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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공격 계기 ‘한· 미·일 군사벨트’ 가시화되나

중앙일보 2010.12.11 01:17 종합 4면 지면보기



미, 이례적 3국 연합훈련 제안



한미 연합 해상훈련에 이어 미일 연합훈련 중인 미국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함 소속 F-18호닛 전투기 4대가 9일 일본 오키나와 인근 상공에서 공중급유기로부터 연료를 공급받은 뒤 비행 중이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 북한의 연평도 공격 이후 한·미·일 3국 간 군사협력체제 구축을 강조하고 나서 주목을 끌고 있다. 마이클 멀린 미 합참의장은 9일 일본 도쿄에서 기타자와 도시미 일 방위상과 회담한 뒤 “한국과 일본이 과거 문제를 초월해 한·미·일 3국의 연합훈련이 실현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서울에서 “한·미 훈련에 일본이 참가하길 희망한다”고 한 것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미국이 한국과 일본에 3국 간 군사협력을 공개적으로 촉구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북한의 잇따른 대남 도발과 중국의 급부상을 맞아 한·미, 미·일 동맹을 보다 통합시키려는 일환으로 풀이된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미국의 핵심 관심사는 대(對)중국 견제”라며 “동아시아에서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을 미국 주도의 틀로 엮어 강력한 3각 군사 벨트를 형성하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그러나 “한·미·일 군사협력이 현재의 한·일 관계로 볼 때 쉽지 않다는 점을 미국도 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미국이 3국 군사협력을 강조하는 것은 북한에 대해 ‘도발하지 말라’고 압박하면서 중국에 ‘책임을 다하라’고 하는 메시지라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극도로 경계하는 한·미·일 군사 공조를 언급해 중국을 불편하게 하고, 이를 통해 중국이 북한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움직이게 한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최근 중국의 힘에 밀리고 있는 일본을 고려한 측면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은 3국 간 외교 공조도 강화하고 있다. 7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이 그것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2003년까지 북핵 문제 공조를 다루던 한·미·일 3국 대북정책조정회의(TCOG)가 군사·외교를 포함한 확대된 형태로 부활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한국 “아직은 먼 얘기”=멀린 의장의 3국 군사협력 발언에 대해 한국 정부는 “일본과 낮은 수준의 군사협력은 하지만 훈련을 함께할 정도로 공조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국은 그동안 미국이 비공식적으로 제안한 한·미·일 합동훈련에 소극적으로 임했다. 환태평양훈련(림팩) 중에 일본 측과 수색·구조 훈련을 했고, 최근 실시된 미·일 연합훈련에 옵서버(참관단)를 파견한 정도다. 소극적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중국을 지나치게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이고, 둘째는 한·일의 과거사 및 독도 문제로 근본적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정부 관계자는 “당장은 북한의 공격 등 임박한 위협 때문에 한·일 간 공조를 과시할 수 있지만 강한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본격적 양자 군사협력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림팩이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훈련 등 다자 차원에서의 협력은 앞으로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 “총론 찬성하지만 제약 있다”=일본은 3국 군사협력에 대해 총론에서는 찬성하지만 현실적 대응에는 제약이 있어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헌법상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테러 대책이나 재해구조 등을 목적으로 한 훈련에는 일 자위대가 참가할 수 있지만, 한국과 북한의 군사충돌을 전제로 한 훈련에 참가하는 건 헌법이 금지하는 ‘집단적 자위권’에 해당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 같은 조심스러운 기류를 반영하듯 센고쿠 요시토(仙谷由人) 관방장관은 9일 기자회견에서 “훈련 내용이나 참가 형태에 대해 신중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 정부는 헌법상 문제 외에도 한·일 간의 역사 문제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동 군사훈련에 나설 경우 한국 내 반대 여론이 거세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즉 “한국 정부나 한국 내 여론이 일본의 참여를 쉽사리 허용하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일 총리 관저의 한 관계자는 “‘연습 및 훈련’이란 명목으로 한다면 (자위대가) 참가를 못 하는 건 아니다”며 “다만 역사문제 등 여러 민감한 사정이 있는 만큼 이런 문제점들을 정리하는 작업이 선결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정 기자,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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