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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샤오보가 못 온 건 그의 수상이 옳았다는 걸 입증”

중앙일보 2010.12.11 01:09 종합 3면 지면보기



노벨위원장 연설에 1000명 기립박수



10일 노르웨이에서 열린 노벨평화상 시상식에 참석한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오른쪽)과 중국 반체제 운동가 양젠리가 얘기하고 있다. [오슬로 AP=연합뉴스]





2010년 노벨평화상 상패와 메달이 하늘색 의자 위에 놓였다. 순간 1000여 명의 청중이 자리에서 일제히 일어나 박수를 쳤다. 그 의자는 중국의 민주화 운동가 류샤오보(劉曉波·55)의 자리였다. 하지만 시상식의 주인공인 그는 그 시간 중국 랴오닝(遼寧)성 진저우(錦州) 교도소에 있었다.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의 시청 청사에서 10일 류샤오보에 대한 노벨평화상 시상식이 열렸다. 수상자가 올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행사는 강행됐다. 단상 중앙에는 류가 미소를 띠고 있는 모습의 대형 사진이 내걸렸다. 단상에 놓인 7개의 의자 중 토르비에른 야글란 노벨위원회 위원장의 옆 자리는 시상식 내내 비어 있었다. 야글란 위원장은 20여 분 동안 기념 연설을 한 뒤 상장과 메달로 그 위를 장식했다. 대리 수상조차 가로막은 중국 정부에 대한 항의와 류에 대한 존경의 의미를 담은 행동으로 보였다.



 야글란 위원장은 기념사에서 “류가 오늘 이 자리에 올 수 없다는 사실이 우리가 그를 수상자로 선정한 것이 옳았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때 1분 이상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청중들은 야글란 위원장이 “류는 잘못한 일이 없다. 그는 즉각 석방돼야 한다”며 목소리의 톤을 높였을 때도 기립박수를 보냈다.



 청중석의 중앙에는 하랄 노르웨이 국왕과 소냐 왕비가 앉았다. 해외에 망명 중인 중국의 반체제 운동가들도 초대를 받았다. BBC에 따르면 노르웨이에 외교 공관을 두고 있는 65개국 중 48개 국가는 대사 등의 대표를 참여시켰다. 하지만 중국·러시아·쿠바·이란·수단·사우디아라비아 등 17개국은 대표를 보내지 않았다. 중국은 지난달 각국에 불참을 권유하는 공문을 보냈다. 한국은 이병현 주노르웨이 대사가 대표로 자리를 지켰다.



 천안문(天安門) 민주화운동에 앞장섰던 류는 2008년 중국 체제의 개혁을 촉구하는 ‘08 헌장’을 공동으로 만든 뒤 체포돼 지난해 11년 형을 선고받았다. 중국은 일시적 석방이라도 허용해 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라는 국제사회의 촉구를 외면했다. 중국 정부는 류의 부인과 형·동생 등 가족의 출국을 가로막았다. 노벨상은 가족만이 대리로 상을 받을 수 있다.



 109년의 노벨평화상 역사상 상을 대신 받을 사람조차 시상식장에 올 수 없었던 것은 1935년 독일의 평화운동가 카를 폰 오시에츠키의 수상에 이어 두 번째 일이다. 독일 나치정부는 오시에츠키와 가족의 출국을 금지시켰다. 주인공이 참석하지 못한 사례는 세 차례 더 있었다. 소련의 반체제 인사 안드레이 사하로프, 폴란드 민주화운동의 기수 레흐 바웬사, 미얀마 정치 지도자 아웅산 수치의 수상 때였다. 당시엔 부인 또는 아들이 대신 참석할 수 있어 대리 수상이 이뤄졌다. 야글란 위원장은 기념사에서 “류를 수상자로 선정한 것은 중국에 해를 입히기 위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세계 경제 2위의 대국에 걸맞은 인권보호와 정치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지난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류가 나보다 더 노벨상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며 “그가 가능한 빨리 석방되길 바란다”는 성명을 냈다.



파리=이상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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