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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한 심리전에 농락당한 대한민국 정보 능력

중앙일보 2010.12.02 20:09 종합 34면 지면보기
연평도 사건은 우리의 대북 정보 역량을 되돌아보게 한다. 특히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이 1일 국회에 보고한 내용을 접하고 보니 북한군의 움직임에 대한 정보 수집부터 분석·판단·관리·활용에 이르기까지 대북 정보 능력이 총체적으로 취약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원 원장은 지난 8월 북한이 서해 5도에 대규모 공격을 감행할 것을 인지했지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시인했다. 그는 지난 8월 감청된 것은 비문(秘文)이 아닌 평문(平文)으로 한 무선통신 내용으로 북한이 상시적으로 위협적 언동을 했기 때문에 민간인 공격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또 군에서는 육지가 아닌 서해 북방한계선(NLL) 남쪽 해상으로 공격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막상 연평도 공격 당일 북한군은 유선(有線)으로 통신해 감청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육지에 대한 공격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우리 정보 당국과 군은 북한의 심리전에 철저히 농락당한 셈이다. 북한은 남한의 정보 능력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파악하고 무선통신으론 잔뜩 변죽만 울려 방심(放心)케 한 뒤 정작 공격 작전은 감청이 되지 않는 유선통신을 사용한 것이다. ‘지피지기(知彼知己)면 필승’의 공식이 거꾸로 된 셈이니 답답하기만 하다.



 우리 군은 북한군이 연평도 공격 직전 방사포를 전진 배치하고 전투기를 인근 비행단에 배치하는 등 이상 징후를 포착했었다. 그러나 그냥 흘렸다. 그 정황만 제대로 분석·판단해 대비했더라면 상황은 많이 달라졌을 수 있다고 본다. 이뿐만이 아니다. 북한은 지난 1월에는 NLL 북쪽 해역에, 8월에는 남쪽 해역까지 대규모 포사격을 감행했다. 우리의 인내 한계를 시험한 것이다. 그런 끝에 방사포 부대와 전투기를 투입하는 준비를 거쳐 연평도 공격을 감행했다. 우리의 정보 당국은 이런 징후들을 제대로 연결 짓지 못한 것이다.



 대북 정보가 취약해진 것은 지난 10년의 햇볕정책 탓이라는 지적이 많다. 그런 측면이 없지 않다고 본다. 그러나 언제까지 지난 정권 탓만 하고 있을 것인가. 문제점이 있으면 보강하고 재정비했어야 마땅하다. 현대전은 정보전에서 판가름 난다고 하지 않던가. 관련 기관들의 분발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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