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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이마트 피자에 롯데마트 치킨으로 맞불 …소비자는 좋지만 골목 점포는 울상

중앙일보 2010.12.09 00:15 경제 2면 지면보기



롯데마트, 1마리 5000원짜리 프라이드치킨 오늘 출시
이마트에 이슈 선점 당하자 더 대중적인 메뉴로 반격



8일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한 마리 5000원짜리 ‘통큰 치킨’ 출시를 하루 앞두고 치킨을 선보였다. [롯데마트 제공]





롯데마트가 8일 “전국 82개 점포에서 9일부터 프라이드 치킨 한 마리(900g 내외)를 연중 내내 5000원 균일가에 팔겠다”고 밝혔다. 앞서 8월 신세계 이마트가 ‘이마트 피자’를 내놓은 데 이어 롯데마트가 영세상인들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치킨 장사에 본격 나서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롯데마트 측은 “소비자 선택의 범위를 넓혔다”는 입장이고, 소비자들도 좀 더 싼 가격에 치킨을 살 수 있게 돼 반기고 있다. 하지만 기존 치킨업체들은 “대기업의 영세상인 죽이기”라며 맞서고 있다.



롯데마트는 ‘5000원짜리 치킨’ 출시와 관련해 “저렴하고 질 좋은 치킨으로 소비자들이 반길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기존 치킨집의 프라이드 치킨 가격이 1만2000~1만7000원인 데 비해 롯데마트 치킨의 가격은 3분의 1 선에 그치고 있다. 이는 기존 대형마트에서 팔던 프라이드 치킨의 가격(6980~7980원)보다도 30~40% 싸다. 마리당 중량도 평균 900g 선으로 기존 치킨 전문점 것보다 20~30% 많다. ‘통 크게 값을 낮췄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제품명도 ‘통큰 치킨’으로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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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마트는 값을 낮춘 비결로 ▶생닭과 튀김가루 등 원료를 매주 계산해 사전 계약하는 방식으로 원가를 낮췄고 ▶매장에서만 판매해 배달 비용이 들어가지 않고 ▶무와 소스 등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치킨 전문점과 달리 별도의 마케팅이 없는 것도 원가를 맞추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매장에서 사전 소비자 테스트 당시 일주일에 10만 마리가량 팔렸다”며 “본격 출시하면 한 해 720만 마리 정도를 팔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왜 치킨인가=값싼 피자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이마트에 이어 롯데마트도 동네 치킨집을 비롯한 영세상인들과 갈등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이다. 롯데마트도 이런 문제를 잘 알고 있다. 자칫 ‘대기업이 통닭까지 파느냐’는 비난에 휩싸일 수 있다. 그럼에도 롯데마트가 5000원 치킨을 밀어붙인 것은 이마트 피자에 이슈 선점을 빼앗겼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이마트 피자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출시 당시 이마트 매장에는 이 피자를 맛보려는 고객들이 대기표를 받고 차례를 기다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또 피자가 만들어지는 대기시간 동안 고객들이 매장에서 물품을 구입하는 구매 유발 효과도 적지 않았다.



 롯데마트는 궁리 끝에 피자만큼이나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 치킨을 택했다. 치킨의 경우 연간 매출(추정치)은 360억원 정도지만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효과는 이보다 훨씬 클 것이라는 게 롯데마트 측의 판단이다.



 명분도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소비자 사이에 “치킨이 너무 비싸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롯데마트 측은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 10월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성남(민주당) 의원은 “9월 말 현재 치킨용 닭고기 가격은 2985원 선인데, 일반 치킨업체에서 팔고 있는 치킨 마리당 가격은 1만6000~1만8000원 선으로 업체마다 가격이 늘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거나 인상되고 있다”며 담합 의혹을 제기했다. 한마디로 매출에 큰 영향은 주지 않지만, 소비자들의 관심이 많은 민감 품목인 데다, 기존 시장 가격에 불만을 가진 소비자가 많다는 점에서 치킨을 고른 것이다.















 ◆소비자는 반기지만=‘국내산 생닭으로 튀긴 치킨 한 마리를 5000원에 판다’는 사실에 소비자들은 일단 환영한다는 반응이다. 주부 김영희(43·서울 도봉구 방학동)씨는 “다섯 식구가 프라이드 치킨을 먹으려면 2만원 이상 들었는데, 이젠 두 마리를 사도 1만원이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이마트 피자와 비슷하게 롯데마트 치킨 역시 실제로 맛을 보는 소비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매장 내 생산능력을 감안해 점포별로 하루 200~400마리 정도만 한정해서 팔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마트 피자도 점포당 하루 최대 390판 정도를 판다. 롯데마트의 예상 매출액 360억원은 치킨 시장 전체 규모(5조원)의 약 0.7%다.



 영세상인들의 반발과 관련해 롯데마트 측은 “이번 통큰 치킨 출시는 영세상인과 경쟁하자는 게 아니다”며 “비싼 값에 치킨을 팔며 부당한 이익을 챙기는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장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실제로 이마트 피자가 출시된 이후 주요 피자업체들은 할인 쿠폰을 추가로 발행하는 등 소비자 입장에선 순기능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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