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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이기는 결정, 현장 경험 통한 직관에서 나온다

중앙일보 2010.12.11 00:49 종합 24면 지면보기








이기는 결정의 제1원칙:

모든 데이터를

부정하라

개리 클라인 지음

강홍구 옮김

21세기 북스, 476쪽

1만8000원




열쇠를 잃어버린 주정뱅이가 가로등 아래에서 이를 찾고 있었다. 경찰이 어디서 잃어버렸는지를 물었다. “저기에서요.” “그런데 왜 여기서 찾고 있습니까?” “여기가 불빛이 훨씬 더 환하거든요.”



 웃고 말 일이 아니다. 미국 국방부의 지원으로 1985년부터 의사결정에 대한 연구를 해오고 있는 지은이는 이렇듯 찾기 힘든 진짜 답 대신 찾기 쉬운 오답을 찾아 헤매는 어리석은 일이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개인이나 기업의 의사결정은 물론이고 심지어 국민의 생명과 나라의 안전을 지키는 국방이나 재난대비 분야의 판단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1941년 12월 미군이 일본 해군으로부터 진주만 공격을 당한 것이다. 미군은 공습이 임박했음을 알려주는 거의 모든 데이터를 사전에 확보하고 있었다. 일본 함대가 집결하고 항공모함이 모든 교신을 끊고 잠복했음을 파악했다. 공습 직전에는 비행기들이 진주만으로 접근하는 것도 감지했다. 문제는 정보 데이터가 아니라 그 해석과 판단이었다. 미군은 수집된 단서들이 별 거 아니라고 착각해 태평양 함대 사령관에게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수많은 정보 해석 착오가 동시에 발생한 것이다. 게다가 일본은 낮은 수심용 어뢰를 비밀리에 개발했는데 미군은 이를 모르고 진주만의 수심이 낮아 어뢰로 공격할 수 없다고 안심하고 있었다.



 2001년 9·11테러도 마찬가지다. 공격 징후를 보여주는 낱낱의 정보가 수북하게 수집됐다. 항공기 테러를 위한 연습도 여러 차례 감지됐다. 테러 전문가들은 실제 9·11과 아주 비슷한 공격 시나리오까지 제시해 경고했다. 그야말로 정보가 홍수를 이뤘지만 ‘예견’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모두 사후에 ‘아하, 그랬구나’하는 탄식만 불렀을 뿐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지은이는 조직 간의 장벽과 정보기관 내부의 소통 단절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아울러 정보 데이터의 양에 의존하기보다 경험에 따른 직관과 융통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사전 지침 따위는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하거나 급박한 순간에는 소용이 없다는 게 지은이의 지적이다.



 국내의 천안함 폭침, 연평도 피격도 따지고 보면 그 연장 선상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정보가 있었지만 판단과 의사결정에서의 착오 때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은 아닐까. 의사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현장 경험에 의한 직관적인 판단이라는 지은이의 말이 귓전에 맴돈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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