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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MA, 쇼만 하자

중앙선데이 2010.12.04 22:51 195호 5면 지면보기
MAMA(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가 끝났다. 이번에도 ‘소녀시대’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보아도, 슈퍼주니어도, 샤이니도 없었다. SM매니지먼트 소속 가수는 전혀 없었던 것이다. 이들을 빼고 2010년 한국 대중음악을 논할 수 있는지, 가요 시상식이 과연 유의미한지 모르겠다. 왜 그런지는 대충 짐작할 수 있다. MAMA 주최사인 엠넷과 SM간의 파워게임이다. 2년 전쯤 엠넷 측에서 SM 소속 가수에게 주요 상을 주지 않았고, 빈정이 상한 SM은 그때부터 “나가지 마”라며 어깃장을 부렸을 게다. 이런 알력과 갈등, 어디 MAMA뿐이랴. 국내 주요 가요상이 다 그렇다. 어른들은 실컷 “국내 최고의 전통” “권위적인 시상식”이라고 떠들지만, 가요상이 공정하지 않다라는 건 초등학생들도 다 안다.

최민우 기자의 까칠한 무대<41>

물론 어떤 시상식에 잡음이 없으랴. 하지만 유독 가요상이 심하다. 나와야 할 가수가, 상을 받을 스타가 시상식의 하이라이트인 축하공연도 하기 때문이다. 영화·드라마 시상식에선 상을 받는 배우가 축하공연을 하진 않는다. 그저 레드 카펫 밟고, 우아하게 앉아 있다, 멋진 소감을 말하면 된다. 주최 측과 배우가 막판까지 신경전을 벌이다 시상식 당일 허겁지겁 달려오는 경우도 태반이다.

하지만 가요상은 다르다. 수상자가 축하 쇼를 하기 때문에 미리 스케줄을 빼놓고 준비를 해야 한다. 최소 몇 주 전까진 “무슨 상 받는다”는 걸 통보하고, 통보받는 게 관례처럼 자리 잡았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아니, 꼭 상을 못 받더라도 다 같이 축하하는 마음으로 가서 쇼를 하면 좋지 않겠느냐고? 방송국이, 주최 측이 힘이 셀 때 그랬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 권력은 스타가 쥐고 있다. 스케줄이 여러 개 겹쳐 있는데 굳이 상 안 받는, 혹은 상 받을지 확실하지 않은 시상식에 찾아갈 마음 좋고 한가한 스타는 없다. 이런 실정에서 가요 시상식의 ‘공정성’과 ‘화려한 쇼’는 양립할 수 없다.

사실 시상식이 공정하면 권위만 생기는 건 아니다. 짜릿함도 뒤따른다. 누가 상을 받을지 몰라 마지막까지 ‘쬐는’ 맛이 있다. 바짝바짝 입이 마르는 후보자들을 보는 재미가 있고, 예상 밖의 후보자가 상을 받을 때의 쾌감도 있다. 울먹이며 소감을 말할 때의 뭉클함이란!

하지만 MAMA엔 그런 게 없다. 올해도 아이돌 천지인 상황에서 화면에 보이는 트레이닝복의 이하늘을 보며 ‘웬 DJ DOC’인가 싶었다. ‘베스트 랩 퍼포먼스’라는 어려운 이름의 상 후보자가 발표될 때야 ‘아, 저거 받는구나’ 했다. 그리고 그렇게 됐다. 상을 받는 이도, 주는 이도, 보는 이도 아무런 감흥이 없다. 근데 굳이 상을 주고받아야 할까. ‘공정성’이라는 거창한 의미 때문이 아니라 ‘시청률’이라는 현실적 부분을 고려해도 긴장감 없는 시상·수상 행위란 시간 낭비다.

분명 MAMA는 멋지다. 대한민국이 내세울 만한 콘텐트로 성장하고 있다. 그래미 어워즈, 브릿팝 어워즈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아시아 음악의 중심이 될 것 같다.
그렇다면 시상식이라는 틀에 얽매여 ‘공정성’이라는 원죄를 계속 안고 가야 하는지 의문이다. 굳이 ‘경쟁 구도’라는 형식을 놓고 싶지 않다면, 과거 ‘10대 가수상’처럼 단순하게 가면 어떨까. 어떤 포맷이든 이 정도 화려함을 유지할 수 있다면 대중은 계속 모일 테니 말이다. 억지 수상보다 땀냄새 나는 쇼를 우린 더 보고 싶다.





최민우씨는 중앙일보 문화부 공연 담당 기자다. '성역은 없다'는 모토를 갖고 공연 현장 구석구석을 헤집고 있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은 ‘더 뮤지컬 어워즈’의 프로듀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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