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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은…] 에이즈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자

중앙일보 2010.12.11 00:15 종합 33면 지면보기






손명세
연세대 보건대학원장
UNAIDS 사무총장 특보




에이즈는 한때 불치병으로 불리며 보건의료 분야에 심각한 과제를 안겼지만 지금은 극복 가능한 질병이 됐다. 원인 바이러스(HIV)와 발병 과정을 규명했고 병의 진행을 억제하는 약을 개발했다. 완치되지는 않지만 적절히 치료를 받으면 정상적인 삶을 누릴 수 있어 이제는 더 이상 불치병으로 불리지 않는다. 일상생활에서 에이즈가 감염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웬만한 국가에서는 에이즈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들이 치료와 검사를 받고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쉼터를 제공한다. 의학기술의 발전과 국제사회의 공조, 인권 신장 등이 어우러져 이런 성과를 만들었다. 유엔 산하에 종합보건특별기관인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에이즈(UNAIDS) 같은 지원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한국도 관련 법령의 제정, 다양한 기관의 운영과 지원, 에이즈 관련 프로그램 운영 등으로 외국에 내놓을 만한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이 국내에 한정돼 있는 점이 문제다.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수준을 인정받으려면 몇 가지 보완 조치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게 인권 침해 해소다. 국내 법은 취업 목적으로 장기 체류하는 외국인에게 에이즈 음성확인서를 요구하고 있다. 주요 20개국(G20) 국가 중 입국하거나 체류하는 외국인에게 에이즈 음성 확인서를 요구하는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4개국뿐이다. 에이즈에 관한 정보·검사치료서비스, 예방물품에 대한 접근과 관련해 외국인 차별을 없애는 게 국제적인 흐름이다. WHO와 UNAIDS 같은 국제기구도 외국인에 대한 지나친 검사와 차별적 대우가 질병의 관리에 효과적이지 않다고 강조한다. 이 기구들이 우리 정부에 외국인 차별 철폐를 수차례 요구하고 있다.



 다음으로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는 점이다. 북한과 중국을 포함한 동북아시아의 에이즈에 관심을 갖고 대책 수립에 동참할 필요성이 있다. 이들 국가는 음성적인 성매매가 성행하고 마약 사용이 늘고 있어 에이즈가 쉽게 확산될 수 있다. 이 나라들이 에이즈 통계를 제한적으로 공개하고 있는데 실제 환자는 발표치의 2~5배에 달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추정이다.



 국제 활동에는 인력과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10월 에이즈 관련 모금운동을 벌여 3년간 227억 달러를 모금하기로 했다. 우리 정부는 여기에 1000만 달러를 출자하기로 했지만 이 정도로는 WHO와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하고 G20을 개최한 국가에 어울리지 않는다. 또 에이즈 관련 국제 사업에 한국의 전문 인력이 많이 진출해야 한다. 제대로 에이즈에 대처하려면 질병의 위협을 극복하는 것 못지않게 환자의 인간적인 삶을 보장하고, 나아가 모든 시민의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



 에이즈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국가와 국민의 수준을 가늠한다. 국제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더 나은 국제 사회를 조성하는 데 기여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한국 국민의 보건 수준이 자동적으로 올라갈 것이다.



손명세 연세대 보건대학원장·UNAIDS 사무총장 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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