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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 살려 봉사합니다 │성남시립합창단

중앙일보 2010.12.07 20:41



딴짓만 하던 아이도, 악보 못 보던 어르신도 화음을 이뤄가요









내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봉사를 하는이들이 있다. 바로 재능봉사단이다. 성남시립합창단은 4년째 지역 내 초·중·고교와 노인종합복지관 등에서 재능을 나누고 있다. 합창반의 멘토로 나서 노래 즐거움을 전하는 것이다. 전문음악인이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는 이들의 나눔 이야기를 들어봤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로 하는 봉사



성남시립합창단이 멘토활동에 나선 것은 우연한 기회에서였다. 지역 내 학교에서 ‘찾아가는 음악회’를 열던 중 대부분 초등학교 음악수업이 CD를 틀어주고 노래를 따라 부르는 데 그치는 것을 알았다. 입시 교육에 치중한 나머지 정서 교육이 크게 부족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공공예술단체로서의 고민도 있었다. 적극적으로 대중을 접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단체가 되고 싶었다. 성남시립합창단은 이런 생각으로 학교 합창단, 동요교실에서 노래를 가르치겠다고 나섰다.



마침 오리초등학교와 인연이 닿아 한 학기 동안의 합창반 지도를 맡았다. 처음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합창반에는 과학교실 등을 지원했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고 억지로 오는 아이들이 많은 편이었다. 자연스레 수업 집중도가 떨어졌다. 공공예술단체가 지역 내 학교의 음악봉사를 지속적으로 해온 사례가 없는 것도 부담이었다. 단원들에게 강요하지 않고 직접 시간을 내 자원봉사에 참여하도록하는 게 관건이었다.



멘토팀 초대 팀장인 구남호(44용인시 상현동)씨는 “6개월 정도 지나고 음계조차 잘 모르던 아이가 음악을 좋아하는 것을 보는 게 멘토를 지속하는 힘이 됐다”고 말했다. 소극적이던 아이들이 합창을 통해 능동적, 적극적으로 변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듬해에는 18개 학교에서 멘토링을 했다. 현재 성남여고, 단남초, 오리초, 한솔초 등 14개 학교와 수정노인종합복지관 등에서 14명이 멘토로 봉사하고 있다. 



노래의 즐거움화음의 아름다움을 전해



현재 팀장을 맡고 있는 김지현(47성남시 구미동)씨는 멘토 첫 해에 잊을 수 없는 학생을 만났다. 학교 내 문제아로 불리던 아이가 합창반에 들어온 것이다. 그는 수업시간에도 교실을 돌아다니거나 다른 학생에게 말을 걸었다. 김씨는 한동안 묵묵히 수업을 진행했다. 어느 날 그 학생이 “나에게도 노래를 시켜달라”고 했다. 수업 시간에 배운 노래를 전혀 모를 것 같았고, 놀림을 받지나 않을까 걱정도 됐다.



그러나 의외로 그 학생은 수업 시간에 배운 노래를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김씨는 아이를 오해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친구들 앞에서 아이를 격려했다. 아이의 태도가 조금씩 변했다. 차분히 앉아 노래를 배웠다.학기가 끝날 때는 동요대회에 나가고 싶다며 김씨에게 곡 추천까지 부탁했다.



김씨는 “매 학기 악보를 못 보고 음악수업을 싫어하는 아이들을 만났다”며 “그럴 때면 아이들을 혼내는 대신 칭찬한다”고 전했다. 노래를 잘 하는 것보다 즐거운 수업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합창에서 재미를 찾는다면 자연스레 아이들은 달라진다. 그는 “음악 멘토의 필요성은 아이들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있다”고 강조한다. 구씨도 “잘 하는 아이를 격려하면 반 전체의 분위기가 좋아진다”며 말을 거들었다.



지난해부터 수정노인종합복지관 합창반 멘토를 맡고 있는 김윤경(42성남시 이매동)씨는 어르신들이 “어려워서 못 한다”고 버틸때 가장 난감했다고 한다. 악보를 보는 어르신이 거의 없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다. 그는 무조건 많이 들려드려서 음과 박자를 외울 수 있도록 했다. 처음에는 가요를 부르자고 조르던 어르신들이 조금씩 변했다. 한 두 번 화음을 경험하면서다.



지난 6월 열린 멘토음악회는 어르신들과 김씨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됐다. 노래 외우기가 어렵다던 어르신들이 '오 대니보이''로렐라이' 등 영어노래를 부르며 음악회에 참여한 8팀 중 가장 큰 인기를 끈 것이다. 어르신들은 처음으로 무대에 올랐다며 고마워했고,“우리도 하니까 된다”며 자신감을 얻었다. 김씨도 보람과 성취감을 느낀 순간이었다.



성남시립합창단은 내년에는 복지관 멘토를 늘릴 생각이다. 합창단에 이어 성남시립교향악단과 국악단도 멘토에 참여할 계획이다.



[사진설명]구미초등학교 합창반 아이들이 성남시립합창단 멘토에게 노래를 배우고 있다. 올해 14명의 합창단원이 15곳의 학교·복지관에서 합창을 지도하는 재능봉사에 동참했다.



< 신수연 기자 ssy@joongang.co.kr >

[사진=성남시립합창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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