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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뒤집힌 배구판 … 맞기만 하던 꼴찌들, 때리는 재미에 빠졌다

중앙일보 2010.12.11 00:16 종합 30면 지면보기



작년 남자 꼴찌 상무, 삼성화재 잡고
우리캐피탈은 2연승으로 1위
선장 바꾼 여자 꼴찌 도로공사
화끈한 공격으로 초반 2연승



‘만년 하위팀’의 반란이 프로배구의 재미를 더하고 있다. 지난 시즌 5위 우리캐피탈이 남자부 1위를 달리고 있고, 여자부에서는 지난 시즌 꼴찌 도로공사가 선두다. 사진은 우리캐피탈 선수들이 8일 LIG손해보험을 꺾고 환호하는 모습. [중앙포토]













프로배구 만년 하위 팀들의 초반 돌풍이 예사롭지 않다.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지, 판도 전체를 바꿀 만한 바람을 일으킬지 관심이 모인다. 주인공은 남자부 상무신협과 우리캐피탈, 여자부 도로공사다. 상무신협과 도로공사는 지난해 최하위팀, 우리캐피탈은 지난 시즌부터 프로배구에 참가한 팀이다.



 ◆양강 구도 깨지는 신호탄?=남자배구는 올해도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의 양강 구도가 점쳐졌다. 삼성화재는 석진욱이 무릎 부상으로 시즌 아웃되긴 했지만 최고 용병 가빈을 보유한 데다 박철우를 영입했다. 현대캐피탈은 문성민을 영입하고 세터 최태웅을 박철우의 보상선수로 데려왔다. 전문가들은 현대캐피탈을 우승 후보로 꼽았고 삼성화재도 크게 뒤처지지 않을 거라고 전망했다.



 그런데 뚜껑을 열고 보니 양상이 달랐다. 10일 현재 남자부는 우리캐피탈이 2승으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5위에 그쳤던 우리캐피탈은 KEPCO45와 LIG손해보험을 제압했다.



 ‘배구도사’ 박희상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우리캐피탈은 올해 기량이 본 궤도에 오르고 있다.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신영석을 필두로 한 센터진은 지난해 꾸준한 출전 기회를 잡으며 기량이 일취월장했다. 부상으로 지난 시즌을 쉬었던 안준찬이 돌아오면서 강영준과 함께 토종 공격 자원도 다양해졌다. 여기에 현대캐피탈에서 출전이 뜸했던 세터 송병일이 이적해 와 연착륙했다. ‘이스라엘 예비군’ 숀 파이가의 한 방까지 더해지며 다양한 공격 옵션을 갖추게 됐다.



 상무는 시즌 초반 대형사고를 쳤다. 9일 성남 홈 개막전에서 V리그 3연패를 차지한 삼성화재를 3-2로 꺾었다. 상무는 이번 시즌부터 부대와 가까운 성남을 연고지로 쓰게 됐다. 덕분에 동료들의 응원의 기를 톡톡히 받았다. 9일 경기장에는 부재원(준장) 상무 부대장과 프로축구 김정우를 비롯한 동료들이 찾아와 함성으로 힘을 보탰다.



 멤버도 탄탄해졌다. LIG손해보험과 대한항공에서 주전으로 활약했던 센터 하현용과 레프트 강동진이 올해 입대했다. 최삼환 상무 감독이 전국체전에서 눈여겨봤던 화성시청 센터 황성근도 상무에 자원해 선발됐다. 삼성화재 수련선수로 입단했던 세터 강민웅은 노련한 토스워크로 팬들을 놀라게 했다.



 문용관 KBS N 해설위원은 “승수 사냥의 제물이 됐던 상무와 우리캐피탈의 약진이 돋보인다.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한 세트 플레이가 좋다. 이제 만만히 볼 팀이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하이패스’처럼 시원한 배구=도로공사도 초반 2연승으로 질주하고 있다. 연고지를 구미에서 성남으로 이전한 덕을 봤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본사 연습체육관이 성남에 있는데 구미를 홈으로 사용해 선수들의 체력 관리에 어려움이 있었다. 성남으로 이전해 선수들도 좋아졌지만 배구 팬들의 접근성도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올해 부임한 어창선 도로공사 감독은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 어 감독은 “선수들이 자신감이 없어 소극적인 배구를 했다. 지더라도 화끈한 배구를 하자는 생각에 페인트와 연타를 못 하게 했다”고 밝혔다. 박미희 KBS N 해설위원은 “지난 9월 컵대회 준우승을 하면서 선수들이 패배의식을 떨쳤다. 외국인 선수 사라 파반에게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3세트 외국인선수 출전 금지의 영향도 덜 받을 것”이라며 선전을 예상했다.



  오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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