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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서울] "빨리빨리 문화 덕에 IT 강국 될것"

중앙일보 2010.12.07 02:12 종합 22면 지면보기



KAIST 독일인 베르나워





“교수님 5분만 더 주세요.” “그래요, 빨리 쓰세요.” KAIST 경영대학 테크노 MBA 과정의 교환학생인 독일인 토스텐 베르나워(23·사진)는 한국 학생과 교수의 대화를 듣고 귀를 의심했다. 시험 종료를 알리는 종이 울리고 나서도 답안 쓸 시간을 달라고 요청하는 학생과 이를 받아들이는 교수의 모습은 독일에서 상상할 수 없는 풍경이기 때문이다.



 베르나워는 “한국인 특유의 정(情)이 대학 곳곳에 스며들어 독특한 캠퍼스 문화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 만하임대 경영학과 석사과정을 공부하다 8월 한국에 왔다.



 그는 ‘정 많은 캠퍼스’의 예로 숙제 문화를 꼽았다. “한 학기에 5개의 과제를 제출해야 하는데 어떤 학생이 학기가 끝나가도록 4개밖에 제출하지 못하자 교수님이 ‘무엇을 도와줄까’ 물으시더라고요.” 독일에서는 시간 안에 제출하지 못하면 F학점을 주는 것을 당연시한다. 그는 한국 대학의 교과과정에는 ‘빨리빨리 정신’도 녹아 있다고 했다. 독일에서는 한 학기에 케이스 스터디(사례 연구)를 5개 정도 진행한다. 사례마다 보통 3~4일씩 걸려 연구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한 학기에 30개 정도를 진행한다. 그는 “공부량이 대여섯 배 많지만 연구의 깊이에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인의 ‘빨리빨리’ 정신이 IT(정보기술) 사회에서는 강점이 될 것이라며 독일에서의 경험담 한 토막을 들려줬다. 휴대전화 판매업자가 독일 노인에게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구입할 것을 권했다. 그러자 독일 노인은 “난 이미 늙은걸, 새로운 기계는 배워서 뭐 하나”라고 외면했다. 옆에 있던 비슷한 연령의 한국 노인이 나섰다 “나한테 가르쳐 주시오. 내가 배우겠소”라며.



 베르나워는 “새로운 문화를 빨리 수용하는 것은 세계인들이 한국에서 배워야 할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박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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