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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분만’하면 출산의 ‘고통’이 ‘행복’으로 바뀐다

중앙일보 2010.12.07 03:13 9면 지면보기



윤정묵 아산 미래산부인과 원장



윤정묵 아산 미래산부인과 원장은 출산에 이르는 과정에 통칭 ‘참분만’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호응을 얻고 있다. [조영회 기자]



지금으로부터 꼭 10년 전 일이다. “권××씨 산모 남편 분 들어오세요.” 얼떨결에 들어간 분만실.



 41주가 되도 아내에게 진통 기미가 없어 유도 분만을 하기로 하고 선배가 근무하는 큰 산부인과 전문 병원을 찾았다. 내가 아무리 산부인과 전문의지만 내 아이의 분만을 내가 책임지는 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입원한 다음날 새벽 아이가 태어났다. 당시만 해도 산모의 남편이나 가족들은 한 번의 면회나 진행 상황에 대한 설명도 없이 그저 막연한 기다림을 견뎌야 했다. 아이가 무사히 태어나면 그때서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선배 병원이라 특별히 배려해줘 나는 분만실에 들어가 내 손으로 직접 탯줄을 자를 수 있었다. 하지만 아내는 물론 나 역시 출산의 기쁨을 느낄만한 여유는 주어지지 않았다.



 아무튼 첫 아이의 출산을 가까이서 지켜 본 경험은 출산에 대한 내 가치관을 송두리째 바꾼 계기가 되었다. 적어도 출산과 관련해서는 의사의 역할이 다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산모와 남편, 그리고 가능한 모든 가족 구성원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고 고통과 기쁨을 나눌 수 있는 그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자각을 하게 됐다. 당시만 해도 개인병원은 물론 대학병원에서도 산모의 입장을 고려한 분만 방법의 도입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었다.



출산, 의사의 역할이 다는 아니다



이후 나는 둘째와 셋째 아이는 내 손으로 직접 출산을 도왔다. 의사 본인의 가족에 대한 의료행위는 객관성과 침착성을 잃을 수 있어서 권장할 만한 방법은 아니지만, 출산을 같이 할 수 있었다는 면에서는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획일적인 분만 방법은 너무나 필연적으로 변화의 바람이 불게 된다.



뮤지컬배우 최정원씨가 남편과 함께 수중 분만을 시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후 병원들의 상업적인 마케팅까지 가미되어 봇물 터지듯 여러 가지 분만 방법들이 나오게 된다. 그네 분만, 좌식 분만, 라마즈 분만, 소프롤로지 분만, 인권 분만, 히프노시스(명상) 분만, 뇌호흡 분만, 둘라 분만 등….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런 분만 방법들이 마치 자연 분만에 이르는 유일한 길인 양 과대광고가 이루어지면서 산모들은 더 혼란에 빠지게 됐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참다운 분만’(이하 참분만)은 이러한 방법론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참분만은 한마디로 ‘부드러운 출산+모성의 확립’ 이다. 임신과 출산에 관련된 교육을 통해 모성확립을 그 목적으로 하는 하나의 패러다임으로 볼 수 있다. 의사와 병원 중심의 분만에서 산모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의사, 병원 중심에서 산모 중심으로



‘르봐이예 분만법’을 근간으로 한 부드러운 출산을 통해 최대한 자궁안과 비슷한 분만환경을 만들어 태아가 두려움을 느끼지 않도록, 그리고 태어날 때의 고통을 최소화하려는 배려심에서 출발한다.



 출산은 두려워할 대상이 아닌 자연스러운 삶의 과정이고 나의 사랑스러운 아기를 만나기 위한 축복의 과정이다. 그럼에도 출산의 고통만이 부풀려 강조되고 각인되어, 그 두려움으로 인해 몸이 더 경직되고 닫혀 출산을 힘들게 하고 아기를 힘들게 한다.



 모성 확립의 과정을 통해 산모 스스로 몸과 마음을 조절하도록 도와야 한다. 출산의 두려움을 초월한 출산의 감동, 모성의 발견이야말로 ‘참분만’의 궁극적 목표가 되어야 한다.



 꼭 ‘참분만’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 다 해도 좋다. ‘멋진 분만’ ‘아름다운 분만’도 좋다. 명칭이 중요한 게 아니라 산모 자신이 임신과 출산 모든 과정의 주체임을 깨닫길 바란다. 출산이라는 과정을 통해 한 개인이, 그리고 한 가정이 완숙될 수 있는 기회란 것도 인지했으면 한다.



 이 땅의 모든 여성이 임신과 출산을 통해 우리의 삶과 생활을 더욱 가치 있게 해 줄 모성 가치를 발견하고 보다 나은 미래를 설계할 수 있기를 바란다. ‘세상에서 변하지 않고 늘 위대한 것은 오직 단 하나, 모성뿐이다.’



사진=조영회 기자





[Q&A] 모성확립과정



모성확립과정을 따라하면 자연분만에 도움이 되나요?












첫 번째 단계로 출산에 대한 기본적 이해를 통해 불안감을 없앨 수 있습니다.



 나와 태아 사이에 존재하는 구조물들(양막, 태반, 탯줄), 출산 시 태아가 통과해야 하는 산도와 태아의 자세, 분만의 단계, 분만 후 내게 일어날 변화 등을 미리 알면 도움이 됩니다. 다음 단계에서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갖고 몸과 마음을 이완합니다. 이완 호흡법과 체조를 통해 ‘이완된 집중의 상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시각화 과정을 통해 ‘출산일 바라보기’ (출산 중 나와 내 아기에게 어떤 과정의 일들이 일어나리란 것을 이미 충분히 알고 그 과정 중에 당당하게 맞서는 나를 바라보는 과정)를 지속적으로 머릿속에 그려 봅니다.



 넷째, 두려움은 과호흡 증후군(비정상적인 과도 호흡을 통한 신체 내 산-염기 균형이 깨지는 현상으로 어지러움, 이상 감각, 근육 경련, 구토, 흉통, 실신 등의 증상을 일으킨다)을 유발해 출산 과정에 매우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내가 버려야 할 부정적인 생각들을 정리한 ‘릴리스 차트’ 만들기와 ‘내 몸도 마음도 다 나의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내가 원하는 것은 이루어 질 수밖에 없다는 긍정적인 확언들을 스스로에게 지속적으로 얘기해 줍니다. 다섯째, 태아를 한 명의 인격체로 존중하며 태담, 태교, 베이비 샤워, 부부 산모 교실, 부부 선언문 등을 통해 지속적인 태아와의 교감을 형성하는데 노력합니다.



 이런 과정과 단계를 따라가면 자연 분만에 정말 도움이 될까요? 결론부터 말씀 드리자면 그렇습니다. 산모에게 긍정적인 암시를 계속 주고 심리적인 지지를 제공함으로써 순산에 도움이 됩니다.



 아산 미래산부인과 병원은 심평원에서 ‘자연 분만률 높은 병원’으로 선정되었습니다. 하지만 ‘참분만’의 최종 목적은 자연 분만 자체에 있지는 않습니다. 어쩔 수 없는 이유로 제왕절개를 할 수도 있겠지만 그 노력의 과정 중에 생긴 태아와 산모간의 끈끈한 유대감은 평생 유지되고, 결국 모성의 확립이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아산 미래 산부인과 윤정묵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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