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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품매매 카페 남의글 15만건 '도둑질'

중앙일보 2010.12.07 13:36






카페 포스팅을 도용당했다며 블로그에 게시한 글.



주부 이모(38)씨는 최근 한 인터넷 카페에서 불쾌한 경험을 했다. 자신의 블로그에 쓴 리뷰나 후기 같은 게시물이 다른 카페에서 통째로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 씨는 해당 운영자에게 항의하고 사과를 요구했다. 하지만 운영자는 사과 한 마디 없이 이 씨가 쓴 게시물을 삭제해 버렸다.



지난 4일부터 NHN이 운영하는 네이버의 한 카페에서 이처럼 게시물을 무단으로 도용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복사 프로그램을 이용, 대량의 게시물을 훔쳐 가져간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포스팅(인터넷에 올리는 글)'을 도용당했다며 네이버측에 피해를 신고한 건수만 수 백건에 달할 정도다.









문제가 된 해당 카페 화면.



사건의 발단은 회원수 89,227명(6일 오후)인 한 중고 매매 카페 운영자가 파워블로거들의 글 15만건을 '게시글 복사 프로그램'을 이용, 자신의 카페에 무단 등록하면서 부터다. NHN 홍보팀 관계자는 "인력으로 이틀간 15만건을 등록하기는 힘든 수치"라 말했다. 게시글을 도용하는 불법 프로그램이 있다는 말을 뜻한다. 포스팅을 도용당한 이들은 저작권 침해라며 반발했다. 한 네티즌은 "남의 글을 아무렇지도 않게 올려놓고 잘못인 줄 모르냐. 엄연한 도둑질"이라고 항의했다.



해당 카페 운영자는 공지를 통해 "갤럭시S를 주는 이벤트 때문에 이런 글들이 올라오는것 같다" 며 엉뚱한 답변으로 발뺌했다. 그러나 네티즌들의 항의가 계속되고, 네이버측에서 시정조치를 권고하자 "게시글이 많아지면 회원가입이 늘고 검색도 잘 될거라 생각해 프로그램을 사용했다"고 고백했다. 문제가 커지자 "카페로 돈을 버는 사람도 있다고 해서…글 복사가 불법적인 지 몰랐다"고 해명했다. 현재 카페에는 폐쇄를 요구하는 글이 수백건 올라와 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카페 운영자는 "회원수가 10만명 이상이면 광고나 협찬, 공동구매 등으로 월 500만원~1천만원의 수입을 벌 수 있다. 운영자는 이 점을 노린 듯 하다"고 귀띔했다. 회원수가 많아지면 공동구매를 할 때 최하 20~40만원까지 카페 매니저등에게 입점비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일부는 가상 회원수를 늘려 돈을 받고 카페를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게시글 복사 프로그램의 일종.



이에 대해 NHN측은 "해당 카페는 회원수를 늘려 광고를 유치해 수익창출을 노리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운영자가 잘못을 뉘우쳐 사과를 했고 게시물도 자진 삭제한 상태"라 말했다. 하지만 불법 프로그램 사용으로 저작권이 침해되고, 스크랩 금지기능을 설정해도 복사가 되는 등 다분히 악의적인 부분이 있었음에도 NHN이 게시물 삭제 조치만 내려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온라인 상에서는 남의 게시물을 도용해도 저작권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범주가 애매하고 도용자의 부당이득 여부를 확인하기가 쉽지 은 탓이다.



경찰청 사이버 수사대는 "다른 사람의 게시글을 도용하는 것은 경우에 따라 저작권 위반, 재산상의 부당 이득이 있다면 사기행위까지 포함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 디지털뉴스룸=이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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