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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GM대우 마이 웨이 …‘카드’ 잃은 산업은행

중앙일보 2010.12.02 00:19 경제 9면 지면보기
GM대우가 산업은행 대출금 전액(1조1262억원)을 만기일인 이달 8일까지 모두 갚겠다고 선언한 것은 독자 경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GM대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미국 본사가 파산하면서 해외 수출망이 막혀 지난해 판매가 줄었다. 이에 따라 대출금 상환이 어려워지면서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GM대우, 산업은행 대출금 상환 선언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올해 판매량이 전년 대비 33% 이상 증가하면서 충분한 현금 유동성을 확보했다. 올해 매출이 13조원을 넘어서고, 현금만 1조∼1조5000억원 정도를 마련했다. 여기에 올해 영업이익이 5000억원을 넘는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을 낼 전망이다. 따라서 산은 대출금을 모두 갚아도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GM대우는 내년 봄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 3월께 시보레 브랜드를 도입한다. 7인승 다목적차 시보레 올랜도가 그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산은이 매달 대출금 연장으로 경영을 압박할 경우 딜러와의 신뢰관계에 금이 가고, 새로운 광고·홍보에 제약이 있을 것이라는 점도 대출금 상환을 결정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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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경영 의지=GM대우는 그동안 산은의 여러 가지 요구사항에 대해 이견을 보였다.<표 참조> 특히 ‘GM대우의 장기 생산물량을 보장하라’는 산은의 요구에 대해 ‘자본주의의 룰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해왔다. 마이크 아카몬 사장은 지난달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대기업(삼성전자·현대차 등)이 미국에 진출할 때 미국 정부나 은행이 일정 생산물량을 요구한 경우가 있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산은의 요구는 상식 밖”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산은과 만기 대출금 협상은 어떤 형태로든 연내에 결말을 낼 것”이라며 대출금 상환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대출금을 갚고, 산은의 각종 요구에서 벗어나겠다는 뜻이다.



 GM 본사에서 전출 온 20여 명의 외국인 임원들도 산은에 대해 불만을 토로해왔다. GM의 경영방식을 너무 모른다는 것이다. 산은은 기술 소유권이 GM 본사에 있어 GM이 철수하면 GM대우는 해당 차종을 만들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GM대우의 한 외국인 임원은 “GM의 글로벌 차량개발 방식을 몰라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한다. GM은 차종에 따라 전 세계에 8개의 제품 개발본부를 운영하고 있고, 신차 개발 때는 비용·인력을 전 세계 GM 계열사가 분담하고 있다. 따라서 각 회사가 기술소유권을 주장하기 어렵고, 기술소유권을 이전하기도 어렵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산은 입지 줄어들 듯=산은은 대출금 연장이라는 협상 카드를 뺏겼지만 기존 요구사항을 관철시킬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산은은 그동안 GM대우가 제2의 쌍용자동차가 되지 않을까 우려해왔다. 특히 GM 중국 공장이 제대로 가동되기 시작하면 GM이 한국을 떠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 때문에 산은은 GM이 철수하는 경우에도 GM대우가 독자 생존할 수 있는 대책을 요구했다.



 익명을 원한 산은 관계자는 “대출금을 다 갚았다고 해도 GM 입장에선 산은과 파트너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가 요구하는 모든 것을 얻을 수는 없지만 상당 부분은 찾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계에선 GM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핵심적인 부분인 기술소유권 이전이나 장기 생산물량 보장 등에선 GM 측의 양보를 받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김태진·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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