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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진의 서핑 차이나] ‘한미동맹과 한중관계는 제로섬 게임인가?’

중앙일보 2010.12.09 10:05


▲정재정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동북아역사재단 주최,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후원
‘한·중 교류협력의 역사와 미래전망’ 세미나 개최





▲세미나에 참석한 한중 학자들의 단체사진. 앞줄 우측부터 거전자(葛振家) 베이징대 교수, 류쿠이리(劉魁立) 중국민속학회 회장, 정재정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김광억 서울대 교수, 이태환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 스위안화(石源華) 푸단대 교수, 후펑(胡 澎)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





한국 외교에서 한·미 동맹과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 중국 외교에서 북·중 우호와 한·중 우호가 공존할 수 있을까? 이 두 가지 근원적인 문제를 놓고 한중 양국 학자들간의 열띤 논쟁이 벌어졌다. 중국 학자들은 미국과 중국 가운데 선택과 균형을 요구했고, 한국 학자들은 두 관계가 제로섬이 아님을 주장했다. 7일 서울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 정재정)이 주최하고 중앙일보사가 후원한 ‘한·중 교류협력의 역사와 미래전망’을 주제로 한 학술대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에서 양국 학자들은 미국과 북한을 바라보는 서로간의 인식 차를 확인했지만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서는 서로의 시각을 조율해야 한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했다.



◇미국을 어떻게 볼 것인가?=“최근 미국 항공모함이 한국 근해에서 군사훈련을 실시하면서 미국은 북한을 위협할 뿐 아니라 중국의 전략적 마지노선을 탐색하는 ‘일거양득’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스위안화(石源華) 상하이 푸단(復旦)대 한국북한연구센터 주임은 북한의 연평도 도발 이후 서해에서 펼쳐진 한·미 군사훈련을 평가했다. 그는 “한국이 미국과 함께 중국을 봉쇄하지 않을까 많은 중국인들이 걱정하고 있다”면서 “여러 차례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군사훈련과 위협, 제재를 통해 북한을 다룰 수 있다고 보는 미국이 문제의 근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국이 인식하는 한·미 동맹과 한국인들이 인식하는 한·미 동맹은 성격이 다르다”면서 “중국은 과거 한국 정부의 대북포용정책을 지지했기 때문에 한·미 동맹을 인정했지만 미·중 갈등과 남북관계가 교착되자 한·미 동맹을 문제 삼기 시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한·미 동맹과 북·중간 실질적인 동맹 관계로는 동북아 안보를 풀 수 없다는 점을 양국이 인정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에 “한·중 양국이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하기 보다 동맹과 다자안보를 넘어서는 해결 방안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중 관계와 한·미 관계를 제로섬 게임으로 보는 중국 측의 시각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호철 인천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한국에게 중국과 미국은 똑같이 중요한 나라인데 스위안화 교수는 양자간 갈등을 전제하고 있다”면서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용납될 수 없는 폭력을 저지른 북한의 군사적 도발은 눈감은 채 미국만 문제 삼는 것은 책임감 있는 대국외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중국 학자들의 미국에 대한 의구심은 퉁지(同濟)대학 아태연구센터 한반도연구실 주임 추이즈잉(崔志鷹)교수의 토론에서 거듭됐다. 추이 교수는 “이라크와 아프간에서의 전쟁이 사그라지면서 미국은 아시아와 태평양, 그리고 중국을 노리고 있다”면서 “한반도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미국은 과연 한반도에서 평화와 안정을 바라고 있는지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들고 있다”고 미국에 대한 반감을 숨기지 않았다.



◇“연평도 도발에도 중국은 대북 정책 안 바꿔”=이날 토론에 나선 이정남 고려대 아세아연구소 교수는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을 지지한다는 중국의 수사가 북한의 연평도 도발 이후 중국이 보여준 태도에서 한국민들에게 신뢰를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쑹청요(宋成有) 베이징대 역사학과 교수는 이 지적에 “그렇다면 미국처럼 몽둥이를 들고 나와 때리겠다는 것이 책임감 있는 나라의 태도인가”라고 맞받았다. 쑹 교수는 “중국이 동맹 관계인 북한을 지지하지 않고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인 남한과 똑같이 어느 편도 들지 않겠다고 표현한 것은 객관적으로 공평한 자세”라면서 중국의 달라진 외교적 표현방식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위안화 교수 역시 “중국은 현재 북한을 중시하고 남한을 경시하던 과거의 ‘중북경남(重北輕南)’ 정책을 균형정책으로 바꿨을 뿐더러 경제·안보 영역에서는 한국과 우호관계를 더욱 중시해왔다”면서 “한국에게도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는 북한의 통미봉남 전략을 저지하고 미국의 강권외교를 막고 동북아에서의 발언권을 높일 수 있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북한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 이희옥 교수는 “중국은 지난해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격렬한 논쟁을 거쳐 북한을 전략적 자산으로 활용하기로 결정한 뒤, 남북간 분쟁을 북한 체제 안정이란 큰 틀에서 처리하고 있다”면서 “천안함과 연평도 도발 역시 중국의 대북 정책을 본질적으로 바꿀 사안으로 보고 있지 않다”고 분석했다.



후펑(胡澎) 중국사회과학원 일본연구소 교수는 “중국 언론에서 북한에 관한 보도는 한국 관련 뉴스 보다 훨씬 적다”면서 “중국이 꼭 북한에 우호적인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전면적인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나아가야=이날 학회에 참석한 학자들은 모두 양국 국민 사이에 점증하는 갈등 요인을 우려했다. 쑹청유 교수는 2003년 불거진 ‘고구려역사 귀속’ 논란이 한·중 국민감정에 큰 상처를 남겼다고 지적하고 “고구려역사 귀속 문제는 편협한 시각이나 왜곡 없이 학술 논쟁을 펼쳐 각자의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억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는 기조연설에서 “중국에서 ‘빠링허우(80後)’로 부르는 젊은 세대들은 중국의 주권과 영토에 대한 비판을 참지 못하고 폭력적인 반응을 보인다”면서 “이들이 보편적이고 합리적인 사고와 가치를 공유하도록 가르쳐 타협과 관용을 키우는 것이 전투적 국가경쟁력 키우기 보다 글로벌 시대에 더 요구되는 능력”이라고 말했다.



이희옥 교수는 “중국이 통일적 다민족 통일국가론에 기초한 역사인식을 바꿀 가능성이 없고, 한국도 단일민족이라는 정체성에 기초한 민족주의적 역사교육을 수정될 가능성이 없다는 점에서 역사와 영토문제를 둘러싼 한·중간 갈등은 내재되어 있다”고 지적하면서 그 해법으로 “한·중 양국이 서로 ‘끌림이 있는 국가’가 되도록 공공외교를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은 왕도(王道)를 걸어야 하고 한국도 근거 없는 중국위협론을 버리고 공진(共進)의 지혜를 찾아야한다”고 주장했다.



한·중 관계의 다음 발전 단계에 대한 주장도 나왔다. 스위안화 교수는 “한·중 양국이 쉬운 문제를 먼저, 어려운 것은 나중에라는 모델을 따라 점진적으로 나아간다면 ‘전면적인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한편, 중국측 단장인 류쿠이리(劉魁立) 중국민속학회 회장은 강릉단오제로 촉발됐던 한·중 문화 논쟁의 근원적인 해법을 제시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기조연설에서 “무형문화유산의 본질은 유형문화재와 달리 서로 다른 주체가 다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공향성(共享性)을 갖고 있다”면서 “후손들은 무형문화의 표면적 모습이 아니라 본질적 가치를 보호하는데 노력해야한다”고 말했다.





▲쑹청요(宋成有) 베이징대 역사학과 교수



▲스위안화(石源華) 상하이 푸단(復旦)대 한국북한연구센터 주임





▲발표하는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 xiao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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