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자로 보는 세상] 籠絡

중앙일보 2010.12.02 00:12 종합 33면 지면보기
중국 남송(南宋) 시대의 대학자였던 호안국(胡安國)은 곧은 성격으로 유명했다. 서예에 능하고, 이학(理學)에 밝아 후학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았다. 그는 여러 차례 관직에 올랐으나 정적들의 공격으로 번번이 물러나야 했다. 호안국과 비슷한 시기에 재상을 지낸 채경(蔡京)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부정부패를 일삼는 탐관오리(貪官汚吏)의 전형이었다. 『송사(宋史)』 ‘호안국전’은 둘을 이렇게 비교한다. “채경이 정사를 맡아본 후, 사대부 중에 그에게 농락당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自蔡京得政, 士大夫無不受其籠絡). 초연한 자세로 멀찍이 떨어져 있어, 부패에 물들지 않은 이는 호안국뿐이었다.” 흔히 쓰이는 ‘농락(籠絡)’이라는 말이 여기에서 나왔다. 호안국은 누구도 꺾을 수 없는 강직한 성품과 깊은 학식이 있었기에 채경조차 감히 범접하지 못했다고 『송사』는 풀이하고 있다.



 ‘농락’은 원래 소나 말 등의 가축을 제어하기 위해 쓰이는 도구였다. 농(籠)은 대나무로 둥글게 만들어 소에게 씌운 멍에였고, 낙(絡)은 가축의 목이나 코 등을 연결해 끌고 갈 수 있도록 한 고삐였다. 농락의 원래 대상은 가축이었던 셈이다. 이 말이 사람들에게 쓰이면서 ‘남을 자기 멋대로 조종하거나 끌고 감’이라는 뜻으로 자연스럽게 발전했다. 남을 놀린다는 뜻의 ‘희롱(戱弄)’과 어울려 쓰이기도 한다.



 현대 중국어에서는 ‘농락’이 꼭 부정적인 의미로만 쓰이는 것은 아니다. ‘농락인심(籠絡人心)’으로 쓰이면 ‘사람의 마음을 얻다’란 뜻이 된다. ‘기업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籠絡人心) 대대적인 할인 판매에 나선다’는 식이다. 그와 대치되는 말이 ‘중반친리(衆叛親離)’다. ‘대중을 배반하고, 자기 친족조차 멀리한다’는 뜻이다. 인심을 얻지 못하고 고립되는 것을 표현했다.



 요즘처럼 ‘농락’이라는 표현이 절실하게 다가오는 적도 없다. 연평도 포격으로 북한에 농락당하고, 이어 중국 외교에 농락당했다. 농락당하지 않는 방법은 하나다. 남이 범할 수 없는 나의 역량을 갖추는 길뿐이다. 어찌 국가 간의 일뿐이겠는가. 개인 역시 자신의 역량이 부족하면 타인으로부터 농락당하기 쉬운 세상이다. 남송의 호안국이 강직함으로 농락의 유혹을 뿌리쳤듯 말이다.



한우덕 중국연구소 차장
공유하기
광고 닫기