을 살리기 위해 올해부터 추진하는 사업이다. 시골의 초등학교가 공교육의 대안으로 주목을 받는 데는 3학년 담임 김현진(38·여) 교사의 역할이 컸다.















 여수·순천 시내에서 10년간 근무하던 김 교사가 송산분교에 발령받은 것은 2008년 2월. 1952년 문을 연 송산분교는 80년대 초 17개 학급에 학생이 900명에 달했으나, 이 무렵 11명으로 급감해 폐교 위기 일보 직전이었다. 김 교사는 자율성·창의성 교육이 학교를 살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사는 뜻을 같이하는 학부모 오정훈·조명애씨와 함께 ‘자연 속 공동체 삶 지향’이란 안내물을 만들어 홍보를 시작했다. 김 교사와 뜻을 같이하던 교사 5명이 이듬해 송산분교로 전근 와 원군 역할을 했다.



 교사들은 시골 학교의 특성을 살려 다양한 체험학습을 시도했다. 민속놀이 체험, 학교 주변의 자연 관찰, 순천만 탐구, 역사탐방 등이다. 매주 토요일엔 전교생이 책을 덮고 공연 등을 관람한다. 학교 근처에 텃밭을 만들어 고구마·배추·무를 가꾸게 했다. 수학 등 이론의 비중이 높은 과목은 정답을 알려주고 답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학생들이 토론하도록 했다.



 김 교사는 고기를 잡아주기보다는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방과후 수업도 이런 맥락에서 도입했다. 컴퓨터·영어회화·사물놀이 수업에서 시작해 바이올린·음악줄넘기·뇌교육 등 6개로 늘렸다. 뇌교육 프로그램은 ‘왕따’를 경험했거나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가 있는 학생 10여 명이 있어 특별히 포함시켰다. 2년 전 집단 따돌림 때문에 순천시내에서 전학 온 김모(6학년)군은 “여기선 선생님과 친구들 모두 친절하게 대해 줘 학교 오는 것이 재미있다”고 말했다.



 주입식 교육이 아닌 체험·탐구 중심의 교육이 입소문을 타면서 도시 학생들이 오기 시작했다. 2007년 11명이던 전교생이 2008년 48명, 현재는 121명으로 늘었다. 송산분교의 실험이 시작된 지 2년여 만이다. 순천 시내에서 자동차로 20여 분 떨어진 거리이다 보니 100여 명이 버스를 타고 통학한다.



 분교의 성공은 27가구가 살던 시골마을을 바꿔놓았다. 수도권에서 3가구가 이사를 왔고, 전학 대기자가 50여 명을 헤아릴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인천에 살던 신현정(39·여)씨는 올해 2월 두 딸 조민경(6학년)·민정(5학년) 자매와 이사를 왔다. 그는 “빈집이 없고 땅값이 평당 7만∼8만원 선에서 15만원으로 두 배 가까이 뛰면서 집 구하기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 마을 박옥선 이장은 “아이들이 말벗이 되면서 60~70대가 주로 사는 마을에 활기가 넘친다. 아이들이 마을회관에서 재롱잔치도 하고 텃밭에서 가꾼 무·배추로 김장한 김치를 가져다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순천=유지호 기자

사진=프리랜서 오종찬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