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노트북을 열며] ‘인민군 사격술의 놀라운 경지’

중앙일보 2010.12.07 19:22 종합 38면 지면보기






정철근
사회부문 차장




“이춘석 민주당 대변인은 연평도 거주민 부상자가 거의 없는 것을 ‘기적’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그것은 기적이 아니라 인민군 포병부대의 치밀한 작전 결과였던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인민군 포병부대가 민간인 인명 피해를 피하기 위해 주택가 가까운 곳의 해병대 시설을 향해 곡사포로 조준사격을 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연평도 거주민들이 대피호로 피난할 수 있었다.”



 재미(在美) 북한전문가라는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이 인터넷 매체인 통일뉴스에 올린 글이다. 그의 글은 ‘연평 포격, 인민군 사격술 놀라운 경지’라는 제목으로 또 다른 인터넷 신문인 자주민보에도 실렸다. 자주민보는 천안함 사건 당시 천안함이 서해에서 훈련 중인 미국 핵잠수함과 충돌해 침몰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등 꾸준히 음모론을 제기해온 매체다.



 한씨는 북한군이 1차 포격과 2차 포격의 시차를 둔 것에 대해 “민간인들에게 대피할 시간을 준 것”으로 해석했다. 또 자주민보는 “북한이 남한 군인들의 피해마저 최소화하기 위해 파편이 거의 없고 열폭풍이 약한 포탄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쯤 되면 거의 북한 인민군 대변인 수준이다. 잿더미로 변한 연평도 민가들의 화면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분(共憤)할 만한 궤변이다. 일부 친북인사의 ‘헛소리’라고 무시할 수도 있다. 천안함 사건과 달리 포격을 당하는 생생한 화면이 있는데 이를 어떻게 왜곡하겠느냐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천안함 사건 때 봤듯이 이들의 주장은 인터넷을 통해 바이러스처럼 퍼진다. 어느새 무시 못할 동조세력을 만든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상당수의 국민이 아직도 천안함 사건에 대한 정부 조사 결과를 불신하고 있다.



 일부 인터넷 매체는 연평도 공격이 정당한 자위권 행사라는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이들은 ‘연평도 포격’ ‘연평도 공격’이라 표현하지 않는다. ‘11·23 포격전’이라는 단어를 쓴다. 남측에 포격전 원인(해상 사격훈련) 제공의 책임을 떠넘겨 북한의 도발 책임을 희석화하는 교묘한 언어 선택이다.



 한국교총이 최근 초등학생 5, 6학년 1240명을 대상으로 ‘6·25전쟁을 누가 일으켰나’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불과 26%의 학생만 정확히 대답했다고 한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학교에서 제대로 교육을 시키지 않았고, 초등학생들이 주로 정보를 얻는 인터넷엔 엉터리 정보가 범람하고 있기 때문이다. 6·25 전에 김일성이 스탈린에게 군수물자 지원을 요청했다는 소련의 비밀외교문서가 공개됐음에도 인터넷엔 여전히 북침설 등을 주장하는 글들이 떠돌고 있다.



 “(북)조선의 포격, 에이 시원하다.” 자주민보에서 중국 옌지 조선족 지식인들의 반응이라며 보도한 내용이다. 북한의 연평도 공격에 당한 피해자들이 보면 통탄할 표현이다. 이처럼 일부 국내 인터넷 매체의 친북성향은 묵과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이들의 ‘외눈박이’식 보도는 여론을 분열시키고, 일반의 역사인식마저 왜곡시킬 수 있다. 표현의 자유로 넘겨 버리기엔 그 해악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정철근 사회부문 차장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