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취재일기] 두들겨 맞는 ‘공무집행’ … 참다 참다 의원 고소한 국회 경위

중앙일보 2010.12.11 01:40 종합 10면 지면보기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장 복도에서 민주당 강기정 의원이 국회사무처 경위의 얼굴을 때리고 있다. [MBC 화면 캡처]











강기헌
정치부문 기자




“의원에게 맞는 동영상을 혹시라도 가족들이 볼까봐 걱정이다.”



 9일 국회 본청에서 만난 22년 경력의 국회사무처 노모(48) 경위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노 경위는 이날 자신의 뺨을 때린 민주당 강기정 의원을 검찰에 고소했다. 그는 “지난 8일 국회 3층 본회의장에 출입이 허용되지 않는 기자를 밖으로 내보내는 과정에서 강 의원이 갑자기 달려들어 수차례 얼굴을 공격했다”고 고소장에 썼다. 그러면서 “동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돼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 고소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국회사무처가 아닌 경위 개인이 현직 의원을 고소한 것은 드문 일이다.



 이에 대해 강 의원 측은 "여야 몸싸움 도중 해당 경위가 강 의원만 제지해 발생한 일”이라며 "사실 관계가 분명치 않아 더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노 경위는 유도 3단, 태권도 2단의 무술 유단자다. 그런데도 야당 의원이 달려들었을 때 맞서지 못했다. 그저 두 팔로 얼굴을 감싸안고 있었을 뿐이었다.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국회의원 몸에는 손대지 않는다”는 경위들의 복무규칙을 지키느라 그런 것이다.



 ‘폭력국회’가 연출된 다음 날인 9일 국회 7층 경호과가 부상병동을 방불케 한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상당수 경위들의 몸엔 멍이 시퍼렇게 들었다. 나이 50대의 한 경위는 왼쪽팔에 붕대를 감고 타자를 치고 있었다. 그는 “이 정도는 별거 아니다”며 “그래도 이번은 빨리 끝나서 다행이다”고 말했다.



 경위들 중엔 “법에 있는 정당한 공무집행을 하면서 왜 두들겨 맞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었다. 반면 “이 직업을 택했으면 의원들에게 몇 대 맞는 것은 감내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라며 씁쓸해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경위들은 멱살 잡히고 얻어 맞는 것보다 더 가슴 아픈 건 언어폭력이라고 했다. 한 경위는 “다친 건 시간이 지나면 아물지만 욕설을 들을 때면 이 직업을 계속해야 하는 건지 회의가 든다”며 “한 대 더 맞더라도 욕설 은 안 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위들은 여야 대치 정국이 이어질 때마다 물리적 충돌을 감수해야 했다. 그간 한나라당과 민주당 사이에 여야가 바뀌었지만 경위들을 향한 멱살잡이와 언어폭력은 하나도 바뀐 게 없다. 여야는 정치적 목적에서 싸움을 하는 것이지만 경위들은 매번 인격과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다. 그런 그들의 하소연을 여야 정당이 단 한번이라도 진지하게 들어봤다면 ‘야당 의원의 노모 경위 폭행사건’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강기헌 정치부문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