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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의 자유와 진리 차단하면 생명도 없다

중앙일보 2010.12.09 00:16 종합 29면 지면보기



정진석 추기경에게서 듣다, 2010 한국 사회



『하느님의 길, 인간의 길』을 낸 정진석 추기경은 “우리 삶에는 행복도 있고 불행도 있다. 행복을 통해선 하느님의 은총을, 불행을 통해선 하느님의 경고를 체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정현 기자]



8일 천주교 정진석(79·서울교구장) 추기경을 만났다. 서울 명동성당 옆 추기경 집무실에서 가진 성탄 겸 연말 기자간담회 자리였다. 추기경은 건강해 보였다. “지난달 29일 잠시 쓰러진 후 더 건강해지셨다”는 게 주변의 얘기다. 정 추기경은 “겨울이라 밖에 나가지 않고 복도에서 운동을 한다. 매일 복도를 오가며 1시간 30분~2시간 정도 걷는다. 나이가 들면 걷는 게 건강에 최고”라며 웃었다. 올해는 정 추기경의 주교 서품 40년, 내년은 사제 서품 50년이 된다. 며칠 전에는 49번째 저서인 『하느님의 길, 인간의 길』(가톨릭출판사)도 출간했다. 정 추기경에게 저물어가는 2010년과 한국사회, 그리고 성탄을 물었다.



49번째 저서 『하느님의 길, 인간의 길』



“영원 향하는 종교, 왜 갈등이 생기는지 …”




-‘책 쓰는 추기경’이란 별명도 있다. 이번 책의 메시지는.



 “왕과 예언자 얘기다. 이스라엘 역사에는 42명의 왕이 있었다. 그리고 그보다 많은 예언자가 있었다. 왕과 예언자는 종종 대립했다. 예언자는 하느님의 뜻을 따르기 위해 왕의 뜻을 거스르는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게 예언자의 사명이었다. 요즘 우리 사회에는 그런 예언자를 찾아보기 어렵다. 구약성서에는 왕과 예언자의 대결 상황이 자주 등장한다. 그걸 정리해보고 싶었다.”



 -왜 그걸 정리하고 싶었나.



 “추기경도 하느님의 백성을 이끌어가야 할 지도자의 자리다. 지도자는 백성을 위해 있는 자리다. 자신을 위해 있는 자리가 아니다. 그래서 예언자가 필요하다. 책을 정리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예언자를 찾고자 했다. 저 자신을 향해 스스로 깨우치고, 스스로 경고하기 위해 책을 썼다.”



 -최근 종교간 갈등이 사회적 이슈가 됐다.



 “종교가 뭔가. 종교는 영생을 지향하는 공동체다. 불교에선 극락세계, 그게 영원한 세계다. 그리스도교의 천당, 그게 영원한 생명이다. 예수님은 말씀하셨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무슨 말인가. 예수님은 길이고, 그 길을 가면 진리에 이르고, 진리를 터득하면 영원한 생명에 닿는다. 그럼 최고의 가치가 뭔가. 영원한 생명이다. 그래서 생명이 없으면 이 우주도 의미가 없다. 종교는 진리를 통해 영원한 생명을 향하는 공동체다. 그런데 이런 종교간에 갈등이 있다는 건 모순이다.”



 정 추기경은 한국전쟁을 체험했다. 당시 통신장교였던 그는 죽을 고비도 수 차례 넘겼다. 얼어붙은 남한강을 건너는데 그의 바로 뒤에서 얼음이 깨졌다. 병사들이 아우성치며 물에 빠져 죽었다. 곁에서 지뢰를 밟고 죽는 전우도 있었다. 사제가 되기 전이던 그는 전쟁 내내 기도했다. “제 삶의 뜻을 깨닫게 해달라”고 말이다.



 -천안함 사태에 이어 연평도 포격이 있었다.



 “가슴 아픈 얘기다. 처음 연평도 포격 얘기를 듣고 하느님께 기도했다. 하느님께서 이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해주시도록 기원했다. 실망하지 말고 시련을 극복하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1949년에 북쪽에는 성당이 55개 있었다. 성직자와 수도자도 꽤 있었다. 그런데 49년 5월에 모두 행방불명됐다. 이후 국제적십자를 통해 두 차례 그들의 생사를 물었다. 북에선 오늘날까지 아무런 대답도 없다. 북한에는 종교의 자유가 없다. 그들은 진리를 차단한다. 그러니 생명도 없다. 그럼 백성이 그렇다는 건가, 아니면 정권이 그렇다는 건가. 그건 구별을 해야 한다.”



 -예언자가 오시면 4대강 개발에 대해 뭐라고 하시겠나.



 “천주교 주교단에선 4대강 사업이 자연파괴, 난개발의 위험이 보인다는 얘길 했지, 반대한다는 얘기를 한 것은 아니다. 4대강 개발도 발전을 위한 개발이면 무난한 거고, 파괴를 위한 개발이면 안 되는 거다. 그런데 발전을 위한 개발이냐, 파괴를 위한 개발이냐는 자연과학자들의 몫이다. 토목공사자들이 전문적으로 다룰 분야다. 이건 과학의 문제이고, 토목공사의 문제다. ‘4대강 개발’ 자체는 선도 아니고, 악도 아니다. 어떤 식의 개발인가에 따라 선용할 수도 있고, 악용할 수도 있다.”



 -곧 성탄절이다. 추기경께서 보내는 메시지는.



 “모든 사람이 행복하시길 바란다. 행복은 자신이 갖는 거다.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그 속에서 행복을 찾아내는 건 결국 자신의 몫이다.”



글=백성호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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