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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 소리꾼, 5시간짜리 ‘춘향가’ 완창 도전

중앙일보 2010.12.02 00:14 종합 31면 지면보기



국립국악중 3년 이수현양





열다섯 살 앳된 소녀가 5시간이나 걸리는 춘향가 완창에 도전한다. 서울 포이동에 있는 국립국악중학교 3학년 학생인 이수현(15·사진) 양이 주인공이다. 이 양은 4일 오후 1시 서울 대치동의 ‘한국문화의 집 코우스’에서 판소리 ‘만정제 춘향가’ 발표회를 연다.



 만정제 춘향가는 만정(晩汀) 김소희(1917∼95) 명창이 완성한 것으로 판소리 다섯 마당 가운데 공연시간이 가장 길다. 10대가 이를 완창하는 일은 흔치 않다. 이 양은 공연 중간의 휴식시간 15분을 빼고 꼬박 공연 내내 무대에 계속 선 채 고수의 북장단에 맞춰 가락을 뽑아내게 된다. 관중들이 박수를 치는 틈을 이용해 돌아서서 잠시 물을 마실 뿐이다.



 만정제 춘향가는 장단과 소리 엮음이 어려워 명창들도 부담스러워 한다. 이 양은 송만갑→김소희→이명희 명창으로 이어지는 판소리 동편제의 계보를 이어받았다. 판소리는 동편제·서편제·중고제의 세 유파로 나뉘는데, 동편제는 구례·남원·순창·곡성·고창 등지에서 성행한 것으로 호탕하고 웅장하며 진중한 것이 특징이다. 가왕으로 불리는 송흥록에 발전시켜 국창 송만갑이 완성했다.



 울산에 살던 이 양이 소리와 인연을 맺은 것은 여섯 살 때. TV 드라마에 나오는 판소리를 하루종일 따라하는 것을 본 부모가 판소리 학원에 다니게 하면서부터였다. 그 뒤 고 김소희 명창의 제자인 이명희(64·대구 무형문화재 8호) 명창 문하에 입문해 본격적으로 공부했다. 이명희 명창은 90년 전주대사습놀이 판소리 부문 장원을 차지하고, 93년 국립극장에서 ‘춘향가’를 완창하는 등 대구에서 영남 판소리의 맥을 이어가는 소리꾼이다. 이 양은 초등학교 시절에는 집으로 돌아오면 저녁마다 소리 가락을 뽑아 대느라 아파트 주민들의 민원에 시달려야 했다. 이 때문에 이 양의 부모는 세 번이나 아파트를 옮겨다니다가 지금은 주택에 산다. 여름·겨울 방학이면 지리산 칠선계곡 주변에 숙소를 구해놓고 소리 공부를 해왔다. 국악중학교에 입학한 뒤에는 주말마다 대구행 열차를 타고 이명희 명창댁으로 찾아가 소리 공부를 해 왔다.



 이 양은 소리 공부하는 틈틈이 소리 보급을 위해 초등학교 때부터 판소리 강사로도 활약을 했다. 박물관과 불교계가 주관하는 각종 판소리 강좌에서 꼬마 강사로 명성을 날렸다. 수강생들이 따라하는 ‘소리’가 시원치 않으면 “어쭈, 국어 책 읽고 있네”라는 핀잔까지 주어 웃음과 집중을 유도하는 ,인기 강사였다. 이 양은 울산 격동초등학교 3학년 때(2004년) 경주 신라문화제에서 초등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고, 같은 해 울산 문화예술회관에서 3시간 동안 ‘흥보가’를 완창했다. 올 6월 제21회 대구 국악제 전국 국악경연대회에서 종합대상(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는 등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명희 명창은 “수현이의 소리는 촉촉하고 관중의 심금을 울리는 매력이 있다.상층(높이 올리는 소리)은 좋지만 하층(내리는 소리)이 조금 부족하다. 하층만 다듬으면 차세대 명창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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