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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e북 스토어

중앙일보 2010.12.09 00:02 종합 39면 지면보기








가까운 미래, 첨단 정보화 사회다. 여기도 계층 갈등이 있다. 빈부가 아니라 정보의 격차다. 그래서 책을 압수한다. 평등을 위해서다. 이제 소방수(fireman)는 다른 형태의 불을 끈다. 지성의 불꽃이다. 바로 책을 불태우는 것이다. ‘구텐베르크 시대’는 종언을 고한다. 소설가 레이 브래드베리의 『화씨 451』이 그린 디스토피아다. 화씨 451은 책이 타는 온도를 나타낸다. 섭씨로는 233도쯤이다. 마이클 무어가 9·11사태 이후 미국의 이면을 파헤친 영화 ‘화씨 911’은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화씨 451이 책을 태우는 온도라면, 화씨 911은 진실을 태우는 온도”라는 것이다.



 분서(焚書) 하면 진시황이다. 중국 최초 통일국가는 글자와 도량형과 수레 규격까지 통일했다. 그래야 중구난방(衆口難防)의 춘추전국시대를 실질적으로 마감할 수 있는 것이다. 다양성은 비효율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그래서 백성들의 머릿속 생각까지 통일하려 했다. 훗날 거열형(車裂刑)에 처해진 승상 이사(李斯)가 맞장구를 친다. “천하는 이미 정해졌고 법령은 하나”이며, “지금을 스승으로 삼지 않고 옛날을 배우려는 것이 문제”라고 한다. 실용서를 제외한 천하의 모든 책을 불태운다. 공자가 『논어』 위정편에서 설파한 ‘온고지신(溫故知新)’을 철저히 부정한 셈이다. 따지고 보면 단기적인 효율을 앞세운 획일주의가 분서갱유(焚書坑儒)의 이론적 기반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인간 못지않게 생명력을 가진 것이 활자(活字)다. 글자 그대로 살아서 돌아다닌다.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속으로 뛰어든다. 그런데 폰트는 어떨까. 짧은 주파수에 단속적으로 명멸(明滅)하는 잔상(殘像)에 불과한가. 얼어버린 글자가 위상(位相)만 변화하는 것 아닌가. 그럼에도 지성의 불꽃을 피우는 부싯돌 기능은 있겠지만.



 아마존의 ‘킨들’과 반스&노블스 ‘누크’에 이어 구글이 ‘e북 스토어’를 열었다. 파피루스로부터 시작된 ‘페이퍼시대’에 마침표를 찍을 태세다. 머잖아 종이는 박물관 신세가 될지 모른다. 영화 ‘워터월드’가 시사했듯이 흙 다음으로 비싼 잉크냄새 나는 종이쯤으로 말이다. 마치 아이패드에 갤럭시탭까지 ‘화씨 451’의 소방수로 나선 형국 같다. 이들은 소설의 주인공 몬태그와 달리 불로 태울 필요가 없다. 그저 플러그만 뽑으면 된다. 그래도 ‘100온(on)이 불여(不如) 1오프(off)’다. 디지털의 꿈은 결국 아날로그 상태가 아니겠나 말이다.



박종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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