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잡지 판매원과 발레리노의 아름다운 만남

중앙일보 2010.12.07 17:26










“노숙을 했던 사람이 잡지 외판을 하는 것과 발레리노의 공통점은 ‘맨몸으로 부딪쳐야 한다는 것’이다. 외판을 하든 발레를 하든 사람들의 시선에 노출되는 것은 같기에 자신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노숙자 출신의 잡지 판매원에게 던진 서울발레시어터의 상임안무가 제임스전의 말이다.



노숙자로 보냈던 2년 동안의 생활을 접고 서울 연세대 앞에서 잡지 ‘빅이슈’를 팔고 있는 김수원(50)씨는 “모든 사람들을 동등하게 대하는 선생님에게 발레 뿐 아니라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자긍심을 배웠다”고 말한다. 그 자긍심은 세상으로 이어져 이제 김씨는 거지에게 천 원짜리 지폐를 곧잘 쥐어주며 퇴근한다.



김씨와 제임스전의 만남은 두 달 전 ‘벽을 허물면 보이는 새로운 세상’이라는 캠페인 때문에 이뤄졌다. 이 캠페인은 잡지 판매의 수익금 일부를 노숙자 출신의 판매원에게 돌려주는 잡지인 ‘빅이슈’와 GS칼텍스가 후원해 이뤄졌다. 김씨와 제임스전의 만남은 ‘벽을 허물면 보이는 새로운 세상’이라는 제목의 영상으로도 만들어져 인터넷에도 올려져 있다.



노숙자 출신의 판매원에게 무료로 발레를 가르치는 이 캠페인에 제임스전은 혼쾌히 참여했다. 1982년 줄리아드 대학에서 발레를 전공하며 혼자 학비를 벌어야 할 때, 당시 웨이터로 일하던 그는 팔을 다쳐 학교도 일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제임스 전은 인생의 지도에 그리는 방법을 가르치고 싶었다. 그래서 50년 평생 처음 발레를 접하는 김씨에게도 엄하게 대했다.



“가만히 서있지 말고 움직여야 한다. 발레든 잡지를 파는 일이든 즐겁게 해야 한다”



지난 7월 12일부터 시작해 이제야 5개월 남짓 된 초보 외판원에게 제임스전은 발레로 사람 대하는 방법을 가르친 것이다.



제임스전은 “그와의 만남을 통해 ‘우리는 모두 다르지 않다’는 믿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는 김씨와 함께 서울발레시어터의 공연 무대에도 설 계획도 세우고 있다.



중앙일보 디지털뉴스룸=김정록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