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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 시집가던 날까지 아빠는 찰칵 찰칵

중앙일보 2010.12.11 00:23 종합 25면 지면보기



내일부터 한미사진미술관서 ‘전몽각 그리고 윤미네집’ 사진전



전몽각 선생은 맏딸 윤미가 태어난 1964년부터 89년까지 약 26년간 딸의 나날을 기록했다. 엄마 가슴을 움켜쥔 윤미의 얼굴이 장난스럽다. [한미사진미술관 제공]





딸을 사랑한 나머지 그 아이의 모든 것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싶어 한 아버지가 있었다. 엄마 가슴을 움켜쥐고 볼 한가득 젖을 빠는 아기, 하루 종일 뛰어놀고 들어와 팬티 바람으로 단잠에 빠진 개구쟁이, 키가 훌쩍 커 엄마 장바구니를 대신 든 소녀, 거울 앞에서 교복 맵시를 내느라 여념이 없는 여고생…. 이 모든 사진 속 주인공의 이름은 윤미다. 토목공학자로 성균관대 부총장을 지낸 전몽각(1931~2006) 선생은 평생 딸 윤미의 시시콜콜 일상을 렌즈로 좇는 일에서 삶의 기쁨을 찾았다. 단 한 번, 윤미를 찍어주지 못한 일이 있었다. 딸의 손을 잡고 들어가야 했던 결혼식장이었다. 그때 전 선생을 대신해 카메라를 들었던 이는 사진작가 강운구(69)씨였다.



 전 선생의 사진은 1990년 사진집으로 출간돼 큰 인기를 누렸다. 26년간에 걸쳐 가족사를 한 땀 한 땀 바느질하듯 한 장 한 장 사진으로 담아낸 그의 정성이 이야깃거리가 됐다. 올해 재발간된 『윤미네집』(포토넷)이 4쇄를 찍을 정도이니 20년 세월이 지나도 전몽각 사진의 진실함이 사람들 마음을 울리고 있는 셈이다.



 12일부터 내년 2월 19일까지 서울 방이동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열리는 ‘전몽각 그리고 윤미네집’은 사진집으로만 보기에는 아쉬웠던 전 선생이 남긴 사진 150여 점을 3부로 나눠 선보인다. 1부 윤미를 중심으로 한 ‘가족의 풍경’, 2부 경부고속도로 건설 당시 도로공사 기술계장으로 일했던 전선생의 눈이 관찰한 ‘현대화의 풍경’, 3부 주명덕 황규태 박영숙씨와 함께 창립회원으로 활동했던 전선생의 사진작업을 보여주는 ‘한국사진의 풍경’이다. 윤미는 이제 46살 아줌마가 됐지만 아버지의 사진 속에서 그는 여전히 아이이고 소녀다. 전몽각 선생 가슴에 남은 윤미의 모습도 그러하리라. 02-418-1315.



정재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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