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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총리, 일본 갈 MB 손에 ‘왕조의궤’ 건넬까

중앙일보 2010.12.02 00:38 종합 14면 지면보기



일 여야 기싸움에 한·일 도서협정 비준 지지부진 … 연내 반환 안갯속





일본 정치권이 조선왕조의궤 등 한반도 약탈 문화재의 올해 내 반환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간 나오토(菅直人·사진) 총리는 지난달 30일 제1야당인 자민당의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총재에게 전화를 걸어 “이번 국회 회기(3일) 내에 한·일 도서협정을 비준해 달라”고 요청했다. 야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참의원에서 집권 민주당 각료에 대한 문책결의안을 통과시키는 등 여야 간에 격한 대립이 있는 상황에서 총리가 직접 야당 총재에게 전화를 걸어 특정 법안의 통과를 요청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간 총리로서는 이달 중 이명박 대통령의 방일 가능성이 있는 만큼 ‘확실한 선물’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다. 이 대통령의 방일 시 문화재를 직접 갖고 가게 해야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재개, 한·일 방위협정 추진 등 일본이 원하는 카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란 계산도 깔려 있다.



 그러나 다니가키 자민당 총재는 간 총리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도서협정 자체에 대한 자민당 내 이견이 상당한 데다 대립 중인 여당과의 관계를 고려해서다.



 자민당은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1일 오전 ‘외교부회’를 개최했다. 그러나 “국회에서의 충분한 토의도 없이 회기 말에 정부가 대충 통과시키려 하는 건 용납할 수 없다”는 강경론이 거셌다. “문책 대상인 센고쿠 요시토(仙谷由人) 관방장관이 주도해 만든 도서협정을 통과시키는 건 모양새가 이상하다. 그가 사임하지 않는 한 통과시켜선 안 된다”(야마모토 이치타 참의원 정책심의회장), “한국에 있는 일본 도서는 어떻게 할 것인지도 논의해야 한다”(고이케 유리코 총무회장)는 주장도 나왔다. 센고쿠 장관에 대한 문책결의안은 지난달 26일 참의원에서 통과됐다.



 일본 여야 간 기세싸움에 한·일 도서협정 비준이 희생양이 되고 있는 측면도 있다. 야당은 정치자금 문제로 강제기소가 결정된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민주당 대표의 정치윤리심사회 출석과 문책결의안이 통과된 각료의 경질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여권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지난달 30일 간 총리가 이상득 의원 등 한·일의원연맹 소속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야당엔 여당을 훼방하는 것이 국회의 일상사인지라 (문화재 반환이) 조금 늦어지고 있다”고 말한 것이 야당의 강한 분노를 샀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1일 “간 총리의 실언이 자민당을 도발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국회 회기를 연장해서라도 통과시키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결국 당초 예정대로 3일 폐회로 가닥이 잡혔다.



 민주당 측은 “야당이 여당의 애를 태울 만큼 태우다가 정치적 양보를 받아낸 뒤 회기 마지막 날인 3일에라도 협정을 비준해 주지 않겠느냐”는 낙관적 예측을 하지만 현재로선 그 가능성은 그다지 크지 않아 보인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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