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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경험 + 아줌마 근성 + 골목 네트워크 3박자 … 유통·서비스 산업의 기둥으로

중앙일보 2010.12.07 03:01 경제 2면 지면보기
이마트는 올 상반기 두 가지 서비스 매뉴얼을 바꿨다. 계산할 때 건네는 인사를 7단계에서 3단계로 줄이고, 현금영수증 번호를 외우지 못하는 노인들에게 적립카드 뒷면에 번호를 적어준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는 모두 이마트에서 일하는 주부 직원들의 건의에 의한 것이다. ‘고정된 인사말이 너무 많아 딱딱하게 들린다’ ‘현금영수증 번호를 못 외어 힘들어하시는 노인들이 많다’는 의견이었다. 이마트 김석순 인력개발팀장은 “계산원 대부분이 주부이다 보니 꼼꼼하게 서비스와 관련된 모니터링을 해주고 있다”며 “이들의 건의만 경청해도 서비스 질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① 새일맘이 뛴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새일맘’의 경쟁력









서울 이마트 용산점에서 계산을 하고 있는 새일맘.



◆새일맘이 기업 진화 이끌어=고객과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 그 자신이 주력 고객층인 이들 새일맘은 주부로서의 경험과 정확한 고객 이해로 기업의 진화를 이끌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새일맘 덕에 한방 화장품 브랜드 ‘후’의 중년 남성용 라인을 출시했다. 이 회사의 방문판매 조직이 ‘남성 선물용 화장품이 마땅치 않다’는 고객 반응을 회사에 전달한 것이다.



LG생활건강 임효빈 방판영업지원팀장은 “새일맘이 화장품 주력 소비계층인 만큼 이들의 원하는 바를 반영하다 보면 인기를 끄는 화장품을 개발할 수 있다”며 “이들이 용기 디자인이나 마케팅 관련 아이디어도 적잖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새일맘의 네트워크 자체가 기업의 자산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코리아나화장품은 방판 사원이 동창회나 계모임에 참여할 땐 화장품 샘플 등을 무료로 지원한다. 반드시 제품을 판매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주부들끼리 모인 자리에선 미용 정보가 많이 오가잖아요. 이런 것만 들어도 주부들 사이의 트렌드를 정확히 알 수 있죠. 우리 제품 얘기가 대화에 섞이면 더 좋고요.” 이 회사 박정화 마케팅팀장의 설명이다. 그는 “주부들은 정기적인 반상회, 학부모 모임 등이 있어 다른 집단보다 네트워크가 끈끈하다”고 덧붙였다.



 1998년 새일맘 조직을 설립한 웅진코웨이는 가전업계의 신화로 자리매김했다. 새일맘이 한두 달에 한 번씩 집을 찾아 가전제품을 점검해준다는 ‘사전 서비스’를 앞세워 정수기 분야에선 독보적인 시장점유율(52%)을 기록하고 있다. 이 회사가 비데·공기청정기 등으로 제품 다각화를 할 수 있었던 것도 골목골목을 꽉 잡고 있는 영업망 덕이었다.









배달을 시작하는 한국야쿠르트의 야쿠르트 아줌마들.



 ◆“친화력·근성 독보적”=아줌마 특유의 친화력과 근성은 새일맘의 입지를 공고히 한다. ‘끈기와 책임감’이 중요한 덕목인 가정방문 서비스나 배달 같은 업종에서 특히 그렇다. 화장품 브랜드 메리케이는 방판 사원을 채용할 때 35세가 넘은 기혼 여성을 가장 반긴다. 그동안의 경험상 가장 오래 일하고 성과도 잘 내기 때문이다. 권혁준 영업개발부장은 “기혼 여성은 미혼 여성과는 친화력과 근성이 다르다”고 말한다. 처음 보는 고객들과도 쉽게 대화를 시작하고, 혹시 문전박대를 당해도 의연하게 대처하는 아줌마 특유의 강인함이 있다는 것이다. 권 부장은 “20대 여성과 비교했을 때 30대 후반 여성은 근속 기간이 세 배 정도로 길다”며 “젊은 분들은 조금만 힘들어도 그만두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정수기 대여 계약을 설명 중인 교원L&C의 ‘리빙플래너’.



 ◆새일맘 품귀 현상=새일맘이 업계에서 핵심 인력으로 부상하며 이들의 몸값도 올라가고 있다. 방판 시장이 급성장하고 대형마트·기업형 수퍼마켓 등이 늘면서 이들을 찾는 일자리가 크게 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이에 따라 좋은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복지 혜택과 임금 수준을 올리는 기업도 늘고 있다.



 풀무원 녹즙은 올해 녹즙 배달사원을 500명 이상 충원할 계획이었지만 그 절반 정도밖에 충원하지 못했다. 입사한 사원이 다른 방판 회사의 제안을 받고 직장을 옮기는 일도 종종 있다. 장종의 녹즙전략영업팀장은 “방판 회사가 늘면서 주부들에게 ‘일해보자’는 제안이 많다. 이들을 확보하려는 채용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한국야쿠르트는 최근 적립금 쇼핑몰을 만들었다. 판매 실적과 근속기간에 따라 적립금을 쌓아주면, 이를 현금처럼 써서 원하는 물품을 구입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 회사는 장기 근속자에게 유치원비 보조, 건강검진 보조, 해외연수 포상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석정석 팀장은 “최근 대형마트 캐셔 등 주부들이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늘면서 판매원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장기 근속자를 위한 다양한 우대책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새일맘의 활약은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효과를 몰고 올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오은진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여성 고용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최하위 수준이란 걸 감안했을 때 새일맘의 입지가 확대되고 있는 것은 반가운 현상”이라며 “이들의 활약이 늘면 국민소득도 많이 오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미진·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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