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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눈 속 우리 시대의 자화상, 저 주름 속 우리 시대의 고뇌

중앙일보 2010.12.07 00:31 종합 25면 지면보기



손연칠·박철·송용민
화가 3인 3색 초상화전



손연칠씨의 초상화 ① 춤꾼 이애주 ②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 ③ 시인 고은 ④ 산악인·소설가 박인식 ⑤ 영화감독 임권택 [동산방 제공] 박철씨의 초상화 ⑥ 탤런트 김혜자 ⑦ 시인 김지하 [얼굴박물관 제공]



낯익은 우리 시대의 얼굴들이 모였다. 뜨거웠던 한 시절을 보낸 그들 머리에 이제 흰 서리가 내린다. 눈동자는 또랑또랑 살아 빛나건만 세월이 새긴 주름 또한 어쩌지 못한다. 그들과 함께했던 시간을 추억하게 만들어주는 표정이다. 손연칠·박철·송용민 세 화가의 초상화전은 사람으로 역사를 되새기게 만든다. 얼굴로 되돌아보는 우리 사회 자화상이다.



 ◆내면을 읽어내라=시로 쓴 인물사전 『만인보』를 완간한 시인 고은(77), 영화 100편을 만들고도 다시 101편째 작업에 도전하는 영화감독 임권택(74), ‘바람맞이 춤’으로 민주광장을 달궜던 춤꾼 이애주(63)씨가 한 폭의 초상화로 우리 곁에 왔다.



 한국화가 손연칠(62·동국대 불교미술학과 교수)씨가 8일부터 17일까지 서울 견지동 동산방에서 여는 ‘이 시대의 초상전’에는 문화계 인물을 중심으로 40여 명 인물화가 나왔다. 한국 화단에서 다소 외면당해온 초상화 분야에서 분투해온 손씨는 그런 노력 덕에 국가 표준 영정을 여럿 제작했다. 화면에 손을 대면 사람 피부 결을 만진 듯 부드러운 감촉을 느낄 것만 같은 사실감이 넘친다.



 땀구멍이 보이고 수염 깎은 자국이 사진보다 더 섬세하게 드러난 그의 초상화는 불교회화의 전통에 인물의 내면을 마음으로 꿰뚫는 작가의 혼이 더해져 그림 속 눈이 살아있는 경지에 올라섰다. 02-733-5877.



 ◆예술가들의 향기=26일까지 경기도 남종면 분원리 얼굴박물관(관장 김정옥)에서 열리는 ‘22인의 예술가, 그들의 표정’전은 서양화가 박철(60)씨가 만난 창조적 얼굴 모음이다. 시인 김지하(69), 탤런트 김혜자(69)씨 등 예술계에서 일가를 이룬 쟁이들을 그렸다.



 박씨는 ‘예술가의 초상이란 과연 무엇일까’란 질문에서 작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캔버스 바탕을 나이프로 처리해 여백을 만든 뒤 붓으로 드로잉 하듯 묘사한 단색조 초상화가 시원하면서도 대담하다. 부드러운 붓질의 감각이 보는 이 시선을 간질이며 인물의 인간적 냄새를 살려주면서 현대적 감각을 풍긴다. 031-765-3522.









송용민씨의 초상화전두환 전 대통령 [나무화랑 제공]



 ◆대통령은 어떨까=8일 서울 관훈동 나무화랑에서 개막하는 ‘두환 님’전은 전직 대통령 전두환(79)씨만을 그린 드문 자리다. 노동자와 농민 초상화를 주로 그려온 송용민(48)씨가 ‘28만원의 소유자’ 전씨를 황금색 바탕 캔버스에 불러냈다. 송씨는 전시 도록에 ‘전쟁, 빈곤, 정치 탄압과 권력남용으로부터 해방’이란 문구를 달았다. 전직 대통령 한 명만을 집중해 다룬 첫 초상화전으로서 미술계의 시선을 받고 있다. 14일까지. 02-722-7760.



정재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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