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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서해5도 발전계획 … ‘연평 갈등’ 해소 시작이다

중앙일보 2010.12.07 00:16 종합 34면 지면보기
북한이 연평도를 공격한 이면엔 서해 5도를 무인도(無人島)로 만들려는 고도의 노림수도 깔려 있다. 전쟁 공포에 떠는 주민들이 연평도에서 대거 이탈해 군 병력만 주둔하는 섬이 될 경우 북한이 수시로 포격 도발을 감행할 길을 열어줄 것이다. 게다가 북한이 공공연히 주장해 온 북방한계선(NLL)의 무력화가 달성되고, 서해 5도 인근 수역(水域)은 분쟁지역이 될 공산이 크다. 소연평도·백령도·대청도·소청도의 주민 탈출 도미노는 시간문제가 된다. 종국엔 인천항·인천공항뿐 아니라 수도권이 북한의 영향권 아래 놓이게 될 수 있다. 정말 악몽 같은 시나리오다.



 이런 조짐들은 포격 도발 이후 실제로 나타나고 있다. 직접 피해를 본 연평도 거주민 1360여 명 중 뭍으로 떠난 1000 여 명은 아직도 섬으로 복귀하지 않고 있다.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일부 주민은 ‘완전 이주’를 요구한다.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 한 연평도로 되돌아가 살아갈 자신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문제는 연평도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서해 5도의 나머지 섬 주민들 가운데 일부가 포격 도발 이후 속속 섬을 떠나고 있다.



  주민 불안의 요체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다. 무인도화를 방지하려면 1차적으로 군의 전력 증강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평화와 신변안전이 보장된 이후에야 생업에 종사할 수 있게 마련이다. 누군들 자신의 고향을 등지고 떠나고 싶겠는가. 하지만 여기에 그쳐선 미흡하다. 주민들이 맘 놓고 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 어제 발표된 ‘서해5도 종합발전계획’은 그 시작에 불과하다. 여기엔 연평도 주민들의 인적·물적 피해 회복을 위해 300억원을 긴급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주민 대피시설 강화와 정주(定住)생활 지원금 지급, 꽃게잡이의 탄력적 운영 등 소득 증대 방안을 담은 ‘서해5도 종합발전계획’도 나왔다. 김황식 총리는 “정부는 서해5도를 국토의 최일선에서 대한민국의 평화와 번영을 지키는 섬으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허언(虛言)이 돼서는 결코 안 된다. 국회도 논의 중인 ‘서해5도 지원 특별법’을 조속히 통과시켜 이에 화답해야 한다.



 서해 5도는 지금 운명의 기로(岐路)에 서 있다. 무인도가 되느냐, 조기와 꽃게가 넘치는 예전의 섬으로 돌아가느냐, 나아가 주민들이 풍요롭게 사는 모습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안보·생태 관광지로 변모하느냐는 갈림길이다. 주민이 있고 없고는 군사적·영토적 측면에서 의미가 하늘과 땅 차이다. 외지로 피란을 나온 대다수 연평도 주민도 지금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지만 섬에 남아 있는 주민들처럼 고향을 지키려는 마음만은 있으리라고 본다. 정부도 관련법 이행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하지만 이들도 정부에 대한 섭섭함을 털고 의연한 자세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북한의 협박과 공갈에 굴복해 ‘국민 없는 영토’로 방치한다면 서해 5도는 더 이상 우리의 땅이 아니다.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는 전략적 요충지라는 점을 우리 국민 모두가 각별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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