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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앞서 그 난리 치고, 그냥 못 넘겨” … 검찰, 예상 깬 초강수

중앙일보 2010.12.09 05:02 종합 6면 지면보기
검찰이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과 이백순 신한은행장에 대해 구속수사 방침을 정한 것은 지금까지의 예상을 뒤엎은 것이다. 이러한 ‘강공 드라이브’는 향후 금융권은 물론 기업 수사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상훈·이백순 구속 방침 왜

 당초 검찰 안팎에서는 신 전 사장과 이 행장을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가 마무리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수사팀에서도 ‘불구속 기소’ 의견이 ‘영장 청구’ 주장보다 우세했다고 한다. 이어 지난 6일 신 전 사장이 대표이사직 사임 의사를 밝히고 신한은행이 신 전 사장에 대한 고소를 거둬들이면서 불구속 기소 쪽에 더욱 무게가 실렸다. 그동안 고소·고발을 주고받으며 첨예하게 대립했던 양측이 화해함에 따라 신한 사태가 봉합 단계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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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검찰이 전격적으로 구속영장 청구 쪽으로 방침을 정한 데는 금융권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는 수뇌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검찰 고위 관계자는 신 전 사장 등의 횡령 혐의에 대해 “(예금 고객에게) 이자를 1원이라도 더 줄 수 있는데 그 돈을 빼먹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국민의 눈은 아랑곳하지 않고 권력 다툼이나 벌이는, 잘못된 행태는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민 앞에서 그렇게 난리를 쳐놓고 자기들끼리 합의했다고 해서 그냥 없었던 일로 넘어갈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사법 처리가 임박한 상황에서 합의를 추진한 모양새가 오히려 부정적으로 비쳤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신한은행의 고소 취소 직후 검찰은 “횡령·배임죄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기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고소를 취소해도 기존 수사는 계속 진행된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구속수사 방침 결정에 김준규 검찰총장의 판단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장은 평소 금융권이나 기업 범죄에 대한 수사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지난 7월 중소기업 간담회에서 “국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공기업, 상장기업, 공적자금 투입 기업, 거액 대출기업 등이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최근 수사 과정에서 추가 횡령 혐의가 포착된 것도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신한은행 측이 재일동포들이 운용을 부탁한 재산에서 일부를 빼낸 뒤 차명계좌를 통해 관리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은행 운영에 영향력을 갖고 있는 신 전 사장과 이 행장이 증거 인멸에 나설 가능성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신 전 사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수사 확대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사법 처리가 변수로 떠오를 수도 있다. 현재까지 검찰은 라 전 회장이 횡령에 관여한 정황과 진술을 확보하지 못해 불기소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보강 수사 과정에서 새로운 정황이 확보될 경우 라 전 회장 사법 처리 방향과 수위도 달라질 수 있다.



 신한은행 사태는 지난 9월 은행 측이 신 전 사장을 횡령·배임 혐의로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이 행장이 재일동포 주주에게 실권주를 배정해 준 대가로 5억원을 받고, 정권 실세에게 3억원을 전달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힘겨루기 양상으로 치달았다. 라 전 회장도 1999~2007년 재일동포 4명의 차명계좌로 204억여원을 입출금했다는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에 따라 중징계를 받고 회장직에서 사퇴했다.



이철재·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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